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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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질문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주변에서 질문을 하면 답을 곧잘 잘해주는 사람으로 어느새 성장해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뭔가를 설명할 때 이따금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이런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이것저것 연결해서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쓴다는 건, 창의력도 필요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력이 아주 좋다는 걸 의미한다. 얼마 전 만난 책은 과학을 세상과 잘 연결 지어 설명하는 책이었는데, 제목은 <과학으로 생각하기>이다. 저자인 임두원은 좋은 기억력과 탁월한 글솜씨가 만나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잘 보여준다.



   <과학으로 생각하기>는 총 42가지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영화나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깃거리를 더해 답을 풀어내고 있다. 그 주제는 빛의 산란과 반사, 마이야르 반응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현상을 비롯해 DNA 복제, 다중세계, 핵융합과 같은 좀 더 전문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이 42가지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머리말에서 -내가 읽다가 만 소설인-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내용을 인용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슈퍼컴퓨터 '깊은 생각'이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답'에 관해 아주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내놓은 '42'라는 숫자만큼의 질문을 던지며, '깊은 생각'의 설계자들이 만족했을 만한 세상에 대한 고찰을 들려준다.


   저자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을 통해 동적 균형을 설명하며 우리 삶에도 중도라는 삶의 균형이 함께하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낮은 확률에 의지해 구입하는 복권에 관한 썰로 시작한 한 이야기는 이내 생명체 탄생 이론 중 하나인 '지적 설계론'의 허점에 관한 고찰로 이어진다. 밤하늘은 왜 깜깜한지, 그리고 엔트로피나 암흑물질, 다중우주와 같은 과학 이론에 대한 흥미진진한 설명들이 끊임없이 눈을 즐겁게 한다. 내가 익히 아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이론들에 대해 잘 몰랐더라도 저자가 워낙 쉽고 흥미롭게 과학 썰을 풀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처럼 끝맺는 글이 이따금 보이는 점만 빼면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저자 임두원은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역사나 철학, 영화 등으로 잘 버무려 괜찮은 글솜씨로 한 상 잘 차리는 재주가 확실히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밥상을 아주 좋아한다. 과학과 철학, 영화와 문학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와 같이 적당하게 잘 버무리려면 내공이 꽤 필요하기에 그리 자주 만날 수 있는 밥상이 아닌 이유가 크다. 더구나 내 기억력이 눈에 띄게 없어진 이후로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 같은 책이 더욱 좋아진다.

   예전에 비해 건네오는 질문에 대해 답을 시원하게 잘하진 못하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세상을 향해 질문을 열심히 던지며 산다. 하지만 저자처럼 과학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걸 과거에 비해 자주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예전의 관점으로 돌아가 과학적인 질문을 자주 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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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 - 월트 디즈니 공식
미네르바 시걸 지음, 송민경 옮김, 리사 반니니 일러스트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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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나는 랜선으로 지인과 가족에게 타로를 리딩하고 있었다. 내가 타로 리딩을 다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타로와의 인연이라고 해봤자 이따금 타로 가게에 가서 재미로 타로점을 보는 게 다였다. 그런데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월트 디즈니 공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이라는 타로가 나온 걸 발견하고 불현듯 호기심이 일었고, 급기야 내가 직접 타로를 리딩해보기로 했다. 이 타로의 일러스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반니니'가 새롭게 그린 오리지널 일러스트이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가 도착하기 전 타로에 대해 미리 좀 알아보았더랬다. 기원과 역사부터 시작해 타로의 구성과 상징들이 가진 의미, 스프레드(점을 칠 때 타로를 배열하는 방식) 등등. 그 덕분에 가이드북을 읽기도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만이 가진 특징 하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기본적인 구성은 일반적인 타로와 동일하다. 큰 흐름, 즉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제와 인생 교훈'을 뜻하는 메이저 아르카나는 전부 22장이며 0번인 'The Fool'로 시작해 21번인 'The World' 카드로 끝난다. 작은 흐름, 즉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상 상황과 주제'를 나타내는 마이너 아르카나는 총 56장인데 이는 네 개의 슈트(suits)로 나뉜다. 이 네 가지 슈트는 일반적으로 '완드, 펙타클, 소드, 컵'으로 표현되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는 그 대신 '꽃, 고슴도치, 스피어, 찻잔'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스프레드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만의 스프레드를 제안하고 있는데,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 '흰 토끼를 따라가라' 스프레드, '체셔 고양이의 수수께끼' 스프레드가 바로 그것이다.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캐릭터들과 상징이 타로 그림에 잘 녹아있고, 가이드북 속 메이저 아르카나의 해석에도 앨리스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가이드북에는 카드의 정방향과 역방향에 대한 해석이 모두 담겨 있다.


   지인과 함께 나의 첫 번째 타로 리딩을 시작했을 때, 지인은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를 골랐고, 묻고 싶은 고민을 이야기했다. 카드를 섞고 골라 놓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바보같이 정방향과 역방향 구분 없이 카드를 배열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셔플링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진행해본 나의 타로 리딩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그래서 초반에 지인과 나는 서로 웃음을 연발했다. 초보 타로술사인 나는 리딩북과 함께 최선을 다해 타로를 읽으며 지인의 상황을 대입해 차근차근 해석해주었다. 긴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지인은 타로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주었으며, 내가 말해준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봐준 타로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는 게 아닌가. 오옷, 초보 타로술사로서의 성공적인 데뷔였다고나 할까. (냐하하하-)



   나는 지인과 가족들의 타로점을 본 뒤 내 고민에 대한 타로점을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로 해보았는데, 진행하는 도중 무척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는 카드들이 나온 것이다(지인이 본인 타로점에 놀랐던 만큼이나 나도 무척 놀랐다!). 내 이성은 타로점이나 별자리 운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영적인 감성을 터치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만나는 재미로 종종 이 둘을 찾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정확하게 내 처지를 짚어낼 때마다 분명 재미로 보기 시작한 점이지만 점점 진지해지지 않을 수가 없고, 어쩔 땐 너무 정확해서 소름까지 돋아 결국 내 이성에 반하여 점괘에 굴복하고 만다(쿨럭;).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지만, 초보 타로술사인 나는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기세를 몰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의 가이드북에 나온 스프레드 외에 다른 스프레드로도 점을 쳐봐야겠다. 가이드북에는 "규칙은 없어요. 이 카드 덱은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신의 직감에 따라 사용하세요. 카드 리딩도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는 나처럼 타로 리딩을 처음 접해본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타로를 즐길 수 있게 해주리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타로점을 직접 즐기고 싶다면, 그저 앨리스처럼 두 눈 꼬옥 감고 '타로 굴' 속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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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크의 비건 베이킹 - 오늘도 솔드아웃!
백승도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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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은 빵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비건'이란 글자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나는 비건 빵집에서 몇 번 사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꽤 놀랐었다. 내가 직구한 비건 팬케이크 믹스로 스테인리스 밥솥에다 대충 만든 것보다 풍미가 떨어지고 맛도 없어서 말이다. 내가 맛있게 먹을 비건 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려나? 가성비까지 다 잡은 만족스러운 올스텐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와중에, 특허받은 비건 크루아상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실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이론이라도 열심히 습득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의 저자인 백승도 씨가 운영한다는 일산의 빵집은 가본 적이 없지만, 책 초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지은이가 얼마나 빵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논비건이 먹어도 맛있는 비건 빵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저자의 말 중 아래의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빵은 같은 레시피여도 작업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더라고요. 종종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때도 있는데, 너무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빵 작업이 저에게는 지루하지 않게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줘서 빵을 만들면서 살 제 인생이 점점 더 기대가 돼요.


- 본서, '작가의 말' 중에서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은 크게 다섯 개의 PART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PART 1에 들어가기에 앞서 'INTRO'를 네 개로 분할해 비건 베이킹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만능 비건 버터와 소스들, 그리고 '비건 베이킹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수록해두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베이킹 레시피 속엔 'Pre-Check'라는 자리를 마련해 INTRO에 수록해둔 주의사항을 여러 번 숙지하게끔 만들어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PART 1에선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데일리빵 레시피가, PART 2에서는 달콤한 간식빵 레시피가, PART 3에서는 한 가지 반죽으로 단팥빵과 맘모스빵, 그리고 인절미 크림빵을 만드는 레시피가 담겨 있다. PART 4에는 비건 크루아상 반죽으로 만드는 여섯 가지 빵(크루아상, 크러핀, 뺑 오 쇼콜라, 뺑 오 크랜베리, 올리브 타프나드 & 튀긴 양파 페스츄리, 과일 & 비건 크림 페스츄리)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고, PART 5에서는 비건 홈 브런치라는 이름 아래 비건 햄버거와 비건 샌드위치, 비건 요거트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책 초반에서 소개하고 있는 비건 베이킹 재료 중 프랑스 밀가루인 '트레디션 밀가루'와 '고생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낯선 재료가 없었다. 아몬드 우유와 두유를 늘 마시며 영양 효모로 만든 비건 치즈를 샐러드에 뿌려 먹고, 요리에 애플 사이다 비네거와 비정제 설탕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등, 아마도 이런 식생활을 지속해 오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한편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재료와 도구 중 우려되는 것이 좀 있는데 바로 '아가베 시럽'과 '테프론 시트'이다. 둘 다 유해성 논란이 계속 있기에, 이를 대체할 것을 좀 고심해봐야겠다.



   녹차 크랜베리 식빵, 브라우니, 인절미빵, 크루아상, 뺑 오 쇼콜라, 올리브 타프나드... 등등. 책에 수록된 21가지 빵들은 하나같이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비주얼에, 그 맛이 몹시 궁금해서 당장 일산으로 달려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게 만들었던 비건 크루아상의 반죽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정성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레시피임이 느껴졌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 기존 비건 크루아상은 -내가 싫어하는- 식물성 마가린으로 만든 게 고작이다. 식물성 마가린을 배제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글쓴이가 완성한 크루아상은 어떤 풍미를 가지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저자는 그냥 비건 버터 하나로 퉁치는 게 아니라 '스프레드용/베이킹용/페스츄리 뚜라주용(접기용)'으로 나누어 레시피를 소개해놨을 정도로 세심하게 책을 만들었다. 베이킹 과정 또한 그 단계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아놓았기에 완성도가 높고, 영어 설명까지 함께 곁들여 더욱 특색 있다. 쓸 만한 오븐도 없고 에어프라이어도 장만하지 못한 나는 일단 스프레드용 비건 버터부터 만들어봐야겠다. 오븐만 생기면 가장 먼저 비건 크루아상을 만들어 보리라. 그다음엔, 브라우니 바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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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 사진과 함께 즐기는 경이로운 천체의 향연
헬가 판 루어.호버트 실링 지음, 이성한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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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고되고 힘들 때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힘이 들든 그렇지 않든 자주 하늘을 바라보며 경외감을 느끼길 즐겨한다. 하늘이 좋아서, 우주가 좋아서 말이다. 지금은 비록 <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를 쓴 두 저자만큼 하늘을 자주 바라보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서울의 밤하늘은 휑하다. 아마 온갖 조명 때문일 거다. 거기다 낮이든 밤이든 스모그에 자주 휩싸인다. 하늘을 보면 힐링이 되는 게 아니라, 한숨이 나올 때가 더 많다. 스모그와 대도시의 광공해 문제는 <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에서도 언급이 될 만큼 심각한 문제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본 건 힐링을 위해서였다. 낮과 밤, 변화무쌍한 하늘의 표정을 담아낸 아름다운 사진으로 눈 호강을 하며, 기상학자 '헬가'와 과학 저널리스트 '호버트'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설명에 감탄하는 동안, 나는 지금보다 더 호기심 많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은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나온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에 관한 매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와 대기, 달, 태양과 빛, 행성, 혜성, 유성 등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비롯해 이들이 빚어내는 일출과 일몰, 구름, 무지개, 햇무리, 천정호, 오로라, 신기루, 일식과 월식, 브로켄의 요괴 등과 같은 경이로운 자연 현상에 관한 이야기까지 말이다. 거기다 인공위성, 우주선과 같은 하늘과 관련된 인공물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기본 지식만 대충 언급하고 마는 게 아니라 그 주제와 관련된 디테일한 정보까지 다 담으려는 저자들의 노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구름'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하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뭉게구름, 양털구름, 양떼구름, 적란운은 기본이고, 흔히 볼 수 없는 파도구름과 깔때기구름, 플라마게니투스(화산 폭발로 생긴 구름)도 실려있으며, 거기다 더해 채운(무지갯빛 구름)이나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진주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야광운 등등, 아주 그냥 구름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로 꽉꽉 채워놓았다. 거기다 부록 페이지까지 마련해서 하늘의 구름과 별빛을 보고 알아맞히는 법이라든지,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잘' 찍는 법까지 알차게 수록해놓았다.

   저자들이 네덜란드인이라서 그런지 책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자연 현상은 네덜란드 기준으로 설명이 일단 시작되는 게 특징이다. 그중 네덜란드에서는 짙은 안개를 '백색요정(Witte wieven)'이라고 부르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꽤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이라 낭만적이다.



   하늘과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황홀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내가 그러했듯 말이다. 오늘 밤 이 책에서 알려준 별과 행성을 구별하는 법을 토대로 행성을 한번 찾아봐야겠..... 아 놔 광공해랑 미세먼지 정말...!

   (쿨럭) 대도시가 아닌 전원에 사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별과 행성을 구별하는 법을 바탕으로 한번 행성을 찾아보자. 금성을 찾는 법은 상식이라고 느껴질 만큼 매우 쉬운 방법 아니던가! 자신을 힐링하는 방법에 음악 감상, 영화 감상, 색연필 컬러링 외에 '하늘 감상'을 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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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 물리학 -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옌보쥔 지음, 홍순도 옮김, 안종제 감수 / 그린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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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왜?'라는 물음표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며 세상 만물에 호기심이 많았고, 별을 보는 걸 좋아했던 나는 학교에 다니게 되자 자연스레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주과학을 비롯해 지구과학, 화학 등에 말이다. 그중에는 당연히 물리학도 있었다. 하지만 수학적 계산에 약했던 나는 물리학을 포함해 수식과 공식이 많은 과학 과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천문우주학 관련 진로와는 바이바이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취향은 여전해서 우주 관련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최신 과학 뉴스나 물리 이론을 이따금 들여다보곤 한다. 하지만 글을 읽다가도 어려운 공식이나 수식이 나오면 살포시 넘어가버리곤 해서 이론을 일부만 맛보았다는 아쉬움이 남곤 한다.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익스트림 물리학>이란 책 제목 아래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수식 없이 물리학을 제대로 접해볼 수 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저자는 이론물리학의 핵심 지식을 수학적 모형을 최대한 배제해서 설명한다. 물리적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환경 수치 정보를 여섯 가지 극한으로 나누어 극쾌(the fastest), 극대(the largest), 극중(the most massive), 극소(the tiniest), 극열(the hottest), 극냉(the coldest)으로 분류한다. 1부에서 시작해 6부에 이르기까지 전체 내용은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극쾌 편에서는 '빛의 속도로 운동하면 무엇이 보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상대성 원리와 광속 불변의 원리에 기반한 '특수상대성이론'을 1장에서 3장에 걸쳐 깊이 있게 살펴본다. 또한 빛처럼 빠른 이동속도를 목표로 인류가 교통수단의 속도를 높이려 노력하는 와중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공기역학'에 대해 알아본다. 3장 끄트머리엔 '슬링샷 효과'가 나오는데, 이는 영화 [마션 The Martian]에서 화성에 갇힌 주인공을 구출하기 위해 화성 탐사대 대원들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며 화성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찾으려 고심하다 생각해낸 바로 그 방법을 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이자 이 책에서 가장 즐겁게 읽은 파트인 2부 극대 편에 해당하는 4장~6장에서는 가장 큰 공간의 크기, 가장 긴 시간의 길이를 알아본다. 다시 말해 우주의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알아보고,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또한 우주에 있는 여러 질량의 천체들 중 태양 질량의 0.07~29배 구간에 속한 항성들인 대질량 천체들의 운명에 관해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왜 가상의 물질인 '암흑물질'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 알아본 뒤, 천체 운동의 원인이 되는 중력과 만유인력 법칙에 대해서 살펴본다.


   3부 극중 편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2부의 6장에서 중력에 대해 이미 알아봤지만, 이는 질량이 단일 천체에 미치는 영향 위주였고, 이 3부에서는 만유인력 법칙만으론 설명이 다 안 되는 천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살펴본다. 3부의 시작인 7장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인 등가원리를 바탕으로 중력이란 '실재하는 힘이 아니라 운동을 가속하는 효과이며, 시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본다. 또한 8장에선 수성의 세차운동, 중력렌즈 현상, 중력파 등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고 응용한 여러 이론들에 대해서도 알아보는데, 일반상대성이론을 응용한 개념인 '워프 항법'이 이 책에도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선 일반상대성이론과 절대 뗄 수 없는 블랙홀에 대해서 알아본다. 여담이지만 다른 물리학 분야와 거의 겹치는 부분이 없으며 우주학의 근간이 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다루기 위해 저자가 특별히 추가한 부분이 바로 이 극중 편이라고 한다.


   4부 극소 편에서는 미시적 세계에 대해 원자물리학과 양자역학, 핵물리학, 그리고 입자물리학을 바탕으로 10장에서 14장까지, 총 다섯 장에 걸쳐 탐구해본다. 여섯 가지 파트 중 가장 많은 양을 자랑하고 있는 파트이다(내용도 내용이지만 양 때문에 읽기가 고된 파트였다...). 오늘날까지도 만물의 기본 단위가 무엇인지 그 최소 구성단위는 완전히 다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미시적 세계의 비밀은 지금도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중이며, 그 과정에서 나온 원자, 전자, 원자핵, 중성자, 양성자, 쿼크 등 여러 개념과 이론들이 이 4부에서 다뤄진다. 11장 양자역학에선 그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과 슈뢰딩거 방정식, 아인슈타인의 EPR 역설이 등장한다. 덕분에 내 뇌가 -간만에 또 만났다고- 비명을 질러 오감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파트이기도 하다.


   5부 극열 편에서는 실재하는 물리계에 더 가까운 다입자계, 즉 앙상블(아주 많은 입자가 집합된 계)이 온도 상승에 따라 어떤 물리적 변화를 보이는지 알아본다. 5부의 시작인 15장에서는 가시적·경험적인 현상을 통해 물리법칙을 찾아내는 '열역학'과 소립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미시적 현상으로부터 법칙을 이끌어내는 '통계역학', 그리고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16장에는 중학생 때 배운 물질의 상전이 현상을 비롯해 플라스마, 레이저로 물질을 초고온 상태를 만드는 법과 냉각하는 방법, 빅뱅 초기의 우주 급팽창 등 온도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해 나온다. 끝으로 17장에서는 엔트로피가 매우 높은 상태, 즉 극히 무질서한 상태를 일컫는 '복잡계'에 대해 살펴본다. 이 장에서는 중국의 유명한 SF 소설 <삼체>로 단어를 처음 접했던 삼체 문제와 난류 문제, 나비효과 현상으로 알려진 카오스 시스템이 등장한다.


   6부 극냉 편에서는 물질이 절대 0도에 가까워지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해 알아본다. 저온에서 물질은 고체나 액체로 존재하지만 보통은 고체로 존재하기에 이에 관해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18장 '재료물리학'에서는 고체가 가시적 측면에서 가지는 여러 가지 성질-역학적 성질이나 열적 성질, 전기적 속성과 자기적 특성-에 관해 설명한다. 19장 '고체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미시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고체가 가지는 여러 성질을 분석한다. 18장의 '재료의 전기적 속성'에서 만나보았던 도체, 절연체, 반도체를 이 19장에서 에너지띠 이론을 바탕으로 다시 살펴본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20장 '응집물질물리학'은 처음 들어보는 분야였는데, 많이 들어 익숙한 초전도 현상과 위상물질, 양자컴퓨팅을 비롯해 이 책으로 처음 접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물질, 양자 홀 효과 등 여러 이론들이 등장한다.



   여기까지 나름 간단(!)하게 정리하기 위해 책을 다시 열심히 펼쳐보았다. 그러면서 앞서 책을 일독하며 이해가 안 갔던 부분들을 중간중간 또 읽어보았는데, 처음보단 확실히 이해가 되는 개념도 있고 여전히 이해가 잘 안 가는 개념도 있다. 실은 후자가 더 많다(쿨럭).

   책을 읽으며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두 번 더 읽어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넘어가곤 했다. 시험공부를 위해서 읽는 게 아니라 순수한 앎을 위한 독서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책 후반부에 이르자 세 번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이론들이 조금씩 쌓여 갔고, 죄책감 아닌 죄책감도 은근히 같이 쌓여 갔다. 하지만 맺음말에 이르러 저자가 해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 자신을 토닥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73명의 위대한 과학자, 47가지 물리학 원리와 정리, 25개의 물리 실험과 사고실험, 44가지 물리학 이론과 541개의 물리학·수학 개념이 등장한다. (중략) 이 책은 여러분이 물리학에 흥미를 가지는 시작점이 되어야지, 물리학 공부의 종착지가 돼서는 안 된다.


- 본서 맺음말에서


   그렇다면 나는 저자의 기대에 부흥한 독자이지 않을까. 적어도 학생 때는 손사래를 쳤던 물리에 흥미가 좀 생겼으니 말이다. 내가 직접 말로 설명하려면 늘 알쏭달쏭했던 도플러 효과를 이렇게 알기 쉽게 명확한 단어로 설명해준 선생님은 이 책의 저자가 처음이다. 그래서 나처럼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에 학을 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더더욱 추천한다.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 이해가 가지 않던 물리학 용어들이 이해되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물리학 개론서 한 권을 다 읽은 것처럼 뿌듯한 기분이 든다. 책 중간중간 공식과 그래프, 수학적 개념이 나오는데, 기본적인 개념 설명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써 등장한다. 뭐 적어도 길고 긴 복잡한 수식은 안 나오니 책의 부제를 지키긴 지킨 셈인가? 하지만 공식이나 수학적 개념이 나올 때마다 배신감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해를 돕는 그림들이 훨씬 더 많이 등장하니 책 속에 나온 모든 공식을 다 용서하는 바이다(푸힛). 보통 이런 과학 이론서는 책 끄트머리에 색인이 있곤 하는데 이 책은 색인이 없어서 살짝 놀랐다. 그리고 오자들을 여럿 발견했는데 이를 보완하면 좀 더 완벽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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