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 - 월트 디즈니 공식
미네르바 시걸 지음, 송민경 옮김, 리사 반니니 일러스트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말, 나는 랜선으로 지인과 가족에게 타로를 리딩하고 있었다. 내가 타로 리딩을 다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타로와의 인연이라고 해봤자 이따금 타로 가게에 가서 재미로 타로점을 보는 게 다였다. 그런데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월트 디즈니 공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이라는 타로가 나온 걸 발견하고 불현듯 호기심이 일었고, 급기야 내가 직접 타로를 리딩해보기로 했다. 이 타로의 일러스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반니니'가 새롭게 그린 오리지널 일러스트이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가 도착하기 전 타로에 대해 미리 좀 알아보았더랬다. 기원과 역사부터 시작해 타로의 구성과 상징들이 가진 의미, 스프레드(점을 칠 때 타로를 배열하는 방식) 등등. 그 덕분에 가이드북을 읽기도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만이 가진 특징 하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기본적인 구성은 일반적인 타로와 동일하다. 큰 흐름, 즉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제와 인생 교훈'을 뜻하는 메이저 아르카나는 전부 22장이며 0번인 'The Fool'로 시작해 21번인 'The World' 카드로 끝난다. 작은 흐름, 즉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상 상황과 주제'를 나타내는 마이너 아르카나는 총 56장인데 이는 네 개의 슈트(suits)로 나뉜다. 이 네 가지 슈트는 일반적으로 '완드, 펙타클, 소드, 컵'으로 표현되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는 그 대신 '꽃, 고슴도치, 스피어, 찻잔'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스프레드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만의 스프레드를 제안하고 있는데,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 '흰 토끼를 따라가라' 스프레드, '체셔 고양이의 수수께끼' 스프레드가 바로 그것이다.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캐릭터들과 상징이 타로 그림에 잘 녹아있고, 가이드북 속 메이저 아르카나의 해석에도 앨리스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가이드북에는 카드의 정방향과 역방향에 대한 해석이 모두 담겨 있다.


   지인과 함께 나의 첫 번째 타로 리딩을 시작했을 때, 지인은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를 골랐고, 묻고 싶은 고민을 이야기했다. 카드를 섞고 골라 놓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바보같이 정방향과 역방향 구분 없이 카드를 배열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셔플링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진행해본 나의 타로 리딩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그래서 초반에 지인과 나는 서로 웃음을 연발했다. 초보 타로술사인 나는 리딩북과 함께 최선을 다해 타로를 읽으며 지인의 상황을 대입해 차근차근 해석해주었다. 긴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지인은 타로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주었으며, 내가 말해준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봐준 타로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는 게 아닌가. 오옷, 초보 타로술사로서의 성공적인 데뷔였다고나 할까. (냐하하하-)



   나는 지인과 가족들의 타로점을 본 뒤 내 고민에 대한 타로점을 '문손잡이의 열쇠' 스프레드로 해보았는데, 진행하는 도중 무척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는 카드들이 나온 것이다(지인이 본인 타로점에 놀랐던 만큼이나 나도 무척 놀랐다!). 내 이성은 타로점이나 별자리 운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영적인 감성을 터치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만나는 재미로 종종 이 둘을 찾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정확하게 내 처지를 짚어낼 때마다 분명 재미로 보기 시작한 점이지만 점점 진지해지지 않을 수가 없고, 어쩔 땐 너무 정확해서 소름까지 돋아 결국 내 이성에 반하여 점괘에 굴복하고 만다(쿨럭;).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지만, 초보 타로술사인 나는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기세를 몰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의 가이드북에 나온 스프레드 외에 다른 스프레드로도 점을 쳐봐야겠다. 가이드북에는 "규칙은 없어요. 이 카드 덱은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신의 직감에 따라 사용하세요. 카드 리딩도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로카드>는 나처럼 타로 리딩을 처음 접해본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타로를 즐길 수 있게 해주리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타로점을 직접 즐기고 싶다면, 그저 앨리스처럼 두 눈 꼬옥 감고 '타로 굴' 속으로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