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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크의 비건 베이킹 - 오늘도 솔드아웃!
백승도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은 빵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비건'이란 글자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나는 비건 빵집에서 몇 번 사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꽤 놀랐었다. 내가 직구한 비건 팬케이크 믹스로 스테인리스 밥솥에다 대충 만든 것보다 풍미가 떨어지고 맛도 없어서 말이다. 내가 맛있게 먹을 비건 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려나? 가성비까지 다 잡은 만족스러운 올스텐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와중에, 특허받은 비건 크루아상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실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이론이라도 열심히 습득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의 저자인 백승도 씨가 운영한다는 일산의 빵집은 가본 적이 없지만, 책 초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지은이가 얼마나 빵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논비건이 먹어도 맛있는 비건 빵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저자의 말 중 아래의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빵은 같은 레시피여도 작업 환경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더라고요. 종종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때도 있는데, 너무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빵 작업이 저에게는 지루하지 않게 인생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줘서 빵을 만들면서 살 제 인생이 점점 더 기대가 돼요.
- 본서, '작가의 말' 중에서

<베이크의 비건 베이킹>은 크게 다섯 개의 PART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PART 1에 들어가기에 앞서 'INTRO'를 네 개로 분할해 비건 베이킹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만능 비건 버터와 소스들, 그리고 '비건 베이킹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수록해두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베이킹 레시피 속엔 'Pre-Check'라는 자리를 마련해 INTRO에 수록해둔 주의사항을 여러 번 숙지하게끔 만들어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PART 1에선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데일리빵 레시피가, PART 2에서는 달콤한 간식빵 레시피가, PART 3에서는 한 가지 반죽으로 단팥빵과 맘모스빵, 그리고 인절미 크림빵을 만드는 레시피가 담겨 있다. PART 4에는 비건 크루아상 반죽으로 만드는 여섯 가지 빵(크루아상, 크러핀, 뺑 오 쇼콜라, 뺑 오 크랜베리, 올리브 타프나드 & 튀긴 양파 페스츄리, 과일 & 비건 크림 페스츄리)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고, PART 5에서는 비건 홈 브런치라는 이름 아래 비건 햄버거와 비건 샌드위치, 비건 요거트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책 초반에서 소개하고 있는 비건 베이킹 재료 중 프랑스 밀가루인 '트레디션 밀가루'와 '고생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낯선 재료가 없었다. 아몬드 우유와 두유를 늘 마시며 영양 효모로 만든 비건 치즈를 샐러드에 뿌려 먹고, 요리에 애플 사이다 비네거와 비정제 설탕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등, 아마도 이런 식생활을 지속해 오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한편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재료와 도구 중 우려되는 것이 좀 있는데 바로 '아가베 시럽'과 '테프론 시트'이다. 둘 다 유해성 논란이 계속 있기에, 이를 대체할 것을 좀 고심해봐야겠다.

녹차 크랜베리 식빵, 브라우니, 인절미빵, 크루아상, 뺑 오 쇼콜라, 올리브 타프나드... 등등. 책에 수록된 21가지 빵들은 하나같이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비주얼에, 그 맛이 몹시 궁금해서 당장 일산으로 달려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게 만들었던 비건 크루아상의 반죽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정성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레시피임이 느껴졌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 기존 비건 크루아상은 -내가 싫어하는- 식물성 마가린으로 만든 게 고작이다. 식물성 마가린을 배제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글쓴이가 완성한 크루아상은 어떤 풍미를 가지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저자는 그냥 비건 버터 하나로 퉁치는 게 아니라 '스프레드용/베이킹용/페스츄리 뚜라주용(접기용)'으로 나누어 레시피를 소개해놨을 정도로 세심하게 책을 만들었다. 베이킹 과정 또한 그 단계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아놓았기에 완성도가 높고, 영어 설명까지 함께 곁들여 더욱 특색 있다. 쓸 만한 오븐도 없고 에어프라이어도 장만하지 못한 나는 일단 스프레드용 비건 버터부터 만들어봐야겠다. 오븐만 생기면 가장 먼저 비건 크루아상을 만들어 보리라. 그다음엔, 브라우니 바로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