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난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당연히 미국 소설이고 작가 마크 해던 또한 미국 뉴욕쯤에 거주하는 유쾌한 작가일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었다. 유머스럽고 의뭉스러울 것 같은 제목에서 받은 책의 첫 느낌이 어느새 나에게는 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마크 해던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영국작가였고 소설의 배경 또한 영국이었다. 아. 미국과 영국의 기후가 그토록 다른 것처럼 선샤인보다는 스산하고 쌀쌀해 보이는 영국의 바깥 분위기가 상상된다. 배경의 전환이 상상 속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난 그저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됐을 뿐이데.


조금 이기적인 시각에 빗대어 말하자면 나는 외계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왜 지금 세상에서도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외계인이 정말 있을 것 같냐는 질문 역시 고민되지 않는다. 지구 바깥의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 하나 없을까. 그들에게도 우리가 외계인인 것처럼 우리도 그들이 낯설고 호기심있게 바라봐야 할 존재일까. 그래. 난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드는 생각. 우리 주위에 외계인이 있지는 않을까. 난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여긴다. 어딘가에서 우리의 생활상을 엿보고 기록할 것 같고 남몰래 본부로 우리의 현재를 보고 할 것 같다.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의심 많고 호기심 많은 인간의 눈에 수상하게 보이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면서. 그래서 말인데, 아주 우연히 그토록 조심스럽게 감춰온 꼬리를 결코 영리하다고 볼 수 없는 평범한 인간꼬마의 눈에 띄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은 그러니까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요란스럽지 않고 소담한 소동으로 일들은 전개되고 두 꼬마녀석은 조금 어설픈 외계생명체들과 사투를 벌인다. 역시 다른 사람들 눈치 못채게. 유일하게 눈치 챈 사람이 있다면 남동생에 대한 사랑을 독설과 무시로 풀어놓는 불량끼 다분한 친누나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이야기는 <맨 인 블랙> 버금갈 정도로 기발하지는 않지만 소극적인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심각할 것 없고 그냥 웃으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이야기. 세상일에 달관한 듯한 능글맞은 아이의 시선은 또 어떻고.

우주에 로켓 하나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이 요원한 작금의 현실! 하지만 문학만큼은 이미 우주에 가까이 닿아 있다. 상상력으로 빚어지는 모든 이야기들, 가령 미국발 판타지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처럼 외계생명체는 친구도 되었다가 적도 되었다가 조언자가 되었다가 팔색조의 역할로 지구의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함선같은 인공적인 구조물 안에서 서로 볶닥거리고 부산스럽게 정을 나누는 모습이 우습지만 소담한 정이 엿보인다. 본격공상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거청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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