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미스터리 소설이든 정신이 온전히 박힌 살인범은 안 나온다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의문의 인간은 평범한 바텐더 빌리에게 요상한 쪽지를 남깁니다. "이 쪽지를 경찰에게 보여주면 금발의 여선생을, 보여주지 않으면 할머니를 죽이겠다. 선택은 네 몫이다." 생각해 보세요.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이런 쪽지를 보내 온다면. 장난치고는 꽤 지나친 장난이죠. 행운의 편지쯤으로 여기고 가볍게 무시할 건가요. 하지만 점점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의 선택에 의해 실제로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면. 끊임없이 이같은 쪽지를 보내와 나에게 어느 쪽을 계속 선택하라고 하면 어쩌시겠어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는 질문이죠. 쪽지 자체를 무시해도 그렇다면 할머니가 죽을 텐데요. 살인자의 요지는 이렇네요. 누구든 죽을 것이다. 대신 네가 고르는 사람을 죽이겠다. 그것도 평범하게 내 일을 하던 사람에게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에요. 빌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고 결국 살인자의 마지막 살인이 예고된 순간까지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해요. 참 고약한 내용이에요. 생과 사를 결정하는데 그 사람의 지위와 가족이 있는지 혹은 혼자 사는지등의 그 사람의 외적인 면을 저울에 올리거든요. 당신이 생각했을 때 어느 쪽으로 기울 것 같으세요? 미혼인 저는 기혼인 아이 엄마의 목숨과 함께 저울에 올려진다면 제 목숨은 어떻게 될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죠. 누군가의 상대적인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거. 정말 이런 선택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아! 누군가는 친절하게 학교 때 배운 지식을 이용한다고 기회비용까지 따져가며 진지하게 계산중일 수도 있겠네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교묘하게 장난질을 해오면 본인이 알고 있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는 불행한 순간에 놓이게 되죠. 씁쓸하죠. 이런 순간에 혹시 나란 인간이 상대에게 그런 장난질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상대가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런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상대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죠. 결국 나와 그 상대, 그리고 그 주변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네요. <벨로시티>는 그런 선택들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 까지는 좋은데 결말 부분에서 빈틈도 많은 내용이에요. 무엇보다 살인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최후의 그 사람의 동기는... 글쎄요. 동기치고는 꽤 궁색해요. 이런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하면서 마지막에 그와 빌리가 나누는 대화는 참 어색한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왜 빌리어야 했는지도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 어째서 이런 선택의 문제들을 살인의 동기로 이용했는지 설명해주지 않고 딴 소리만 해요.

아. 결말에서 기운 다 빠졌어요. 조금 허무한 결말이에요. 시체들을 여러구 처리하면서도 결말에서는 무섭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빌리의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요.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 주인공들의 결말이 그렇죠. 위급한 상황에 처했던 주인공들에게 마치 보상처럼 다시 평온한 일상이 주어지죠. 사람이 여러차례 살인까지 했어요.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살인을. 고의가 아니었건 누군가를 죽인 거라고요. 그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죠. 평범했던 남자 맞는 거죠? 일상이 깨져버린 건 보는 나도 안타까웠고 그 당황스러움과 허무함, 기가 찬 일련의 사건들.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정말 결말의 그 평화스러운 모습은 마치 가장된 평온 같았어요. 평범함에 대한 일종의 집착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이렇게 많은 선택의 문제들과 짧은 시간동안 시체들을 고유장소에 유기까지 했는데도. 결말의 빌리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 바바라와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살인'쯤은 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서 저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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