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맨 비룡소의 그림동화 252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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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언맨, 앤트맨, 스파이더맨... 그리고 케첩맨.

   으음...? 케첩맨이라고? 그런 희한한 맨이 세상에 어딨어?!


   그런 희한한 '맨' 바로 여기 있습니다. 마치 호빵맨을 연상케하는 음식으로 이루어진 맨, '케첩맨'이 말이죠. 하하하.

   그림책 <케첩맨>의 케첩맨은 말이죠, 몸통을 누르면 새빨간 케첩이 튀어나옵니다. 딱히 히어로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그리 평범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맨'이라고나 할까요.





   케첩맨은 늘 거리를 쏘다니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며 떠돌아다녔답니다. 여느 날과 같이 거리를 걷던 케첩맨은 감자튀김 전문점을 발견하는데요. 곧장 감자튀김 전문점 주인에게 찾아가 케첩을 팔아보라고 용기 내어 권합니다. 하지만 주인은 케첩맨의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때마침 감자튀김 일손이 부족하니 감자튀김 아르바이트를 하라며 일을 시키는군요.

   그날 바로 시작된 특별하고도 고된 감자튀김 훈련!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감자를 튀기는 일이라는 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케첩맨은 주인의 호통을 들으며 한밤중까지 감자 튀기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그 후로도 계속 감자만 튀기는 고된 날들 속에서, 케첩맨은 자신을 보여 줄 기회가 좀처럼 없음에 공허함을 느끼나 봅니다. 매일 밤늦게 돌아와 베란다에 서서 거리의 불빛을 홀로 바라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토메이로 박사'라고 소개하는 토마토 머리의 이상한 손님이 나타났어요. 토마토 꼭지가 수염이자 코이기도 한 토메이로 박사는 그 생김새가 정말 기이하게 생겼어요.



박사는 케첩맨을 손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저걸 주게."


[본문 10쪽]



   토메이로 박사의 주문에 난감해하던 주인은 케첩맨을 불러 케첩을 주문합니다. 주문한 케첩을 받아든 박사가 케첩을 핥았는데요. 어라, 박사의 토마토 머리가 살짝 커진 것 같은데요? 참 이상한 일이군요. 주인은 그러든가 말든가 케첩이 팔렸다고 그저 좋아하기만 합니다. 케첩맨은 처음으로 케첩을 팔았던 탓인지 좀 얼떨떨한 기분인 채로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 날 또 나타나 케첩맨을 가리키며 '저걸' 달라고 말하는 토메이로 박사. 주문한 케첩을 받은 박사가 케첩을 먹을 때마다 머리가 점점 커지는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어요! 케첩이 계속 팔리긴 했지만 케첩맨은 이 상황이 그다지 달갑진 않았어요.


   그리고 그다음 날 박사는 또 나타나 케첩맨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걸' 달라고 주문합니다. 계산대에 서 있던 케첩맨이 꾹 참다 웅크렸던 가슴을 펴고 박사를 올려다보던 그때, 어라? '쭈우웁' 하는 소리와 함께 박사가 케첩맨의 뚜껑 끝에 직접 입을 대고 맛보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 무슨 기묘하고도 이상한 일이죠? 케첩맨에게 직접 입을 대다니! 대체 토메이로 박사는 왜 자꾸 케첩맨의 케첩만 핥아대는 걸까요? 그리고 박사에게 붙잡힌 케첩맨은 어떻게 될까요?





   이름만 '맨'일 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마음속에 갈망이 가득한 청년층과 비슷한 삶을 사는 케첩맨의 하루하루가 참 고되어 보이네요. 케첩맨이 뭘 할 수 있는지는 궁금해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도대로 따라오라고만 강요하는 감자튀김 전문점 주인이 참 야박합니다. 케첩맨을 그저 기계 속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안쓰러운 케첩맨이 토메이로 박사를 만나면서 자신의 쓸모를 일단은 발견하게 되지만, 기묘해 보이는 박사 덕에 그마저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매일 감자튀김 전문점을 찾아와 케첩에 집착하는 박사마저도 돈이라는 무기로 그저 케첩맨의 단물만 쭉쭉 빨아먹으려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만화나 영화 속의 히어로들은 자신의 쓸모를 나름 인정받으며 잘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이 그림책 속 케첩맨은 인정은커녕 당장 눈앞의 고달픈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부터가 시급한 문제입니다(히어로이면서 생계유지가 힘든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처럼 말이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도 서러운데, 매일 생계 걱정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몹시 안타깝습니다. 석양이 지는 길거리를 지친 몸으로 걸어가는 케첩맨의 뒷모습에서 히어로들처럼 자신 있게 활개를 치고 싶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는 많은 이들-특히 청년층-의 뒷모습이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겠죠?


   그저, 어떻게 해서든 견뎌내라고, 견뎌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바로 슈퍼 히어로라고,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가치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비겁하게 물러서지는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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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서적 100권 한번에 읽기 - 음식으로 예방하고 치유하는 자연 건강법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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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are what you eat.' 이 말은 오래전 처음 들은 순간 뼈저리게 가슴에 와닿아 지금까지 잊지 않고 머릿속에 이따금 되뇌곤 하는 문구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을 만든다니. 왜 우린 이 직관적이고도 당연한 진리를 늘 망각하곤 하는 걸까. 얼마 전 읽기 시작해 어젯밤 다 읽은 책 <건강 서적 100권 한번에 읽기>에도 이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말을 누가 처음 한 건지는 그동안 잘 몰랐는데, 분자 영양학 분야의 권위자인 '로저 윌리엄스' 박사가 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대놓고 건강 서적 장르를 읽어본 건 난생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 중 건강 서적에 가장 가까운 건 유기농 라이프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끄적여 놓은 책이 다였다. 건강 서적을 읽어야 할 정도로 몸이 몹시 나쁘지도 않은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목차를 읽고 나서였다. 일상생활에서 화학 물질을 최대한 배제하며 살기를 지향해 온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건 더 없는지, 이 책의 목차를 읽자 이참에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나 할까.


   이 책의 1부에는 저자가 건강 서적 500권을 읽게 된 동기, 그리고 '홀리스틱 영양학'과 '자연 건강법'을 생활에 적용시켜 본 이후 일어났던 놀라운 결과들을 정리해놓았다. 그 후 2부에는 미국 농산물과 축산물, 그리고 외국 수산물을 통해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짚어보고 있고, 3부에서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동물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카더라'식으로 널리 퍼져 있는 각종 매스컴 속의 광고와 엉터리 정보, 또 인터넷에 만연한 거짓 정보들에 맞서 저자가 공부한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는- 영양학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자연 건강법을 알려주고 있다. 끝으로 5부에서는 영양제 과다 복용에 관한 일침과 칼슘 영양제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미네랄과 비타민, 효소의 중요성 등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암 환자들이라면 눈을 크게 뜰 만한 '항산화 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최신 정보가 있는 챕터이기도 하다.





   자연 건강법이란 과학문명과 멀어질수록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심플한 건강법이다. 헌데 사람들은 보통 건강에 대한 정보 중 '어디에 좋았더라, 어떻게 좋았더라, 뭐가 좋았더라'라는 말에 먼저 귀가 번쩍 뜨이곤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대중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는지, 자연 건강법을 실천한 뒤 좋아졌던 점을 책 초반에 하나하나 다 나열하고 있다. 체중이 감소하며 불필요한 지방이나 살들이 빠졌다든지, 갈색 반점이 상당히 없어졌다든지, 혹은 차가웠던 손발이 따뜻해지고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어든 사실 등을 말이다. 하지만 진짜 알짜배기 정보는 2부부터 있다.


   미국 농·축산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 달걀과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합성 비타민에 대한 불편한 진실 등 이 책에 나오는 웬만한 불편한 진실들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걸로 보아 그동안 내가 건강에 영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가 알던 건강 정보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정보였다는 확신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가루는 글루텐이 나쁘다는 것만 알았지, 그저 이 밀가루 자체가 고기보다 더한 산성 식품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꽤 충격까지 먹었다.


   잠깐, 혹시 지금 "산성 식품이 대체 왜 안 좋은데?"라고 질문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 보겠다. 동물성 단백질인 고기와 유제품은 강한 산성 식품이라 이를 섭취하면 우리 몸은 산성화되고,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의 몸은 산성 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약알칼리성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데, 하필이면 그게 뼈 속에 있는 칼슘을 빼내는 일이다. 왜냐하면 칼슘은 산성을 중화시키는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몸속에서 잦아지면 뼈는 자연히 골다공증으로 진행되고, 칼슘 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환도 덩달아 생긴다. 그러니 칼슘이 풍부해서 마시면 뼈에 좋다고 광고해대는 우유는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할 정도로 무서운 식품이란 말씀. 더구나 우유에 들어 있는 여러 호르몬은 각종 암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콩이면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이 책은 '분리대두단백질'로 철저하게 깨부수어 주었다. 분리대두단백질이란 콩에서 지방과 당분만을 뽑아내 고기와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가공식품을 일컫는다. 콩에서 지방과 당분만을 뽑아냈다는 게 나쁜 게 아니고, 문제는 콩을 대두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는 거다(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픈 분들은 본서 165쪽부터 읽어보시길). 또한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이라면 그래도 좀 괜찮을 거라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달걀이 함유하고 있는 '오봄코이드'는 강력한 효소 저해제이고, '아비딘'이라는 단백질은 비오틴(비타민 B7)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달걀이 그리 좋은 식품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자연 건강법 실천에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생활 패턴보다는 덜한 나조차도 몇 년째 가족들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꾸준히 자연 건강법을 실천하다 보면 몰라보게 몸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고, 이 역시 나도 이미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몰랐던 자연 건강법에 대한 다양한 추가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어 몹시 좋았다. 또한 비타민 영양제보다는 제철 채소와 과일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간편하단 이유로 종합 비타민을 늘 복용해왔던 나의 태도를 이번 기회에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대체 몸이 건강해지고 편안해지는 자연 건강법을 이용한 음식 섭취 방법은 뭐가 있을지 궁금한가? 이 책 3부~5부를 찬찬히 읽다 보면 그 해답들이 보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책의 끄트머리에 본인의 식생활 패턴까지 적어놓았는데,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저자가 아내와 하루 동안 왜 이렇게 섭취하는지 충분히 공감하게 될 거다.


   끝으로 자연 건강법을 이용한 영양소 섭취 방법에 대해 몇 가지 힌트를 주자면 다음과 같다. -당연히- 가공식품을 멀리할 것, 아침엔 되도록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말 것,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발효된 콩과 같은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것, 현미는 무척 좋은 탄수화물이고 발아현미는 더더욱 좋다는 것, 그리고 생식을 할 수 있는 식품은 되도록이면 익혀 먹지 말고 생식을 할 것, 그리고 효소를 중요시할 것!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수명이 다 돼 새로 교체되는 세포에

어떤 영양소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건강한 세포가 생겨날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쇠약한 세포가 생겨나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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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채화 교실 - 매일매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윈저 지음, 이나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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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채화'. 이 매력적인 채색 기법과 나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 못하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완성한 포스터나 상상화, 석고 조각 등 이런 작품에선 -본의 아니게 자랑 같지만- 높은 점수를 늘 유지했다. 하지만 수채화는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다. 반 전체를 훑어보면 미술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안 다니는 학생은 수채화에서 늘 드러날 정도로 극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미술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전혀 부럽지는 않았던 것이, 그 아이들이 그려낸 수채화는 하나같이 기법이 똑같아 보여서 개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천편일률적인 수채화 작품들을 보며 멋진 수채화란 미술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자 안 그래도 친하지 않은 수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까지 가지게 되었더랬다. 하지만 그 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기저기서 보아온 아름다운 일러스트 속 수채 기법은 여전히 내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흔들어댔다. 그러다 결국(마침내!), 한 미술책의 효과적인 광고에 넘어간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수채화를 한 번 해볼까?' 하는 용기를 처음으로 조심스레 내어보게 되었다. 나에게 이 용기를 내게 해 준 책의 이름은 다름 아닌 <나만의 수채화 교실>.





한가로운 오후,

나만의 수채화 시간을 누려보세요.


[본서 면지에서]



   고운 색감의 수국화와 나뭇잎들이 넘실대고 있는 서정적인 표지부터 아주 그냥 내 맘을 흔들어대고 있는 책이다. 애초에 수채화를 조금씩 공부해보겠다고 난생처음 마음먹은 것도 어쩌면 이 책의 아름다운 표지와 면지에 적힌 저 짧은 글귀가 크게 한몫했을 거다. '나만의 수채화 시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물론 물감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여주고 있다는 흐뭇한 상상 아래 말이다. 그렇게 이 책과 함께 수채화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진 지도 거의 일주일이 되어간다.


   저자 '윈저'는 지인들이 초보자에게 맞는 수채화 교본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과 완벽히 일치하는 책이 별로 없어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전반에 걸쳐 초보자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게 잘 느껴진다. 이는 책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Q & A'와 'Tips'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모든 그림 견본에 저자가 쓴 종이, 물감, 붓의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음으로써 실용성을 더하고 있다.





   총 10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수채화의 기본 도구인 종이, 물감, 붓 등이 소개되고 있다. 종이 재료에 한해선 물감에서도 역시 제안하고 있는 '초보자를 위한 추천' 제품뿐만 아니라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를 추가로 적어놓은 게 눈에 띈다. 그 덕에 물감만큼 중요한 재료가 종이라는 걸 느꼈다. 또한 수채화 종이 표면에는 아교가 한 층 칠해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그래서 인터넷 쇼핑의 너무 낮은 금액의 수채화 종이를 살 경우 이 아교가 떨어져 나간 재고품일 확률이 굉장히 높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별표 세 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그림 재료를 찾으려면 반드시 연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데, 지금 나와 같은 속도라면 그 기간은 어마어마하게 길 거라 예상된다(...노력 없이 좋은 결과는 없을 지니).


   파트 1의 마지막에 저자는 수채화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따라서 하기'라며 단풍잎 그리기로 바로 워밍업에 들어가는데, 이걸 따라 그렸던 지난 일요일을 떠올리면 악몽처럼 느껴진다. 단풍나무의 잎과 열매를 그리는, 이 짧은 수업을 긴 시간 동안 따라 그린 뒤 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은 그 긴 세월 동안 내 그림 실력이 얼마나 많이 퇴보했는지, 그리고 그림을 틈틈이 그린다고 하며 얼마나 농땡이를 쳤는지, 그에 비해 저자 윈저는 스케치는 기본이요 수채 채색이 뛰어나다 못해 얼마나 수준급인지를, 또한 이 세상에 뽀글이 퍼머의 밥 아저씨 같은 사람은 많다는 걸 말이다.

   스케치할 때부터 그다지 편치 않았던 내 마음은 채색하는 동안 생각대로 되지 않는 붓 터치에 그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저자 윈저는 저렇게 예쁘게 잘만 색칠하는데, 나는 저리 번져 나가고, 이리 번져 나가고, 열매에 그린 줄무늬마저 삐뚤빼뚤... 하아. 파트 2의 조색까지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계를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이 책을 따라가며 바로바로 따라 그리려고 했던 노선을 변경해서 일단 책을 끝까지 읽어본 뒤따라 그리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조색, 색칠과 붓질, 색채 혼합 등 모든 파트들을 붓을 들지 않고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읽어 나가는 동안 여러 노하우와 팁들을 꽤 많이 얻었다. 앞으로 차차 실제 적용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일단 단풍잎으로 워밍업 할 때보단 이론상의 지식이 꽤 많아져서 흡족하다고나 할까. '아트마스킹 플루이드'와 '소금 뿌리기' 등 재밌는 기법들을 알아가며 멘붕이었던 내 마음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파트인 '간단한 일러스트 창작'은 커녕 사진을 보며 꽃을 그리는 단계조차 버거운 지금의 나지만, 서툴다고 한들 내가 수채화를 즐기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나는 수채화랑 친해지기로 결심했고, 그 길에 이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가득한 <나만의 수채화 교실>이 많은 도움을 줄 거라 기대한다.

   저자 윈저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수채화라는 장르는 엄격하지 않고 정교하게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소박하지만 자유롭게 그리는 것도 굉장한 재미가 있지요.

우선 여러분만의 화풍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1장 때 그린 그림을 보면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본문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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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 ‘짜장면’ ‘막걸리’ ‘도깨비’ 등으로 새롭게 역사를 읽는 시간! 단어로 읽는 5분 역사
김영훈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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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니, 이런 국사책이 왜 이제야 나온 거냐고오오옷...!"

   어젯밤 저녁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를 다 읽고 허벅지를 찌르며 내가 한 말이었다. 이렇게 술술 잘 익히고 쉽게 넘어가는 국사 관련 책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부족한 그날 수면량을 국사 수업 시간이면 다 채울 수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제야 이런 책을 만나게 된 것이 그저 슬프기만 했다. 한국사 수업이 대체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물으신다면,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도 나는 담임 선생님이 한창 수업 중인 단상 바로 아래 위치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잠을 잘만 잤을 정도였다(그래서 그 담임 선생님이 날 그다지 맘에 안 들어 했다는 것은 보너스-). 세계사 수업 시간에는 이 정도로 지루하지 않았는데, 같은 역사 수업 시간임에도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키워드로 만나는 국사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특정 키워드를 유물이나 기록보다는 어원을 통해 그 키워드와 관련된 한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고대부터 시작해서 고려, 조선 탄생 시점, 조선 시대, 근대화 시기까지 총 4개의 챕터로 분할되어 그 속에 여러 키워드가 수록되어 있다. 난 술술 너무 잘 읽혀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그냥 읽어나갔지만, 반드시 분류해놓은 챕터를 다 읽은 후 다음 챕터로 넘어갈 필요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읽고 싶은 키워드만 쏙쏙 골라내어서 읽어도 상관없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키워드당 수록된 콘텐츠는 5분이면 다 읽고도 남는다. 그래서 제목에 '5분'이 들어가 있나 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는데 먼저 '씨가 먹히다'라는 말은 씨앗과 관련된 말일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길쌈 풍습의 씨줄과 날줄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자어 '호초 胡椒'에 그 어원이 있는 향신료 '후추'는 고려 때 유입이 되었다는 걸 이인로의 [파한집]에서 알 수가 있는데, 귀하고 비싼 값에 거래되던 후추는 조선에 와서도 국내에서 재배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속상한 사실 덕에 대항해 시대 속 서구 열강의 침략을 피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니,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이었다. 또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의미를 담은 '이판사판 理判事判'이란 단어는 불교의 승려들이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 고려 때의 특권을 박탈 당하는 바람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했던 행동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판승'은 수행에만 전념하는 스님을 뜻하고 '사판승'은 사찰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스님이란 뜻이다. 불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사찰의 잡일을 전담해야 하는 스님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로부터 비롯된 단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무척 좋아하는 '호떡'은 중국이 중앙아시아로부터 들여왔다고 하여 '오랑캐의 떡'이라는 의미로 붙인 걸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온 것에 그 어원이 있다. 놀랍게도 호떡의 초기 모습은 인도의 '난'처럼 화덕에 구운 밀가루 빵이었다고 하니, 지금의 꿀과 견과류가 가득한 모습과 비교하면 괴리감마저 느껴진다.





   각 키워드마다 실린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콘텐츠가 조금만 더 자세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따금 각 키워드 아래 '1분 한국사'라는 짧은 설명글이 실려있다는 사실이 그 아쉬움을 그나마 보충해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키워드마다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걸 보면, 학습 동기를 자발적으로 유발한다는 것에 꽤 큰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알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는 건, 내가 그 키워드에 대해 재미를 느꼈다는 반증일 테니까 말이다.


   한국사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괴로웠던 나와 같은 사람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국사책이다. 우리나라의 지루한 국사책이 이렇게 흥미롭게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국사 교과서를 '입문 편'과 '심화 편'으로 나누어 입문 편을 이렇게 키워드 형식으로 만들어 편찬한다면 대박을 치겠단 생각이 든다. 입문 편에서 키워드를 바탕으로 그에 관련된 사료를 통해 재밌고 간략하게 공부한 후, 연대순으로 좀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면 심화 편을 펼쳐보는 식으로 말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사 수업 = 수면 시간'이란 오명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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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이웃 편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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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


[본문 21쪽]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의 이메일을 통해 널리 퍼졌던 '100명의 마을(혹은 '만약 세계가...')'이란 이야기는 1990년경 환경학자이자 인구문제 전문가인 '도넬라 메도스' 박사에 의해 쓰인 '마을의 현황 보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글 초반 인용구는 제가 며칠 전 읽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웃 편>에 나온 글귀인데요. 정확히는 그 유명한 이메일을 재구성한 이케다 가요코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원본인 도넬라 메도스의 '마을의 현황 보고'의 첫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100명의 마을'이란 이메일이 한창 돌고 있을 때 이메일을 통해서 이 이야기를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쯤 이 이메일이 재구성되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책으로 엮어져 나왔을 때는 읽어보았지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저의 좀 독특한 습관 하나 때문이었는데요. 그건 바로 평소 별거 아닌 작은 일상에서조차 전 지구적 관점에서 고찰해보길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어컨을 켜거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그런 사소한 일상에서 말이죠. 그래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런 거시적 관점으로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라며 무척 반갑게 읽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다 읽은 후 일주일간 자꾸만 아득히 멍해지는 머리를 애써 추스르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있어요. 평소 아무리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길 좋아했더라도, 세세한 숫자와 함께 알려주는 지구의 생각지도 못한 현 모습에 충격을 받지 않기란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1000명 중 200명이

마을 소득의 4분의 3을 벌고 있습니다.

다른 200명의 수입은

마을의 소득 중에서 겨우 2%입니다.


70명밖에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중 몇 명은 혼자서 2대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본문 31쪽]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웃 편>은 도넬라 메도스 박사의 '마을의 현황 보고'를 메인으로 실은 책입니다. 마을의 사람 수가 100명이 아닌 1000으로 설정되어 있는 데다, 처음 읽어 보았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어보았는데요. 추억을 되짚는다는 느낌으로 책을 펼쳐든 저는, 꽤 우울한 채로 책을 닫아야 했습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기 시작하며 했던 생각들과 책을 다 읽은 후 이틀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꽤 다른 편인데요. 생각이 상반되게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하고 깊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정치학자이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영어 번역자인 '더글러스 루미즈'의 에세이 부분과 책 후반부를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도넬라 메도스의 '마을의 현황 보고' 파트를 읽은 직후만 해도, 과거에 읽었던 글처럼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됨과 동시에 기본적인 의식주가 전혀 안 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애석함을 느끼며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세계 마을'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단계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난 후 책에 실린 이해인 수녀, 국제기관단체인 한비야, 서홍관 의사의 에세이를 연이어 읽으며 그분들의 좋은 생각들에 대해 곱씹어 보며 음미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더글러스 루미즈의 에세이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뒷이야기 챕터를 읽고 나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몹시 우울해진 채로 책을 덮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 시작했을 땐 꽤나 많았던 하고 싶은 말들을 지금 와서 하려니 흡사 '아무것도 모르겠다'와 같은 침묵만 되려 불러오네요.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세계 경제, 그렇기에 이대로는 애초에 개선될 수 없는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곤층의 극한 생존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기는커녕 오늘도 '빈곤은 빈곤으로서 발전해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중략)

그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금 당장' 도와주어야 한다.


[본문 81~82쪽]



   위에 인용해놓은 한비야의 말도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인 2003년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얼마큼 달라졌을까요? 더글러스 루미즈가 -에세이를 쓴- 2002년에 이미 지적한 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의 힘 있는 주요 기구들은 세계경제가 감속하는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더욱 성장을 촉진시킬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과 같은 국가의 제로 성장률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까지 합니다. 루미즈의 말대로 1972년 도넬라 메도스 박사가 공저했던 <성장의 한계> 같은 책은 마치 쓰여지지도 않았던 것 같이 느껴집니다.

   <성장의 한계-로마 클럽 인류 위기의 리포트>에서 도넬라 메도스 박사는 유한한 지구 환경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세계 인구와 공업화, 공해, 식량 감소, 자원 감소가 결국 인류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략 100년 정도면 말입니다. 세계의 주요 기관과 각국의 정부는 여태껏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나요? '장기적인 노력'이 제대로 되고 있긴 한가요? 불평등을 전제로 한 현재의 경제 시스템으로는 전 세계의 극빈국과 극빈곤층을 영원히 구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본주의 산업시스템으로의 초대는 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비야의 주장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요.





   당장 답도 없는 이 문제에 대해 이틀 동안 생각에 잠기며 골머리를 앓았더니 나중에는 머리에 쥐까지 났습니다(허허허..).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 아래에선 아무리 개개인이 바뀐다 한들 그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한계가 있는 이 지구처럼 말이죠. 인류가 불러온 파멸에 의해 지구가 쫑 나기 전에 경제 성장을 동결하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 이후의 말로는 뻔합니다. 헌데 그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아니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머나먼 일로만 취급할 건가요?


   어쩌면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말입니다. 이제는 정말, 정말로 경제 성장을 멈추고 다 같이 '춤을 출'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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