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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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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듯 음악을 듣는 바람에 얻게 된 게 또 하나 있다.

나는 기타를 산 덕분에 음악을 열심히 들었고,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소설가가 되었다.

기타를 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게 됐고,

내게 음악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음악적 재능을 흠모하게 됐고,

그러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게 됐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됐고,

그렇게 소설을 쓰게 됐다.

혼자 있었고, 계속 소설을 썼고, 소설가가 됐다.

음악이 없었다면, 기타가 없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됐을까.

- 70쪽, 터닝 포인트 뮤직

 

가끔 이런 공상을 하는 소설가가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음악도, 소설도 상당히 편협하게 좋아해온 나로선

그의 다단계같이 이어지는(그의 표현이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몰두가 부러웠다.

 

그는 스스로를 엉뚱하고

'기호를 좋아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지만

글을 읽는 내내 그는 꼼꼼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음악사랑, 혹은 여전히 갈구하는 음악적 재능과

대중에게 사랑받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그의 고민이 읽혀졌달까.

 

그래서 좋았다.

이런 솔직한 열망은

프로의 세계에선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일테니까.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며 선곡했다는 그의 곡들을 보자.

 

"오후에서 시작해, 꿈꾸는 달로 끝나는 선곡이었다.

그 사이에 바람이 있고 한가운데 시큼한 시간들이 있다."-159쪽

정말 철두철미하다.

 

책의 대부분은 그가 좋아했던 다양한 장르들, 뮤지션들, 곡에 대한 내용이다.

직접 찾아 듣고 싶을 만큼 흥분되는 묘사들도 여럿 있었다.

<맥주는 술이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의 바비빌이나,

<우리가 먼저 외로움을 찾아가자>의 롤러코스터의 음악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보다 그의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노래교실에서 "소설가!"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셨던 그의 어머니나

마흔이 넘었어도 여전히 '이해'를 믿지 않는다는 고백,

아이리버로 함축되는 한 시절,

짐의 부피가 늘어나는 한이 있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카페앞에 자주트는 음악 목록을 써붙이자는 대목에선

오호라! 통쾌했다.

 

책 한권을 읽고 그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상상해보는 일이 참 즐거웠다.

내 멋대로 한 사람의 세계를 규정짓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를, 이야기를 눈여겨 볼 것이란 점에선 긍정적이리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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