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제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정말 정말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 딱 맞는 기본적인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매우 기초적인 것조차 모르기 때문에, 과학자 이름과 그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겠기에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읽어 내려갔다.
50명의 과학자 중 두 번째로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 그런데 이 사람은 철학자 아닌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있던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라니.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박학다식했던 사람이란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알 수 없을 테니까. 이 책에서 내가 이름자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과학자로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다윈, 멘델, 파스퇴르, 노벨, 뢴트겐, 에디슨, 퀴리,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왓슨 등이다. 최근에 읽었던 <생물과 무생물 사이> 덕에 왓슨이 DNA의 2중 나선 구조를 밝힌 유전학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왓슨을 다룬 지면을 보면서 괜스레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소개되는 과학자들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도 몇 있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천문역법을 세운 이순지, 시대를 앞서간 과학사상가 홍대용, '종의 합성'이라는 유전자 연구 분야를 개척, 조국을 기근에서 구원한 농학자 우장춘, 유동학의 기초를 세운 이태규, 비날론을 발명한 리승기 등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물리학자 중 이휘소 박사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일본 과학자들 중 노벨상을 탄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아직 없다는 사실도 아쉬웠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과학자가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 중 매우 인상적인 몇 사람의 과학자가 있다.
첫번째는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이다. 신의를 지키다 퇴학을 당했으나 뛰어난 스승을 만나 재능을 인정 받고, 입학을 거절당했던 대학의 교수로 추대됨은 물론 연구소 소장까지 맡게 된 뢴트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X선을 발견했으나 모두를 위해 특허를 획득하지 않은 뢴트겐. 결국 가난에 시달리다 생애를 마친 뢴트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는 많지만 자신의 업적을 자신만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모두를 위해 희사하는 고결한 정신을 가진 과학자는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는 전류와 열에 관한 법칙을 발견한 제임스 프레스콧 줄이다. 그는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연구를 해왔지만 제대로 과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평생동안 맥주 양조업에 종사했던 사람임에도 위대한 과학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후에 왕립학회 회원으로 추대되어 일류 학자의 대열에 들어서지만 대학교수의 자리에 앉지는 못했다.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말은 그가 얼마나 욕심이 없는 인물인지 알게 해준다. "나는 별것 아닌 일을 두세 가지 했지만 모두 소란 피울 정도의 일은 아니야."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 아닌가. 아주 작은 일에도 자신을 드러내기 바쁜 우리네와는 달리 훌륭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겸손함이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내게 다가왔다.
세번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존 로버트 오펜하이머. 독일에서 원폭을 개발하다가 미국으로 망명해서 원폭 실험에 성공한 오펜하이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는 참상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수소폭탄도 만들라는 요구를 거절하고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다가 FBI의 감시까지 받게 된다. 결국 핵무기 개발의 선두에 선 것을 후회하면서 1967년에 생을 마치고 만다. 세계가 파멸되는 무서운 병기를 만들면 전쟁이 없어질 줄 알고 원폭을 만들었다는 그의 낙관론이 무척이나 씁쓸하게 느껴진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에 담긴 내용은 단편적인 지식에 가까워서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책을 만든 의도대로 세계를 움직인 위대한 과학자들을 50명이나 한번에 만났다는 데 그 의미가 있을 듯하다. 좀 더 깊이 있는 과학 분야 책들을 만나볼 용기도 조금은 가지게 된 거 같다. 나름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