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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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판은 보이는데, 이제 내 차례라는 생각 

🔺 저자 ; 이클립스 

🔺 출판사 : 모티브



🎯 나는 원래 싸움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싸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강해서 누군가를 이기는 기술이나 처세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손자병법부터 게임이론, 탈레브까지 한 권 안에 모였다는 점 .이클립스가 이번에는 왜 하필 싸움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진심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판 자체를 이야기하는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진심은 전략이 아니다.’ 나는 늘 결과를 실력의 문제로만 해석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실력보다 먼저 작동하는 구조가 있다고 말한다. 같은 능력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이야기. 불편했지만 이상하게 부정하기 어렵려웠다.




🔖 전쟁 이야기보다 일상의 풍경이 먼저 떠올린다. 말다툼에서 이겼는데 관계를 잃은 경험, 옳은 말을 했는데 분위기를 망친 순간들. 저자는 승리와 성공이 같은 말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현대의 직장, 인간관계, 협상으로 끌어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읽다 보면 이 책의 관심은 싸움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게임이론과 셸링의 초점, 탈레브의 바벨 전략이었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50달러 실험이나 면접장의 200대 1 경쟁 같은 사례를 통해 전략이란 결국 사람의 심리와 환경이 만나는 지점을 읽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모두가 정문으로 몰릴 때 옆문을 찾으라는 이야기는 단순한 취업 조언처럼 들리지 않았다. 경쟁이 심한 이유를 남 탓하기 전에 내가 서 있는 판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 ‘가장 읽기 어려운 판’은 그 판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 묘하게 남았다. 친구의 연애 문제는 잘 보이는데 내 문제는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의 실수는 금방 찾으면서 내 선택은 반복되는 이유. 좋은 수를 알아도 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유독 현실적으로 들렸다. 




📌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 전략서와 현대 사례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손자, 마키아벨리, 노이만, 탈레브 같은 이름이 등장하지만 학술서처럼 무겁지 않다. 오히려 유튜브 콘텐츠를 보듯 빠르게 읽힌다. 그래서 전략이나 게임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역사적 사건이나 이론의 복잡성을 깊게 파고드는 책이라기보다 핵심 원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데 집중한 책에 가깝다. 사람을 속이는 법이 아니라 판을 읽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데 늘 비슷한 자리에서 막힌다고 느끼는 사람, 실력과 결과 사이의 간격이 답답했던 사람이라면 이책을 권하고 싶다.그 판은 정말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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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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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리더십보다 자기 생각을 먼저 들여다보게 만든 책 

🔺 저자 : 탁민 오

🔺 출판사 : 탁희재



🎯 최근 리더십 관련 책들은 대부분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나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몇 장 읽지 않았는데 예상이 조금 달라졌다. 이 책은 사람을 움직이는 법보다 먼저 자기 안의 복잡함을 정리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직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도 결국 개인의 내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인지 리더를 위한 책이면서도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느낌이 라고 할까.


🔖 "대부분 자기 생각을 모른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리더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저자는 그보다 먼저 스스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조직의 혼란은 구성원보다 리더의 모호함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복잡함 속에서 핵심을 발견하는 능력.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명료함은 단순한 정리정돈이 아니라 방향을 만드는 힘에 가까워 보였다. 


🔖 저자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을 경계한다. "구체적인 것은 모든 사람의 언어다"라는 문장이 실제로 많은 조직이 협업, 도전, 성장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지만 사람마다 전혀 다른 장면을 떠올린다. 반면 구체적인 행동은 누구나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계속해서 구체화하라고 말한다. 조금 과할 정도로 반복하는데, 그 반복 자체가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좋은 리더란 결국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이 아닌지.


🔖 조직 문화는 문서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전파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훌륭한 리더를 카리스마 있는 영웅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게 되는 사람에 가깝게 설명한다. 애플 사례와 새로운 리더가 조직 문화를 바꾸는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사람은 말보다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 어떤 사람이 인정받고 승진하는지가 조직의 진짜 가치라는 넷플릭스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졌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슬로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이라는 점이 강하게 남았다.특히 들어가며에서 저자가 자신의 스케일러빌리티가 낮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는 고백은 의외로 담백했다. 그래서인지 책 전체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목소리보다 오래 고민한 끝에 정리한 메모처럼 읽혔다. 훌륭한 리더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한 엔지니어에 가깝다는 표현도 인상적이다.



📌 리더십 책은 종종 자신감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명료함』은 자신감보다 먼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내가 만든 기준은 정말 명확한가. 

다만 일부 장은 개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이 많아 이미 조직 운영 경험이 풍부한 독자에게는 다소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처음 팀을 이끌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반복이 오히려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특히 팀장, 창업가, 조직 운영을 고민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분명하게 정리하고 싶은 독자가 꼭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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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도 살아가는 네가 되기를 너 없이는 못 사는 내가 바란다 - 스레드를 웃고 울린 파선강 에세이
파선강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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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도 살아가는 네가 되기를 너 없이는 못 사는 내가 바란다』- 아이 발치 아래 작은 꽃 하나


🔺 저자 : 파선강

🔺 출판사 : 달먹는토끼



🎯 처음엔 제목이 너무 슬펐다.누군가를 끝내 놓아줘야 한다는 마음을 미리 준비하는 책 같아서였다. 그런데 몇 장 읽다 보니 이 책은 이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기 전에, 내가 모르던 세상을 계속 배우게 되는 일이었다는 걸 들려주는 책이었다.



🔖  아이는 점자 블록 위에 쌓인 눈을 발끝으로 밀어내고 있었고, 아빠는 늦겠다며 재촉한다. 그런데 아이는 “불편하실까 봐요”라고 말한다. 어른은 효율을 먼저 보는데 아이는 사람을 먼저 본다. 파선강은 그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다만 아이를 키우며 자신이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 “내가 이제껏 들어본 가장 무거운 무게는 3.2kg이었다.”

이 문장은 짧은데 이상할 정도로 나에겐 깊게 남았다. 대부분의 육아 이야기는 감동을 먼저 꺼내놓는데, 이 책은 두려움부터 보여준다. 처음 아이를 안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었다는 고백도 그랬다. 책임감이라는 말보다 먼저 압도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진짜 같았다. 파선강은 부모를 완벽한 존재로 쓰지 않는다. 흔들리고, 후회하고, 가끔은 자기 확신조차 없는 사람으로 남겨둔다. 



🔖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다가, 퇴근 후 거친 수염으로 자기 얼굴을 비비던 젊은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 아주 짧은 글인데 세월이 한 번에 겹쳐지는 느낌이다. 부모가 된 뒤에야 부모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 뒤늦게 부모를 읽어가는 과정의  기록 같다.



🔖 우유를 찾고 세제를 찾던 손님 이야기 같은 건 정말 생활 속 해프닝 그대로다.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데 웃겼다. 신생아 중환자실 이야기나,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자신의 삶이 달라졌음을 깨닫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감정을 세게 밀어붙이지 않는데도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천천히 젖는다.



📌 파선강의 문장은 대부분 짧다. 설명을 길게 늘이지도 않는다. 대신 장면 하나를 오래 남긴다. 보도블록 틈에 핀 꽃, 배려석을 씨앗의 자리라고 부르던 아이, 늦은 밤 오이를 썰던 부엌의 풍경 같은 것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붙잡는다.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난다.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책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책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랑을 정답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붙잡는 마음인지, 놓아주는 마음인지 끝내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 손을 잡고 걸었던 시간과, 아내를 위해 선택했던 순간들, 부모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자기 세계가 조금이라도 바뀌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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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 AI 시대, 부와 권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제이슨 솅커 지음, 김익성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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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가 시작된 순간 

The Future After AI 


🔺 저자 : 제이슨 솅커 Jason Schenker

🔺 옮긴이 : 김익성 

🔺 출판사 : 더페이지



🎯 AI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았다.  보통의 AI 책들은 기술을 설명하거나, 미래를 낙관하거나, 혹은 막연한 공포를 자극한다. 그런데 제이슨 솅커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말을 한다. AI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말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그 안으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게 만든다.이미 기업들은 AI 실험을 끝내고 실제 업무에 넣고 있다는 말. 그리고 사람들은 아직도 AI를 ‘신기한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는 문장. 그 간극이 묘하게 서늘하다.

검색할 때도, 추천 영상을 볼 때도, 업무를 정리할 때도 AI는 이미 뒤에 깔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것을 ‘기능’ 정도로 생각한다. 제이슨 솅커는 그 사고 자체가 늦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 AI가 더 발전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AI를 말하지 않게 된다는 주장. 반도체를 매일 말하지 않아도 세상이 반도체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AI도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다.그 부분을 읽는데 이상하게 무서웠다.  혁명은 원래 시끄럽게 오는 줄 알았는데, 진짜 거대한 변화는 조용히 스며든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이미 바뀌어 있는 상태. 책 전체에 그런 공기가 흐른다.




🔖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선물을 보내버리는 AI 이야기. 그 장면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 감각의 문제처럼 느껴진다.


AI는 효율적일 수 있다.  빠를 수도 있다.

그런데 책임도,미안함도,후회도 느끼지 못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AI를 맹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시에 공포 마케팅에도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강력하지만 판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식의 태도가 계속 유지된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보다,  어떤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까에 가까운 질문.거기서 반복되는 단어가 ‘독창성’이었다.

AI가 모든 평균값을 복제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자기만의 관점, 자기만의 문장, 자기만의 관계가 경쟁력이 된다는 말. 흔한 자기계발 문장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이 책에서는 다르게 읽혔다.

“AI는 말을 무한히 만들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이라는 흐름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마지막 남은 역할처럼 느껴졌다.




🔖 이 책은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미래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책에 가깝다.

제이슨 솅커는 계속 준비된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준비가 거창하지 않다.

배우는 사람.관계를 만드는 사람.생각을 멈추지 않는 사람.독창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결국 그런 사람들이 남는다고 말한다.

이미 세상은 움직이고 있고, 대부분은 아직 그것을 ‘뉴스’ 정도로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 AI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몇몇 전망은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되거나 반대로 수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미래를 다루는 책의 숙명이겠지만 그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이 좋았던 건 공포만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읽고 나면 막연한 불안 대신,

적어도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조금 선명해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변화가  나중에는 “그때 이미 시작됐었다”라고 기억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아직 AI를 먼 이야기처럼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 늦기 전에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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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허생전·호질 외 -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현대지성 클래식 74
박지원 지음, 한동훈 그림, 이명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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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양반전·허생전·호질 외』- 체면 따지다 뼈 맞는다: 조선 최고의 풍자 마스터가 던지는 돌직구 


🔺 저자 : 박지원

🔺 그림  : 한동훈 

🔺 옮긴이 :  이명현 

🔺 출판사 : 현대지성


🎯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웠던 작품들. 양반전, 허생전, 호질. 이상하게 내용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름만 또렷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몇 장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연암은 조선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끝까지 의심하는 작가였다는 걸. 그 시대를 읽는 느낌보다  '지금, 여기' 내 주변의 민낯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 『양반전·허생전·호질』처럼 누구나 다 알고 나 역시 닳도록 읽은 작품들은 과감히 뺐다. 뻔한 줄거리 요약 대신, 연암이 남긴 서늘한 질문만 남기기 위해." 짧은 작품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가볍지가 않았다. 웃음으로 시작해도 마지막엔 사람의 허세나 욕망이 남는다. 특히 「민옹전」이나 「광문자전」은 이름 없는 인간들까지 놓치지 않는다. 연암은 높은 자리를 풍자하면서도 동시에 실패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쓸쓸함까지 같이 바라본다. 그래서 비웃음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 양반은 사라졌는데 양반의 방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말투와 학벌과 직함으로 무게를 정하고, 실속보다 체면을 먼저 챙기는 분위기. 연암이 비웃었던 건 신분제 자체보다 그런 인간 심리였던 것 같다.

「예덕선생전」은 특히 예상 밖이었다. 똥을 지고 거름을 나르는 엄행수를 두고 연암은 선생이라 부른다. 처음엔 의외였는데 읽다 보면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된다. 깨끗한 척하는 사람보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더 고귀할 수 있다는 시선. 조선 후기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지금 사회가 더 많이 부끄러워진다.


🔖 해설까지 읽고 나니 박지원이라는 사람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는 단순히 풍자만 하는 문인이 아니었다. 청나라 문물을 직접 보고 와서 현실을 바꾸려 했고, 체면보다 실제 삶을 중요하게 봤다. 당시엔 위험한 시선이었을 것 같다. 정조가 문체반정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읽는데, 문장 하나가 시대를 흔들 수 있었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했다.읽다 보면 결국 인간을 보는 눈 자체가 남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책 뒤쪽에 실린 해설과 연보를 같이 읽으면서 문득 연암의 문장이 왜 그렇게 날카로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는 현실 바깥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실제로 관직 생활도 했고, 백성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고, 청나라에 직접 다녀오며 세상이 바뀌는 속도를 눈으로 본 사람이었다.허세 부리는 선비, 체면에 갇힌 양반,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 전부 과장된 인물이 아니라 어디선가 본 사람처럼 느껴진다. 연암은 인간을 냉정하게 보는데 동시에 포기하지도 않는다. 비웃으면서도 끝까지 관찰한다. 


📌 인간은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체면을 원하고, 권위를 좇고, 자기 욕망 앞에서 흔들린다는 점까지도.현대지성 은 연암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도 꽤 좋은 시작점처럼 느껴졌다. 작품만 던져놓지 않고, 인간 박지원까지 같이 따라가게 만들어준다. 교과서에서는 연암을 풍자 소설가라고 짧게 배웠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남는 건 풍자보다 사람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었다. 연암은 조선을 비웃은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허위와 체면을 끝까지 바라본 사람 같다. 그래서 인지 250년이라는 시공간이 무색할 만큼, 그의 문장에는 지금 우리가 숨 쉬는 현실의 공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다만 작품 자체가 조선 후기 배경과 한문 문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초반엔 약간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해설과 각주가 그 간격을 꽤 많이 메워준다. 학생 때 제목만 외웠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다시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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