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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0
고미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이한우의 <한국은 난민촌인가>를 읽고 난 후에 읽은 책세상의 두 번째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김융희의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과 김영건의 <철학과 문학 비평, 그 비판적 대화>까지 포함하면 총4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총4권의 책세상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세상 문고에 어떤 일관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책세상 문고가 어떤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책세상에서 엮어내는 문고는 아직 비주류다. 그러니까 메이저 출판사에서 펴내는 것들과는 다른 흐름, 즉 출판의 혹은 인문학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주제를 새로운 필진으로 하여금 엮어낸다거나 혹은 묻혀있던 주제를 재차 발굴하여 엮어낸다는 점이다. 이것이 책세상 문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었던 고미숙의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라는 책 또한 그 성격이 책세상의 노선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고미숙이 몸담고 있는 연구공간 ‘너머’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근대성’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이다. 고미숙은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표제문에서 이 책이 밝히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근대성은 주로 이론이나 운동사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다. 내재적 발전론이나 근대화론을 중심으로 전개된 근대성 논의의 저변에는 파행이 아닌 정상적인 과정, 이상적인 형태로서의 근대가 명료하게 상정되어 있다. 이러한 암묵적인 전제가 그간 인문학의 연구를 관통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로 인해 한국의 근대는 미화되거나 과잉 해석되어온 감이 있다.
이 책은 우선 이러한 척도들에서 벗어나 근대가 태동하는 현장에서 근대의 기원을 사유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기원으로의 회귀가 아닌, 기원에서 일어난 전도 과정을 통해 기원을 전복하는, 즉 근대성의 외부를 사유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정확히 백 년 전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근대적 주체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새로운 주체 구성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이 탐색은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을 단초로 진행될 것이다.」
표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고미숙의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는 근대성의 외부에서 사유하는 작업, 즉 근대를 맞이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사유하기를 천명한다. 때문에 고미숙의 작업은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일 수 있다. 고미숙의 작업이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작업이라는 것이 당시에 발행된 신문을 꼼꼼히 읽어내려 가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미숙이, 연구공간 ‘너머’가 ‘한국의 근대성’을 파헤쳐 보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야심찬 기획이기도 하다. 적잖은 용기 없인 시도해 볼 수조차 없는 기획이라는 판단이다.
고미숙이 밝히고 있는 근대 계몽기란 “구체적으로 1894년부터 1910년까지의 시기, 즉 청일전쟁, 갑오농민전쟁, 갑오개혁 등 근대적 전환의 기폭제가 되는 사건들의 연대이고, 종착점인 1910년은 잘 알다시피 본격적인 식민지 수탈로 접어드는 연대”라고 규정하면서 근대 계몽기는 문자 그대로 우리의 근대가 시작된 ‘기원의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것은 “단지 중세 봉건 체제에서 근대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했다는 거시정치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유체계와 삶의 방식, 규율과 습속 등 구성원 개개인의 신체를 변환시키는 차원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제 개항으로 인해 느닷없이 유입된 ‘근대에 대해 당시의 구성원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단순한 질문이 고미숙의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가 쓰여지게 된 출발점이 된 것은 췌언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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