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재용 옮김, 장시은 감수, 호메로스 원작 / 윌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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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돌아가는 길이 길어질수록, 영웅이라는 이름은 조금씩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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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제럴딘 매코크런 Geraldine McCaughrean

✍🏻 원작: 호메로스 Homer 

✍🏻 옮긴이: 김재용

✍🏻 감수: 장시은

🏢 출판사: 윌마



🎯 외눈박이 거인과 마녀, 세이렌, 바다 괴수, 신의 저주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장면들이 차례로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제럴딘 매코크런이 다시 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자꾸 보게 되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선택이다. 트로이 전쟁 10년을 견디고도 다시 10년을 떠돌아야 하는 사람. 그에게 고향은 목적지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길을 가장 멀게 만드는 사람 역시 오디세우스 자신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영웅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보다 ‘왜 저 선택을 했을까’를 묻게 된다.




⚔️  폴리페모스의 눈을 공격하는 장면은 숨 돌릴 틈이 없다. 노를 깎고 불에 달군 뒤 거인의 외눈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에는 트로이의 전사였던 사람들이 다시 보인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단지 영리한 사람이 아니다.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나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그 오만 때문에 포세이돈의 분노까지 불러들인다. 현명한 사람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이 오래된 영웅을 뜻밖에 가까운 인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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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케가 부하들을 돼지로 바꾸는 장면은 기괴한데, 스킬라와 카립디스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디세우스는 이미 알고 있다. 절벽에서 멀어지면 배 전체가 카립디스에게 삼켜지고, 가까이 가면 스킬라에게 누군가를 내줘야 한다. 모두를 살리는 답이 애초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지혜는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과 조금 달라 보였다. 내가 그 배의 지휘자였다면 여섯 사람의 희생을 알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키를 잡을 수 있었을까.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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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걸인의 모습으로 활을 잡은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 기다렸던 귀환이 완성되는 듯하다. 그런데 108명의 구혼자가 모두 죽고 연회장에 침묵이 내려앉자 나는 통쾌함만으로 이 장면을 넘기기 어려웠다. 페넬로페와 왕국을 되찾는 응징이면서 동시에 무서운 살육이기도 하다. 영웅의 폭력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오디세우스를 흠 없는 영웅으로 닦아 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귀환의 순간조차 생각보다 편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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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뒤의 부록이 의외로 꽤 쓸모 있었다. 작가 파일과 인물 사전은 복잡했던 이름을 다시 연결해 주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은 오디세우스의 실수나 가장 힘들었던 시련을 내 판단으로 되짚어 준다. 배와 항해, 왕궁 생활 같은 고대 그리스 세계의 설명을 읽으면 앞에서 지나쳤던 장면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야기를 다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다시 앞장을 들춰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고전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이런 전개는 꽤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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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럴딘 매코크런은 방대한 원전을 그대로 압축하기보다 모험의 속도와 장면의 힘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덕분에 고전이라는 부담은 줄었지만, 빠르게 넘어가는 몇몇 사건에서는 인물의 망설임이나 선택의 무게를 조금 더 붙잡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오디세우스가 용감하면서 두려워하고, 영리하면서 실수하며, 고향을 갈망하면서도 스스로 귀환을 늦추는 사람이라는 점은 선명하다. 완벽한 영웅보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간을 읽고 싶은 독자, 특히 《오디세이》가 어렵게 느껴져 아직 시작하지 못한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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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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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서열을 읽고 나니, 사람보다 내 시선이 먼저 보였다. 

✍🏻 저자 : 이클립스

🏢 출판사 : 모티브


🎯 사람 사이의 관계를 승패와 우위로만 설명하는 책이라면 금방 피곤해질 것 같다. 늑대의 ‘알파’ 개념이 뒤집힌 과정을 읽다가 예상이 빗나갔다. 힘센 한 마리가 무리를 누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와 관찰의 문제였다. 책은 누가 위에 있는지를 가르치기보다, 내가 왜 어떤 사람 앞에서 저절로 작아지고 또 누군가를 너무 빨리 판단하는지 그 보이지 않는 계산부터 들춰낸다. 이건 남의 서열만 구경하며 읽을 책은 아닌 듯했다.




🔖  힘센 수컷이 왕이 되는 단순한 판을 예상했는데, 드 발의 관찰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싸운 뒤 다시 껴안고 털을 골라주는 화해, 그리고 혼자 강한 루이트가 결국 고립되는 장면. “당신이 무너질 때 함께 손해 보는 사람”이라는 기준을 대입하니 힘을 개인의 능력으로만 보던 시선이 조금 어긋난다. 강함보다 연결이 자리를 지킨다는 설명은 꽤 현실적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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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 들어서자 책이 남의 서열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촌스럽다, 세련됐다, 유치하다는 말은 상대를 평가하는 동시에 내가 어느 세계의 기준을 익혔는지 드러낸다.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는 태도조차 새로운 지위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대목도 묘하다. 취향은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유를 말하는 방식에도 조건이 붙는다면 나는 무엇을 순전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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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주의’가 처음부터 칭찬의 언어가 아니었다는 대목에서 익숙한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능력에 맞게 자리를 정하는 것과 그 결과를 사람의 가치처럼 굳혀버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위에 선 사람이 자기 자리를 전부 자신의 능력으로 얻었다고 믿는 순간, 아래에 있는 사람의 실패도 개인 몫이 된다. 시험과 직업과 지위가 촘촘히 이어지는 사회를 떠올리면 이 논리는 멀리 있지 않다. 공정하다는 말이 누구의 확신을 키우는지도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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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서열을 읽고 이기는 기술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부버의 ‘나와 너’를 지나며 계산하지 않는 만남을 꺼내고, 높은 자리에 선 사람도 더 높은 무언가를 바라본다고 적는다. 앞의 날카로운 판독법과는 속도가 달라진다. 서열의 게임을 피할 수 없더라도 모든 관계를 그 안에 둘 필요는 없다는 것.몇 등인지보다 누구 앞에서 계산을 멈출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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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볼 때 서열부터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클립스는 드 발, 부르디외, 마이클 영, 부버 등 서로 다른 학자의 논의를 일상의 언어로 빠르게 이어 붙인다. 덕분에 복잡한 개념에 들어가는 문턱은 낮지만, 24명의 관점을 한 권에 연결하는 만큼 각각의 논의를 더 오래 붙잡고 싶은 독자에게는 전환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열에서 이기는 법’보다 내가 언제 사람을 재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책으로 읽고 싶다. 이유 없이 누군가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타인의 인정과 비교에 자주 흔들렸던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의외로 순위가 아니다. 나는 누구와 있을 때 상대를 위아래로 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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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인생 수업 - 길다고 자르지 말고 짧다고 늘이지 마라
임재성 지음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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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인생 수업 - 길다고 자르지 말고 짧다고 늘이지 마라』- 남의 속도에서 내려와 내 걸음을 찾는 시간,답이 많아질수록, 나는 왜 더 흔들리는가


✍🏻 저자 : 임재성 

🏢 출판사 : 문예춘추사



🎯 AI가 몇 초 만에 답을 내놓고 다른 사람의 삶을 손바닥 안에서 계속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2500년 전 장자의 이야기가 지금의 불안과 얼마나 가까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저자는 장자를 먼 시대의 철학자로 세워두기보다 비교하고 조급해하고 스스로를 소모하는 오늘의 삶 안으로 데려왔다. 읽기 전에는 ‘나답게 살라’는 익숙한 말로 흘러갈까 하는 경계도 있었다. 그런데 책은 생각보다 자주, 내가 문제라고 여겼던 것의 크기부터 다시 보게 해준다.





🔖 처음에는 ‘장자’를 오늘의 삶에 다시 가져오는 책이 얼마나 새로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곤이 붕으로 변해 구만 리를 오른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크기의 과장이 아니라 시선의 거리부터 달라진다. 눈앞의 실패와 타인의 말이 삶 전체처럼 커지는 순간, 문제 자체보다 내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답을 주기보다 먼저 시야를 옮기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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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를 모르면 자존심에 끌려간다’. 내 생각과 다른 말을 곧바로 틀렸다고 밀어내는 태도가 단순한 확신이 아니라 마음의 병일 수 있다는 장자의 시선, 충고가 공격처럼 들릴 때, 실제로 지키려는 것이 논리인지 상처 난 자존심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단단함이라고 믿었던 태도 안에 방어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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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걸음을 따라가다 내 발의 감각을 잃는다는 비유는 AI 시대라는 배경과 겹치면서 더 선명해진다. 빠른 답과 검증된 방식이 넘칠수록 남의 언어를 빌려 사는 일도 쉬워진다. 그런데 편한 길이 곧 내 길은 아니다.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내 몸에 맞는 리듬이 따로 있다는 말 앞에서, ‘잘하는 법’보다 ‘이게 정말 내 방식인지’를 먼저 물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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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과 막야 같은 명검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아껴 두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 역시 계속 쓰여야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얼마나 익숙한지 보게 된다. 빨리 빛나지 않아도 되고, 제때를 기다려도 된다. 다만 ‘견딤’이 무조건 미덕이라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서 놓을지는 여전히 내 몫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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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은 장자의 우화와 사유를 어려운 해설보다 오늘의 언어에 가깝게 옮겨 놓았다. 그래서 철학 입문자에게는 문턱이 낮지만, 장자 원전의 낯섦과 역설을 더 깊게 기대한 독자라면 설명이 다소 곧게 정리됐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비교와 속도에 지친 사람, 자꾸 남의 기준으로 자신을 재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주길 바란다. 책을 덮고도 정답보다 ‘내가 지금 무엇에 붙들려 있나’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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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절반의 삶에 머물러 있는가 - Why are you settling for half a life?
고윤 지음 / 스토리메이커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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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절반의 삶에 머물러 있는가』- 왜 나는 내 삶에 절반만 들어가 있었을까,남은 절반을 채우기 전에, 먼저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지 묻게 되는 책


Why are you settling for half a life?


✍🏻 저자 : 고윤 

🏢 출판사 : 스토리메이커스



🎯 ‘절반의 삶’이라는 말이 마치 지금까지의 시간을 채점하는 것처럼 들린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사실 너는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고 말하는 책이라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 거절하지 못한 관계, 해야 한다고 여겨 맡아온 역할에 나는 얼마나 진심이었는가. 스물네 살에 혈액암을 겪은 고윤에게 이 질문은 관념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확인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41명의 사상가를 불러오는 방식도 정답을 모아놓은 목록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빈 곳을 찾아가는 긴 탐색처럼 읽힌다.



🔖 “당신은 충분하다.” 짧은 문장인데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부족하다는 감각이 사실이 아니라 오래 반복해서 들은 말의 흔적일 수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더 해야 하고 더 증명해야 안심되는 삶을 성실함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자는 멈추지 못하는 노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문제는 얼마나 달렸느냐보다 그 달리기를 재촉한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에 있다. 익숙한 목소리라고 반드시 내 판단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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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를 다룬 부분에서는 빨리 답을 얻고 싶어 하는 태도가 오히려 눈에 들어온다. 관계가 맞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우리는 자꾸 결론부터 요구한다. 하지만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동안 사람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답이 없어도 살아진다”는 말은 체념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성급한 확신으로 삶을 닫지 않는 쪽이다. 내가 누구인지 계속 묻는 사람은 남이 붙여준 이름만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답보다 질문이 먼저 방향을 바꾸는 순간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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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가 높은 관직을 거절하고 “진흙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겠다”고 한 일화는 성공을 버린 사람의 낭만으로만 읽기엔 아깝다. 저자가 짚는 것은 ‘채워짐’이다. 일정과 관계, 역할과 정보로 빈틈없이 채우면서 그것을 잘 사는 증거처럼 여기지만, 그렇게 가득 찬 자리에는 정작 내가 들어설 공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비움은 무엇을 포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여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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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했고 병들었으며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도 못했지만, 쓸 수 있는 날에는 썼다. “당신도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문장이 거창한 자기계발의 구호를 비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을 완성된 결과로 증명하는 대신 오늘이라는 단위를 실제로 살아내는 쪽을 보여준다. 절반에서 온전함으로 간다는 것도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더라도 적어도 오늘의 선택에 내가 조금 더 들어가 있는가. 그 정도부터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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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명의 사상가와 작가를 한 권에 연결하는 방식은 생각의 입구를 넓혀주지만, 인물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독자에게는 전환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타인의 말을 빌려 내 삶을 대신 설명하려 하기보다 결국 질문을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다. 방향 없이 계속 달려왔거나, 내가 선택한 것과 떠밀려 선택한 것을 한번 구분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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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해준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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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건강을 챙기다가 삶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몸을 더 잘 관리하는 법보다, 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묻는 책


✍🏻 저자 : 해준 

🏢 출판사 : 힘찬북스(HCbooks)



🎯 25년 넘게 트레이너로 일해 온 저자의 책이라는 점. 첫 장면부터 체중계가 나온다. 더 정확한 숫자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숫자에 하루의 기분을 맡겨버린 사람의 이야기. 건강을 잘 챙기려는 마음과 몸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갈라지는 걸까. 



💪 숫자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고, 목표를 이룬 뒤에도 다음 목표가 바로 생긴다. 읽다 보니 건강을 잘 챙기는 법보다 내가 건강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있는지가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 질문이 예상보다 불편하다.




💪  목표 체중에 도달한 사람이 곧바로 바디라인을 고민하는 장면은 꽤 익숙한 구도로 보였다. 부족함을 해결하면 만족이 올 줄 알았는데, 부족함의 대상만 바뀐다. 저자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결승선 자체가 없는 구조를 짚는다. 건강을 향한 노력이 어느 순간 나를 계속 평가하는 일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성실함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멈춤도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여기서 생긴다.




💪  식단과 운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더 지치고,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대목에서는 ‘관리’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몸을 고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몸의 신호는 방해물로 취급하고 있었던 셈이다. 배고픔과 피곤함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만들면 몸과 나는 같은 편이 되기 어렵다. 숫자가 감각을 대신하는 순간, 건강은 삶의 배경이 아니라 하루를 점검하는 규칙이 되어버린다.




💪  쇼펜하우어의 욕망과 니체의 관점이 등장하지만, 철학을 과시하려는 쪽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목표를 이루어도 곧 다른 결핍을 찾는 몸 관리의 습관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특히 운동이 의무에서 선택으로 바뀌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쉬어도 된다고 허락했을 때 오히려 다시 움직이고 싶어지는 역설. 건강이란 더 강하게 붙드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붙잡고 있던 기준을 조금 옮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의 강점은 건강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위해 삶 전체를 긴장시키는 태도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다만 철학자의 문장이 현재의 건강 강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독자에 따라 연결이 다소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25년 현장에서 몸을 지켜본 사람이 자신의 확신까지 다시 묻는 태도는 설득력이 있다. 숫자와 루틴에 지친 독자라면, 정답을 찾기보다 자기 몸과의 관계부터 다시 보고 싶은 순간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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