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맨 비룡소의 그림동화 252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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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언맨, 앤트맨, 스파이더맨... 그리고 케첩맨.

   으음...? 케첩맨이라고? 그런 희한한 맨이 세상에 어딨어?!


   그런 희한한 '맨' 바로 여기 있습니다. 마치 호빵맨을 연상케하는 음식으로 이루어진 맨, '케첩맨'이 말이죠. 하하하.

   그림책 <케첩맨>의 케첩맨은 말이죠, 몸통을 누르면 새빨간 케첩이 튀어나옵니다. 딱히 히어로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그리 평범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맨'이라고나 할까요.





   케첩맨은 늘 거리를 쏘다니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며 떠돌아다녔답니다. 여느 날과 같이 거리를 걷던 케첩맨은 감자튀김 전문점을 발견하는데요. 곧장 감자튀김 전문점 주인에게 찾아가 케첩을 팔아보라고 용기 내어 권합니다. 하지만 주인은 케첩맨의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때마침 감자튀김 일손이 부족하니 감자튀김 아르바이트를 하라며 일을 시키는군요.

   그날 바로 시작된 특별하고도 고된 감자튀김 훈련!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감자를 튀기는 일이라는 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케첩맨은 주인의 호통을 들으며 한밤중까지 감자 튀기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그 후로도 계속 감자만 튀기는 고된 날들 속에서, 케첩맨은 자신을 보여 줄 기회가 좀처럼 없음에 공허함을 느끼나 봅니다. 매일 밤늦게 돌아와 베란다에 서서 거리의 불빛을 홀로 바라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토메이로 박사'라고 소개하는 토마토 머리의 이상한 손님이 나타났어요. 토마토 꼭지가 수염이자 코이기도 한 토메이로 박사는 그 생김새가 정말 기이하게 생겼어요.



박사는 케첩맨을 손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저걸 주게."


[본문 10쪽]



   토메이로 박사의 주문에 난감해하던 주인은 케첩맨을 불러 케첩을 주문합니다. 주문한 케첩을 받아든 박사가 케첩을 핥았는데요. 어라, 박사의 토마토 머리가 살짝 커진 것 같은데요? 참 이상한 일이군요. 주인은 그러든가 말든가 케첩이 팔렸다고 그저 좋아하기만 합니다. 케첩맨은 처음으로 케첩을 팔았던 탓인지 좀 얼떨떨한 기분인 채로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 날 또 나타나 케첩맨을 가리키며 '저걸' 달라고 말하는 토메이로 박사. 주문한 케첩을 받은 박사가 케첩을 먹을 때마다 머리가 점점 커지는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어요! 케첩이 계속 팔리긴 했지만 케첩맨은 이 상황이 그다지 달갑진 않았어요.


   그리고 그다음 날 박사는 또 나타나 케첩맨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걸' 달라고 주문합니다. 계산대에 서 있던 케첩맨이 꾹 참다 웅크렸던 가슴을 펴고 박사를 올려다보던 그때, 어라? '쭈우웁' 하는 소리와 함께 박사가 케첩맨의 뚜껑 끝에 직접 입을 대고 맛보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 무슨 기묘하고도 이상한 일이죠? 케첩맨에게 직접 입을 대다니! 대체 토메이로 박사는 왜 자꾸 케첩맨의 케첩만 핥아대는 걸까요? 그리고 박사에게 붙잡힌 케첩맨은 어떻게 될까요?





   이름만 '맨'일 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마음속에 갈망이 가득한 청년층과 비슷한 삶을 사는 케첩맨의 하루하루가 참 고되어 보이네요. 케첩맨이 뭘 할 수 있는지는 궁금해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도대로 따라오라고만 강요하는 감자튀김 전문점 주인이 참 야박합니다. 케첩맨을 그저 기계 속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안쓰러운 케첩맨이 토메이로 박사를 만나면서 자신의 쓸모를 일단은 발견하게 되지만, 기묘해 보이는 박사 덕에 그마저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매일 감자튀김 전문점을 찾아와 케첩에 집착하는 박사마저도 돈이라는 무기로 그저 케첩맨의 단물만 쭉쭉 빨아먹으려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만화나 영화 속의 히어로들은 자신의 쓸모를 나름 인정받으며 잘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이 그림책 속 케첩맨은 인정은커녕 당장 눈앞의 고달픈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부터가 시급한 문제입니다(히어로이면서 생계유지가 힘든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처럼 말이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도 서러운데, 매일 생계 걱정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몹시 안타깝습니다. 석양이 지는 길거리를 지친 몸으로 걸어가는 케첩맨의 뒷모습에서 히어로들처럼 자신 있게 활개를 치고 싶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는 많은 이들-특히 청년층-의 뒷모습이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겠죠?


   그저, 어떻게 해서든 견뎌내라고, 견뎌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바로 슈퍼 히어로라고,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가치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비겁하게 물러서지는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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