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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제목 <통곡>처럼 이 책은 지독하게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됐던 아동유괴살인사건을 주요소재로 다룬다. 타인의 아픔을 뼛속 깊이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 아픔을 느낀다는 건 겪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 수 있겠다. 쓰라린 상실감과 그에 따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은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정신이 건강하다면 분명 어리석다 비웃을 수 있는 일들을 감행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책을 읽는다고 무려 4시간동안을 꼼짝않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 책을 읽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30분에 한번쯤은 딴짓을 하던 나인데, 역시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진짜 힘은 바로 이 책에 있었지만. 앞으로 이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면 한마디면 될 것 같다. "반전이 죽여~" 정말 반전이 끝내준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반전은 서술이 트릭이라는 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반전을 눈치채기란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두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하는데 두가지 이야기 모두 뼈대도 튼튼한데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를 번갈아가며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요소다.
타인에게 강한 모습만 보이며 살아온 소설 속 인물을 보며, 그리고 그로 인해 그가 감당하고 살았던 후회를 바라보며 진정으로 강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폭풍이 불어올 때, 가장 잘 쓰러지는 나무는 강한 나무라고 한다. 부드럽고 유연한 작은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몸을 뉘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견딘다고 한다. 사실 가장 잘 부러지는 나무도 단단하게 보였던 녀석이다. 수분을 머금은 풀이 죽은 나무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 그리고 또하나 얻은 삶의 교훈, 마음에 담고 있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표현해야 아름다운 것이라고. 들어줄 사람도 없는 "사랑해"라는 속삭임은 공허한 외침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 상처라는 비수와 함께. 말해주지 않았는데, 표현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의 진심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나중에 가서 하는 후회는 어쩌면 너무 늦은 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