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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도 살아가는 네가 되기를 너 없이는 못 사는 내가 바란다 - 스레드를 웃고 울린 파선강 에세이
파선강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4월
평점 :
『나 없이도 살아가는 네가 되기를 너 없이는 못 사는 내가 바란다』- 아이 발치 아래 작은 꽃 하나
🔺 저자 : 파선강
🔺 출판사 : 달먹는토끼

🎯 처음엔 제목이 너무 슬펐다.누군가를 끝내 놓아줘야 한다는 마음을 미리 준비하는 책 같아서였다. 그런데 몇 장 읽다 보니 이 책은 이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기 전에, 내가 모르던 세상을 계속 배우게 되는 일이었다는 걸 들려주는 책이었다.

🔖 아이는 점자 블록 위에 쌓인 눈을 발끝으로 밀어내고 있었고, 아빠는 늦겠다며 재촉한다. 그런데 아이는 “불편하실까 봐요”라고 말한다. 어른은 효율을 먼저 보는데 아이는 사람을 먼저 본다. 파선강은 그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다만 아이를 키우며 자신이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 “내가 이제껏 들어본 가장 무거운 무게는 3.2kg이었다.”
이 문장은 짧은데 이상할 정도로 나에겐 깊게 남았다. 대부분의 육아 이야기는 감동을 먼저 꺼내놓는데, 이 책은 두려움부터 보여준다. 처음 아이를 안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었다는 고백도 그랬다. 책임감이라는 말보다 먼저 압도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진짜 같았다. 파선강은 부모를 완벽한 존재로 쓰지 않는다. 흔들리고, 후회하고, 가끔은 자기 확신조차 없는 사람으로 남겨둔다.

🔖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다가, 퇴근 후 거친 수염으로 자기 얼굴을 비비던 젊은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 아주 짧은 글인데 세월이 한 번에 겹쳐지는 느낌이다. 부모가 된 뒤에야 부모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 뒤늦게 부모를 읽어가는 과정의 기록 같다.

🔖 우유를 찾고 세제를 찾던 손님 이야기 같은 건 정말 생활 속 해프닝 그대로다.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데 웃겼다. 신생아 중환자실 이야기나,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자신의 삶이 달라졌음을 깨닫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감정을 세게 밀어붙이지 않는데도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천천히 젖는다.

📌 파선강의 문장은 대부분 짧다. 설명을 길게 늘이지도 않는다. 대신 장면 하나를 오래 남긴다. 보도블록 틈에 핀 꽃, 배려석을 씨앗의 자리라고 부르던 아이, 늦은 밤 오이를 썰던 부엌의 풍경 같은 것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붙잡는다.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난다.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책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책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랑을 정답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붙잡는 마음인지, 놓아주는 마음인지 끝내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 손을 잡고 걸었던 시간과, 아내를 위해 선택했던 순간들, 부모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자기 세계가 조금이라도 바뀌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