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절반의 삶에 머물러 있는가 - Why are you settling for half a life?
고윤 지음 / 스토리메이커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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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절반의 삶에 머물러 있는가』- 왜 나는 내 삶에 절반만 들어가 있었을까,남은 절반을 채우기 전에, 먼저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지 묻게 되는 책


Why are you settling for half a life?


✍🏻 저자 : 고윤 

🏢 출판사 : 스토리메이커스



🎯 ‘절반의 삶’이라는 말이 마치 지금까지의 시간을 채점하는 것처럼 들린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사실 너는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고 말하는 책이라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 거절하지 못한 관계, 해야 한다고 여겨 맡아온 역할에 나는 얼마나 진심이었는가. 스물네 살에 혈액암을 겪은 고윤에게 이 질문은 관념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확인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41명의 사상가를 불러오는 방식도 정답을 모아놓은 목록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빈 곳을 찾아가는 긴 탐색처럼 읽힌다.



🔖 “당신은 충분하다.” 짧은 문장인데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부족하다는 감각이 사실이 아니라 오래 반복해서 들은 말의 흔적일 수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더 해야 하고 더 증명해야 안심되는 삶을 성실함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자는 멈추지 못하는 노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문제는 얼마나 달렸느냐보다 그 달리기를 재촉한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에 있다. 익숙한 목소리라고 반드시 내 판단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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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를 다룬 부분에서는 빨리 답을 얻고 싶어 하는 태도가 오히려 눈에 들어온다. 관계가 맞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우리는 자꾸 결론부터 요구한다. 하지만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동안 사람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답이 없어도 살아진다”는 말은 체념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성급한 확신으로 삶을 닫지 않는 쪽이다. 내가 누구인지 계속 묻는 사람은 남이 붙여준 이름만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답보다 질문이 먼저 방향을 바꾸는 순간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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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가 높은 관직을 거절하고 “진흙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겠다”고 한 일화는 성공을 버린 사람의 낭만으로만 읽기엔 아깝다. 저자가 짚는 것은 ‘채워짐’이다. 일정과 관계, 역할과 정보로 빈틈없이 채우면서 그것을 잘 사는 증거처럼 여기지만, 그렇게 가득 찬 자리에는 정작 내가 들어설 공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비움은 무엇을 포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여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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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했고 병들었으며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도 못했지만, 쓸 수 있는 날에는 썼다. “당신도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문장이 거창한 자기계발의 구호를 비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을 완성된 결과로 증명하는 대신 오늘이라는 단위를 실제로 살아내는 쪽을 보여준다. 절반에서 온전함으로 간다는 것도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더라도 적어도 오늘의 선택에 내가 조금 더 들어가 있는가. 그 정도부터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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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명의 사상가와 작가를 한 권에 연결하는 방식은 생각의 입구를 넓혀주지만, 인물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독자에게는 전환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타인의 말을 빌려 내 삶을 대신 설명하려 하기보다 결국 질문을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다. 방향 없이 계속 달려왔거나, 내가 선택한 것과 떠밀려 선택한 것을 한번 구분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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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해준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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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건강을 챙기다가 삶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몸을 더 잘 관리하는 법보다, 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묻는 책


✍🏻 저자 : 해준 

🏢 출판사 : 힘찬북스(HCbooks)



🎯 25년 넘게 트레이너로 일해 온 저자의 책이라는 점. 첫 장면부터 체중계가 나온다. 더 정확한 숫자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숫자에 하루의 기분을 맡겨버린 사람의 이야기. 건강을 잘 챙기려는 마음과 몸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갈라지는 걸까. 



💪 숫자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고, 목표를 이룬 뒤에도 다음 목표가 바로 생긴다. 읽다 보니 건강을 잘 챙기는 법보다 내가 건강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있는지가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 질문이 예상보다 불편하다.




💪  목표 체중에 도달한 사람이 곧바로 바디라인을 고민하는 장면은 꽤 익숙한 구도로 보였다. 부족함을 해결하면 만족이 올 줄 알았는데, 부족함의 대상만 바뀐다. 저자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결승선 자체가 없는 구조를 짚는다. 건강을 향한 노력이 어느 순간 나를 계속 평가하는 일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성실함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멈춤도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여기서 생긴다.




💪  식단과 운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더 지치고,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대목에서는 ‘관리’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몸을 고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몸의 신호는 방해물로 취급하고 있었던 셈이다. 배고픔과 피곤함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만들면 몸과 나는 같은 편이 되기 어렵다. 숫자가 감각을 대신하는 순간, 건강은 삶의 배경이 아니라 하루를 점검하는 규칙이 되어버린다.




💪  쇼펜하우어의 욕망과 니체의 관점이 등장하지만, 철학을 과시하려는 쪽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목표를 이루어도 곧 다른 결핍을 찾는 몸 관리의 습관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특히 운동이 의무에서 선택으로 바뀌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쉬어도 된다고 허락했을 때 오히려 다시 움직이고 싶어지는 역설. 건강이란 더 강하게 붙드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붙잡고 있던 기준을 조금 옮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의 강점은 건강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위해 삶 전체를 긴장시키는 태도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다만 철학자의 문장이 현재의 건강 강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독자에 따라 연결이 다소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25년 현장에서 몸을 지켜본 사람이 자신의 확신까지 다시 묻는 태도는 설득력이 있다. 숫자와 루틴에 지친 독자라면, 정답을 찾기보다 자기 몸과의 관계부터 다시 보고 싶은 순간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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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쟁 -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중국의 민족주의를 형성하는가
래너 미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언더스탠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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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쟁』- 중국은 왜 아직도 전쟁 이후를 살고 있는가,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현재의 국가를 만든다


CHINA’S GOOD WAR: How World War II Is Shaping a New Nationalism 


✍🏻 저자 : 래너 미터 Rana Mitter 

✍🏻 옮긴이  : 유강은 

🏢 출판사 : 언더스탠드


🎯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이라고 했을 때 나는 중국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았다. 유럽 전선과 미국, 일본의 기억이 훨씬 익숙했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사를 연구해 온 래너 미터는 바로 그 익숙함의 바깥에서 질문을 던진다. 중국은 왜 지금 다시 전쟁을 말하고, 한때 적이었던 국민당의 항전까지 복원하며, 그 기억을 오늘의 국가 정체성과 국제질서에 연결하는가. 시선은 현재의 중국 쪽으로 옮겨간다.




🔖 제2차 세계대전의 중국 이야기가 일본 침략과 피해의 역사에 무게를 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래너 미터는 시작부터 다른 새로은 기준을 말한다. 중국이 전쟁을 설명할 때 핵심에 둔 것은 자유보다 ‘질서’였다는 지점이다. 같은 전쟁을 치렀어도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달랐다. 이 차이를 따라가자 익숙했던 연합국의 전쟁 서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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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 시대에 주변으로 밀려났던 국민당의 항전이 개혁개방 이후 다시 불려 나오는 과정은 꽤 복잡하다. 공산당이 과거의 숙적을 인정해서라기보다 계급 대신 민족을 묶어낼 더 큰 서사가 필요해졌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충칭의 폭격 기억과 장제스의 흔적이 도시의 공적 기억으로 복원되는 장면을 읽으며, 역사에서 지워진다는 것이 단순한 망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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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전쟁 기억이 박물관이나 교과서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와 방송, 인터넷, 지역 기념관을 거치며 기억은 계속 모양을 바꾼다. 일본의 야만성을 말하는 듯하다가도 실제로는 오늘의 중국이 어떤 국가이고 싶은지를 비추는 경우가 많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과 현재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하면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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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자신을 단순한 전쟁 피해국이 아니라 1945년 이후 질서를 함께 만든 승전국으로 설명하려 한다. 카이로 회담과 반파시즘 전쟁의 기억이 여기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경제력과 군사력만 보고 중국을 읽으면 놓치는 것이 있다는 말이 이해된다. 결국 중국이 요구하는 것은 힘의 인정만이 아니라 ‘정당한 강대국’이라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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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중국의 전쟁 기억을 하나의 선전 공식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학계, 지역 기억, 영화, 인터넷, 외교까지 여러 층으로 나눠 보여준다. 다만 사례가 촘촘한 만큼 중간중간 논지가 흩어져 보이는 구간도 있다. 그래도 중국의 현재를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만으로 읽어왔던 독자라면 다른 좌표를 얻을 수 있다. 역사와 현재가 서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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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를 읽다
엘런 F. 데이비스 지음, 손승우 옮김 / 복있는사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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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를 읽다』-  익숙한 말씀 앞에서 다시 낯선 독자가 되는 일

안다고 생각했던 텍스트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순간

Wondrous Depth


✍🏻 저자 :엘런 F. 데이비스 Ellen F. Davis 

✍🏻 옮긴이 :  손승우

🏢 출판사 : 복있는사람



🎯 성서를 오래 읽는 것과 성서를 깊이 읽는 것은 같은 일일까. 『구약성서를 읽다』를 펼치기 전에는 구약 해석과 설교를 다루는 책이니 어느 정도 전문적인 논의를 각오했다. 그런데 엘런 데이비스가 처음 건드리는 것은 지식의 부족보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다. 익숙함이 이해의 증거가 아니라 더 읽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 지적 앞에서 이 책은 설교자를 위한 책이라는 첫인상보다 내가 성서를 어떤 자세로 읽어 왔는지를 묻는 책에 가깝다.




🔖 “텍스트 자체가 정말로 말을 건네 온다”는 폰 라트의 말에서 좋은 설교에는 ‘지적인 모험’이 있다는 표현도 흥미롭다. 이미 배운 내용을 능숙하게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본문 앞에서 설교자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일이라니. 그렇다면 성서를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익숙함이 될 수도 있겠다. 텍스트에 답을 요구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안다고 전제했는지부터 살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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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카시아누스가 묘사하는 시편 읽기는 시편을 반복해 기도하다 보면 옛 예언자의 말이 어느 순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과한 표현처럼 읽혔지만, ‘제2의 본성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얻는다’는 설명을 지나며 뜻이 달라진다. 시편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과 시편의 언어로 기도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나는 성서의 문장을 이해하려고는 하면서 그 문장이 내 언어가 될 만큼 반복해서 읽고 있는가. 질문은 의외로 단순한 곳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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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의 정밀함’이라는 말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단어를 붙여 놓는다. 성서에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원하는 의미를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정답 하나를 확인하고 읽기를 끝내는 것도 데이비스가 말하는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텍스트를 벗어나지 않는 읽기, 낯설게 보되 정밀함을 잃지 않는 읽기다. 특히 익숙한 구절에 “허를 찔릴 각오”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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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조의 말과 실제로 ‘설교하는’ 설교를 구분하는 장면은 신학적 논의를 꽤 현실적인 자리로 끌어온다. 훌륭한 잔소리는 사람을 몰아세울 수 있지만 마음까지 움직이지는 못한다. 반대로 참된 설교에서는 설교자의 인격과 언어조차 텍스트의 쓰임을 받는다고 한다. “텍스트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조금 더 여지를 주는 것.”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좋은 설교자의 존재감이 오히려 작아지는 역설이 보인다. 말하는 사람이 앞에 서 있는데도 결국 듣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말솜씨가 아닌 본문이어야 한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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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런 데이비스는 구약을 설명해야 할 오래된 자료보다 지금도 말을 걸어오는 현존으로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성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 익숙한 본문이 다시 낯설어질 자리를 남겨 두고 있는지가 더 신경 쓰인다. 다만 강연을 바탕으로 한 만큼 설교와 주해의 논의가 촘촘해 일반 독자에게는 몇몇 대목의 진입 장벽이 있다. 그럼에도 성경을 여러 번 읽어 이제는 내용을 안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오히려 꼭 읽어주길 바란다. 다음번에는 익숙한 한 구절 앞에서도 조금 다르게 서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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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아이템 도감 - 장면에 서사를 더하는
야마우타 지음, 송해영 옮김 / 모스그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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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아이템 도감 - 장면에 서사를 더하는』- 사물 하나가 장면의 이야기를 바꾸는 순간,무엇을 그릴지보다, 왜 그곳에 두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책


物語が動き出す演出アイテム図鑑 387アイテム+演出例 


✍🏻 저자 : 야마우타 (山うた) 

✍🏻 옮긴이 : 송해영

🏢 출판사 : 모스그린



🎯 분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이템을 왜 그려 넣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사물을 골라 넣는 일이 장식이 아니라 장면의 의미를 정하는 일이라면, 내가 평소 그림이나 이야기를 볼 때 놓친 것도 꽤 많았을 것 같다.





🔖 책을 펼치기 전에는 387개의 아이템을 정리한 자료집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 장에서부터 물건을 ‘그릴 대상’이 아니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장치’로 보는 시선이 먼저 들어온다. 카페 장면에 메뉴판, 서빙 로봇, 반쯤 남은 음료를 더하자 인물들의 시간과 관계가 생긴다. 사물이 많아진 게 아니라 장면 안에 이유가 생긴다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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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없음’을 벚꽃이나 비눗방울, 아침 이슬, 필름 카메라 같은 아이템으로 풀어내는 대목은 꽤 흥미롭다. 감정을 직접 그리는 대신 사라지는 것, 흔들리는 것, 빛을 통과시키는 것을 고른다. 그 선택만으로 장면의 온도가 달라진다. 특히 무엇을 넣을지보다 왜 넣는지를 먼저 정하라는 방식은 그림뿐 아니라 글의 장면을 구상할 때도 그대로 옮겨볼 수 있겠다. 사물을 보는 순서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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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을 반지와 오래된 사진으로, 연애 관계를 자전거와 스마트폰으로, 집착을 위치 추적기와 수신 기록으로 보여주는 구성은 이 책의 성격을 선명하게 만든다. 같은 ‘관계’라도 아이템이 바뀌면 장면이 곧바로 다른 방향으로 기운다. 대사를 길게 쓰지 않아도 물건 하나가 인물의 태도를 대신 말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예시가 직관적인 만큼 그대로 가져다 쓰면 익숙한 장면에 머물 위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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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 자체보다 배치와 빛, 실루엣, 우선순위가 더 중요해진다. 야마우타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해 온 사람이라서인지 설명은 이론보다 실제 화면에서 무엇이 먼저 보이는지에 가깝다. 정면을 향한 실루엣과 비스듬히 앉은 실루엣의 차이, 무엇을 빛에 두고 무엇을 그림자에 숨길지 같은 선택은 결국 연출이 ‘추가’보다 ‘선별’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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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창작자가 예시를 그대로 따라가면 표현이 정형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애나 집착처럼 익숙한 장치는 자기 장면에 맞게 비틀어 볼 필요는 있다. 그래도 사물을 서사의 언어로 보는 연습을 시작하기에는 꽤 실용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뿐 아니라 장면을 쓰는 사람, 무엇을 넣어야 할지 자주 막히는 창작자라면 한 번 펼쳐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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