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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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 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만 중국소설은 아직까지 읽고 크게 실망스런 영향을 준 책은 없었다. 물론 대놓고 실망감을 안겨 줄 만큼 취향 타는 과감한 책들이 번역되지도 않았지만. 왕 하이링은 작가 소개만 보면 현재 중국에서 누리는 인기가 보통이 아닌가 보다. 시나리오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이 범상치 않게 여겨지는 게 책 자체가 주말 드라마 대본축약집마냥 비슷한 구조의 갈등과 화해가 반복된다. 자칫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류 보편적인 갈등의 화약고 :결혼 이야기:를 다룬 소설답게 아기자기 하면서도 손발을 부끄부끄 오그라들게 하는 유쾌한 구석도 적지 않다. 책이 글맛은 좀 있는 편이다. 일찌기 존경하는 뒷골목 아이들 (Backstreet Boys)께서는 그들의 첫 노래에서 "I don't care who you are where you're from what you did as long as you love me!" 사랑만 있으면 만사 OK!라고 역설하신 바 있듯이 어쩌면 우주 최고의 골칫거리라도 사랑만 있다면 아돈케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로 있을 때 행복했다면 둘이 있을 때는 더 행복해야 되는 것이 "결혼"아니겠느냐고 말한 어느 유명가수의 평소 지론처럼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 같이 할 것을 맹세했는데 생각과는 너무 다른 결혼이라는 무거운 현실 앞에서 그 맹세는 한떨기 부평초 같은 마음이었던가.

중국의 신세대 부부들도 우리네와 비슷한 갈등에 직면한다. 물론 스케일이 좀 다르다. 당신과 내가 만나는 것이 아닌 당신의 패밀리와 나의 패밀리가 만나 우리가 되는 것이 "결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처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하면 폭풍 같은 갈등들 앞에서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을까, 그 버거운 현실, 결혼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알지는 못하겠는 싱글의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배용준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낯설지 않은 그 이름에서 살짝 낯간지러운 느낌도 받았다. 싸우고 화해하는 반복지향적인 커플이 나오지만 안심하시라. 주말드라마의 결말이 그런 것처럼 이 둘의 이야기도 결국에는 반짝거리는 따스함으로 끝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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