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서 황혼으로
김부겸 지음 / 동천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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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용'

혈기 끓어
흐르는 박력 젊은이인가.
탁월한 능력답게 젊음인가.
그네들 부러움은 선의인
정열의 가슴 포용하는 슬기
불의에 반기 정도로 박수갈채
포효하고 용감하나
진지한 순진성
온화한 정감 오는 젊음이
아름다운 꽃이라오.
푸르름이라오.

저자는 저희 학교의 건물 관리인이십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홍보관 수위실을 그냥 지나치면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열정과 패기는, 어느 젊은이에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60이 넘으신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를 창작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럽습니다. 홍보관 건물 앞에는 특별히 광장과 매점이 있어서, 학생들이 행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그런 모습들에서 지은이는 많은 힘을 얻는 듯 하였습니다. 앞부분의 시들이 젊음을 주제로 하였다면 뒷부분의 것들은 자연에 대한 원숙함과 삶에 대한 생각들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시인의 인생관이 많이 묻어 나는 시들이었습니다.

이 시들이 아주 잘 쓰여졌다거나 전문 작가의 글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느낌들을 시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해 낸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여유와 행복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시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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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교본 - 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브레히트 선집 7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 한마당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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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보았을 때-모든일이 순식간이었어요- 내가 미소짓자 그들 역시 미소로 답했어요, 처음엔 그렇게 우리 셋 다 미소지었지요, 그러자 한 녀석이 나를 겨누었고 나는 그를 쏘아 쓰러뜨렸어요. -한 미국인과 그가 죽인 일본인의 시체가 있는 사진에 대한 시

브레히트의 전쟁 교본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사진 시집입니다. 브레히트는 전쟁을
통해 일그러져버린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사진으로 고발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시를 주석처럼 달아 놓아 저자의 비통한 심정을 나타냅니다. 브레히트는 2차대전의 사진들을 실었는데, '미국은 착하고 독일과 일본은 나쁘다' 식으로 몰아가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허울뿐인 전쟁에 대한 관념을 부수고 전쟁 자체의 악마적인 속성을 고발합니다. 그 속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책임은 지지않는 정치가들에게 저항합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민중들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책이 짧고 사진과 시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급하게 읽으면
1시간 남짓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깊이 음미하며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많은 양의 글들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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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랑스 사상가들
미셸 리샤르 외 지음, 양운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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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명의 프랑스 사상가들의 저서와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난해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상률 선생님과 양운덕 선생님의 좋은 번역은, 전혀 프랑스어를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해 줍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원시 사회를 분석하면서 현대 사회의 권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르네 지라르는 신화를 분석하는데, 저는 처음 이 지라르의 이론들을 접하고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푸코에 대한 부분도 잘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알튀세르의 이론은 어떤 면에서는 수긍이 되는가 하면 다른 면에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카스토리아디스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작용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을 다녀갔던 보드리야르의 글들은 현대의 미디어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6명의 프랑스 사상가들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혹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잘 소개하면서도 그것들의 빈틈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기본서로 삼아 더 깊은 공부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철학을 입문하는 책으로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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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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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파는 허삼관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모순된 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해 보여줍니다. 문화혁명이라는 대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은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자 위화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따뜻한 미소로 그려냅니다.

비교해 볼만한 책으로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허삼관 매혈기와 다루는 시기가 거의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지식인으로서, 불합리한 중국 정부와 사회에 대해 핍박당하고, 그것에 저항합니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둡고, 슬픕니다. 물론 주인공들은 이러한 어두운 현실을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극복해 나가긴 하지많요. 상당히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허삼관 매혈기는 위의 책과 달리, 지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완전한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르 다룹니다. 이들도 불합리한 중국 정부와 사회에게 핍박당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고, 긍정적입니다. 삶에 대한 치열한 긍정, 생명력이라고 할까요? 다이 호우잉의 소설이 슬프고 무거움 속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이 허삼관 매혈기는 아예 처음부터 가벼움으로 대응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행동들은 전혀 진지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오히려 가소롭기 까지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전혀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하나 같이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으며 그들의 대사들은 얼마나 비속어가 많이 섞여 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전혀 나쁘다거나 위선적이지 않습니다.오히려 이러한 '밑바닥'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삶, 인생, 사회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부패한 당 관료)으로도 읽힐 수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피를 판다는 것 자체가 매매를 기본으로 한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생각할 수 있기에)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동시에 가족에 대한 비판(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허삼관)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관점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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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2
김정란 외 엮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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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2호의 특집은 '한국 개신교 다시 보기'입니다. 표지에 벌써 부시 대통령의 사진과 시청 앞에서의 반공 기도회 사진이 있는 것이 심상치가 않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진구 님의 글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인들의 노골적인 반공 성향이 왜 비롯되었는지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지적하였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남한교회의 반공주의는 월남 기독교인들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고착되었다....이들은 공산당의 탄압을 직접 체험하였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반공 의식이 어느 사회보다 강렬했다... 전쟁 이후 미국은 막대한 원조 물자를 남한에 제공하였는데 민간 부분의 원조는 거의 대부분 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나라=자유민주주의 국가=선, 북한=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나라=공산주의 독재 국가=악(악의 축)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는 것이지요.

다른 분들의 글들도 무척 읽을 만 했고요, 특히 한국의 개신교 세력과 미국의 관계가 단순한 원조 수준을 벗어나 거의 '신앙'에 수준에 이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시의 이라크 학살 전쟁이 벌어지고 한국 군대의 파병 문제가 논란이 되며,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한반도를 둘러 싼 문제들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한 가운데의 한국의 개신교 세력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한국을 자신들이 이끌고 나가고 싶어합니다.

지금까지 종교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경향이 있습니다. 아웃사이더 12호는 이러한 한국 개신교에 대하여 통렬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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