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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친절한 킬러 덱스터는 제목과는 다르게 절대 친절하지 않다. 입가엔 가식을 띄고 속으로는 인간에 대한 조롱을 품고 오늘도 평범하고 조금은 어리버리한 인간을 연기하며 사이코패스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취미이자 유일한 흥미인 살인을 마이애미를 부유하는 인간 쓰레기들을 처리하는데 열심히 봉사중이다. 물론 나라의 녹을 먹는 경찰서의 혈흔분석가로서도 맹활약 중이시지만.
책을 읽으며 드라마 덱스터 시즌 4를 막 끝낸터라 드라마의 음울한 시즌 결말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인간 덱스터에 대한 연민을 품는 사치를 범했다. 그동안 내가 알아온 덱스터는 이렇게 동정적인 인간이 아닌데. 상처와는 안드로메다급 거리를 갖고 있는 "괴물"인데. 왜 그렇게 불쌍하고 안돼 보였을까. 드라마에서 덱스터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에게 가정을 꾸리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깽이같은 아이들과 알콩달콩 사는 것은 맨손으로 연기를 잡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나보다. 그에게 닿을 수 없는, 만질 수 없는 요원한 일들.
인간을 누구보다 조롱하고 비웃는 덱스터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이고 싶어하는 인간 아닌 인간, 덱스터는 그렇게 조금씩 인간이 느끼는 상처에 다가가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을 연기하며 조금씩 인간과 닮아가고 있다. 어찌보면 소설 덱스터는 완성되지 못한 한 인간의 자아찾기이며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덱스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성숙해 가고 독특한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해 가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고 분석한다. 얄궂을 정도로 체계적인 습득을 하며 평범한 겉모습에 회색빛 일상을 덧칠하려는 남자. 그런 덱스터는 늘 험한 사람들과 경계를 두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바로 사냥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인생. 좋은 직장.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 그가 위장한 평범한 겉모습 속에서 보란듯이 위장된 행복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그런 겉모습 속에도 주체할 수 없는 살인 본능을 품고 있다.
검은 승객이 인도하는 그곳에는 덱스터의 밤사냥감이 있고 그는 시즌이 거듭 될수록 아니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더 강력해지고 영악해진다. 덱스터가 맺고 있는 사회적인 관계들이 복잡해질수록 소설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또한 더해진다. 아이들 눈치 보랴, 한창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마눌님 진정시키랴. 남부럽지 않은 직감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경찰서가 덱스터의 직장이다. 그들보다 한발 앞서가야 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밤사냥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덱스터가 갖는 캐릭터적인 색깔은 점점 뚜렷해지고 진해진다.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덱스터가 깨닫고 이해하게 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감정들을 쓰게 곱씹어 볼 수 있는 것이 덱스터 소설을 읽는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