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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기욤 뮈소가 선사하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예측 불가 반전으로 가득한 책


[추천 독자]
현실을 잠시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
복잡하게 얽힌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
주인공과 함께 기억을 되짚는 심리 서사를 선호하는 사람
반전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즐기는 스릴러 독자
기욤 뮈소의 팬이거나 프랑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
얼굴을 훑고 지나가난 세찬 바람, 나뭇잎들이 바람에 떨리며 서걱거리는 소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흐르는 시냇물 소리, 재잘거리느 새들의 지저귐 소리, 감긴 눈꺼풀 위에 와닿는 새벽 첫 햇살이 볼을 터치하는 소리,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물기 머금은 흙냄새, 썩어가는 낙엽 냄새, 바위에 붙은 이끼들이 발산하는 숲 냄새가 아련하고 몽환적인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p11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알리스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이명이 들려왔다. 눈앞에 하얀 장막이 쳐진 것처럼 시야가 흔들렸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머리 위쪽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p102
가브리엘은 줄담배를 피우며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하트포드를 지나치고 나서 얼마 안 있으어 보스턴 105마일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대략 두 시간 정도면 FBI 보서튼 지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p200
천둥이 쉴 새 없이 우르릉거렸다. 번개라 몰아치면서 전나무들이 늘어선 길이 강력한 섬광 아래에 잔깐 드러났따가 사라졌다. 세바고 코티지 병원은 작은 반도의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에 침엽수들이 풍성하게 늘어선 반도까지의 거리는 불과 15킬로미터 정도 남아 있었다. -p274


아침이 오기 전, 누군가는 진실을 감추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한밤의 흔적 속에 던져졌다.
뉴욕 센트럴파크. 숲의 공기엔 서늘한 이슬이 감돌고, 벤치 위에서 한 여자가 눈을 뜬다. 프랑스 파리 강력계 형사 알리스 쉐페르. 그녀의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누워 있다. 그리고, 믿기 힘든 사실! 두 사람의 손목은 수갑으로 함께 묶여 있다. 더 놀라운 건 그 전날 밤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언제, 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센트럴파크』는 이 강렬한 설정으로 단숨에 독자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센트럴파크』는 전 세계 4천만 부 이상 판매, 2014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40여 개국 이상 출간이라는 기록을 세운 기욤 뮈소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의 문학적 전환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기에는 판타지와 로맨스를 넘나드는 감성적인 서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뮈소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서스펜스 장르로 방향을 틀며 한층 더 깊이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감성과 긴장, 미스터리와 심리적 드라마를 유려하게 직조해내는 그의 문체는 이제 단순한 장르 구분을 넘어서 있다.
소설은 기억 상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중심에 두고 심리 스릴러와 추리 서사의 장점을 교차시킨다. 알리스와 가브리엘, 그는 아일랜드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질적인 두 인물은 한순간에 공범이자 공존자가 되어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혼란과 위협 속에서 알리스는 형사로서의 본능을 되살려 단서들을 추적하고, 가브리엘은 피아니스트 특유의 섬세한 직관으로 사건을 함께 풀어나간다. 수사 기록, 감시 영상, 과거의 비밀들… 이야기는 점점 더 깊고 복잡한 진실을 향해 내달린다.
이번 2025년 개정판은 10년의 시간 속에서 더해진 감수성과 세련된 언어로 이야기를 다시 정제했다. 대화는 더 현실감 있고 밀도 높게 다가오며, 긴박한 장면 전환 속에서도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더욱 또렷하게 살아 숨 쉰다. 특히 반전의 타이밍과 구성이 매우 정교하여,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센트럴파크』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기억과 정체성, 트라우마와 회복, 정의와 선택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믿는 진실과, 타인의 기억이 충돌할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장면 사이사이에 삽입된 유머러스한 대사와 인간적인 대화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뮈소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센트럴파크의 한복판에서 깨어난 두 사람처럼, 독자 역시 이 소설 속으로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단숨에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이야기. 한밤의 기억이 사라진 그 자리, 모든 진실은 다시 쓰여야 한다.
『센트럴파크』! 숨 막히는 속도감과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묵직한 감정의 파동을 모두 품은, 기욤 뮈소식 서스펜스의 정수다. 재밌는 소설을 찾는 분들께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