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땅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9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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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말해서, 무릇 소설이 삶의 반영이라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 소설은 질질끌고 있었다. 한달음에 읽어내릴 수 없도록 나를 유폐시켰다. 그것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자폐적 의식에서 기인했으리라.

소설은 종내 독자를 유페시키고 작가의 비극적 세계인식의 편린들로 극광을 뿜어내었다. 그것은 현실이 삶에 가하는 혹독한 형벌의 단말마였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그들에게 있어 역사는 자기와는 무관하기만한 '무엇'이라는 점에서(여기서는 '무엇'이라고 할 밖에는 도리가 없다.

이 소설 속에서 '역사'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 역시 '역사'에 대해선 생각조차 갖고 있지 않다.) 닮아 있다. 이들은 그저 제 생의 한켠에 편안히 누을 수 있는 자리 하나 갖고 싶었던 소박한 보헤미안들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들에게 가하는 무시할 수 없는 억압은 이들을 철저히 이데올로기의 허울로 결박한다. 움쩍달싹하지 못하는 이들은 좀체로 그 허위를 보지도 못하고 벗어버릴 수도 없다. 이들은 그저 '피리부는 사나이'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는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다. 소설은 바로 '피리부는 사나이'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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