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였는데 이제는 쌍둥이가 아닌 사람을 부르는 말은 뭐야, 주디스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녹인 수지에 두 겹으로 접은 심지를 넣다가 동작을 멈추지만 주디스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아내였던 사람은 남편이 죽으면 과부가 되잖아, 주디스가 계속 묻는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는 고아가 되고, 그럼 지금 나를가리키는 말은 뭐야?
모르겠어. 엄마가 말한다.
주디스는 녹인 수지가 심지 끝에서 그 아래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런 말은 없는지도. 주디스가 말한다.
그런가봐. 엄마가 말한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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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다음날 현장은 마치 죽음이 휩쓸고 간 것 같다. 불은 아름답지만, 불타고 남은 자리는 황폐함 그 자체다. 사랑과 똑같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기력하게 잿더미를 바라보며,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한없는 절망감을 맛보는 것밖에 없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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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숫자들은 허무주의에 힘을 보탠다. 그것들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해 의미가 깃들 곳을 남겨두지 않으므로. 그렇게 우리는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은 너무도 많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말했다. 광활함은 오로지 사랑으로만 견딜 수 있다고. 알래스카산맥 꼭대기에서 영원한 저녁의 마법같은 노을을 보면서 나는 마침내 그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였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억, 우리의 이야기,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우리를 묶어두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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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치 저주받은 맥베스 부인처럼, 다시는 깨끗해지지 않을 손을 늘어뜨린 채 잠에 취한 걸음으로 견딜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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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내부 변동성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지구의 온도는 불규칙하게오르락내리락한다. 마치 서로 다른 리듬으로 뛰는 수많은 심장들이 함께 고동치는 것처럼. 내부 변동성이 한 세기 넘게 지구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일은 없다. 기후에 무작위적인 변동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후 변화를 일으킨주범이 이런 변동이라고 우기는 건, 마치 피 묻은 손자국으로 범벅이 된 범죄 현장에서 등에 칼이 꽂힌 시신을 살펴보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연사겠네요"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사악한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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