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세계의 이데올로기는 경계와 이의제기의 말소를 전제한다.
이러한 경계의 말소는 영상테크놀로지와 공간 관리에 의해 중심 무대로 끌려나온다. 교통, 소비,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은 지구 전체를 가로질러 번창하면서 그것이 의존하는 네트워크들의 현존성을 고도로 가시화한다. 역사(시간에서의원격성)는 다양한 형식의 표상 속에 응고되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관광객에게 각별한 중요성을 갖는 일종의 오락이되고 있다. 문화적이고 지리적인 거리(공간에서의 원격성)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고 있다. 언제나 환상이었던 이국성은무대에 오르는 순간 두 배로 헛것이 된다. 지구를 둘러싸고똑같은 호텔 체인, 똑같은 텔레비전 네트워크가 촘촘히 엮여있으며, 그 결과 우리는 획일성에 의해, 보편적 동일성에의해 구속받는다고 느낀다.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나드는 일은 더 이상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이라든지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들 사이를 걸으며 우리가 발견하는 것보다 더 심오한 다양성의 경험을 선사하지 않는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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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의 상태가 영원할 것처럼 느끼기 쉽다. 나는 8월에 두꺼운 코트를 살 마음이 없는 것처럼,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는(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처럼) 과거의 끔찍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은 계절과도 같은 것이고,
나는 겨울을 나듯 거듭해서 우울증을 겪는다. 요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다 수영장에 갈 때조차 목도리와 내복을 챙겨 놓는다. 이따금 찾아오는 악마를 맞이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내 경우 그동안 달라진 것은? 나는 여름에 겨울을 대비할 뿐만 아니라,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도 봄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최고의 순간에도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기억하면서 다시 찾아올 우울증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우울증의 쇠퇴에도 민감해질 수 있었다. 겨울이 그러하듯, 여름도 다시 오게 마련이다. 나는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졌을 때조차도 좋아진 때를 상상하는 법을 배웠고, 그 소중한 능력은 악마적인 어둠 속을 한낮의 햇살처럼 파고든다. - P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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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상상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쉬지 않는다. 쓸데없이 바라지 않는다. 쓸데없이 지키지 않는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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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일대일이다. 예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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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참으로 독특한 형태의 커뮤니티입니다. 서로의 희망과 기대, 원망과 질투가 깊숙이 뒤얽혀 있는 복잡한 관계지요. 약간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서로의 약점을 마주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다소 특이한 관계, 혹은 한쪽의 결점을 다른 쪽의 결점으로 감싸며 결점을 매개로 이어지는 경계가 모호한 관계, 그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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