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의 순간 - 릴케와 로댕이 함께 손잡고 들려주는 관능과 탐미의 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오귀스트 로댕 그림 / 생각의나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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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피로에 지친 릴케가 잠이라는 휴식이 마련되어 있는 황혼의 피로에 서있는 로뎅을 만났다. 약 150년 전, 미술계의 천재 조각가와 문학계의 사물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천재 시인. 이 두 사람 각각만 봐도 가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일텐데 이 두 사람이 만났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을까.

책의 주제는 철저하게 에로티시즘적 시각에, 그리고 릴케의 시각에 국한되어있다. 수많은 로뎅의 스케치와 이에 영감을 받은 릴케의 시들이 더없이 화려한, 에로틱한, 그리고 사실적인 감동을 전해준다. 거장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문학과 미술을 어우른 종합적인 접근 방법은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서 좀 더 복합적으로 깊게 이해하게 해준다.

실제로 로뎅과 릴케의 만남이라고 했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로뎅이 릴케에게 준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함께 실린 로뎅의 스케치를 보면서 읽는 릴케의 시는 단지 글자가 아닌 살아 숨쉬는 하나의 생물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 더욱 감동적이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에로틱한 시점, 직접적으로는 성관계를 묘사한 릴케의 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감각적이다.

만일 릴케가 로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이토록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릴케의 시를 접하지 못했었으리라. 로뎅을 생각하지 않은 릴케란 릴케의 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하더라도 과장이 아니리라. 이 책 덕분에 릴케의 시를 조금이나마 더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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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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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가면서 性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면서 우리 뇌리와 무의식에 깊숙이 박혀있는 차별에 눈이 떠 우리는 왜 姓을 아버지 姓만 따르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姓 자체의 한자 부수도 여성인데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반쪽씩 유전자를 받고 두 분께서 똑같이 힘들게 키워주시며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도 말이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두 가지 였다. 한 가지는 어머니는 굳이 姓을 물려주지 않아도 자기 자식이 분명히 자기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이라는 데 한치도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어떤 심리적인 열등감으로 인해 나름대로의 확신과 당위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유였다.

두번 째는 좀 더 자란 다음 생물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 생긴 후 어설프게 과학적으로 내린 결론이였다. 남자의 성염색체는 XY이고, X는 엄마에게서, Y는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확실하다. 계속해서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Y의 뿌리는 결국 현재 남성의 인류학적, 유전학적 조상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딸의 경우는 손녀까지만 내려가도 아버지의 성염색체가 남아있을 확률은 반반, 증손녀까지 내려가기만 해도 불분명하다는 것.

그래서 성을 아버지를 따르는 가 막연히 생각했었다. 물론 유전학적 정보가 오로지 성염색체에만 있지는 않지만 姓이라는 것이 아버지를 따른다는 것자체가, 여성, 남성으로의 구분지어짐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성염색체에 대한 중요도가 머리속에 깊이 박힘으로써 이런식의 논리가 유도된 듯 싶다.

그런데, 나름대로의 姓 정체성에 대한 이런 고민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으로 아주 속시원하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가계의 유전학적 정보를 수집할 때 모계 혈통을 따른다는 과학적인 설명을 읽고 나면 솔직히 여성으로써 마음 한구석이 아주 뿌듯해지며 남성에게 베푸는 이 은혜에 대해 은근히 으쓱거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姓에 대한 논리 뿐 아니라, 유전자적 측면, 수정과 생식과정, 다른 동물사회에 대한 관찰, 그리고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평등하게 기술하고 있다.

저자도 밝혔듯 이 책의 목적은 남성들을 여성의 지배하에 두기 위함이 아닌 지금까지 비틀리고 왜곡된 여성-남성의 관계에 대한 회복과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미래에 완전한 평등을 회복한 두 性간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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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킷 수도원의 강아지들
뉴스킷 수도원 엮음, 김윤정 옮김 / 컴온북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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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킷 수도원의 강아지들'은 강아지들에 대한 일종의 교육학 보고서이다. 육견서라고 하면 적당할 지...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궁금해하고 자신없어 하던 부분들을 상당히 자세히 편안하게 알려주고 있다.

뉴스킷 수도원은 독일 세퍼트를 양육하고 번식시키고 분양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자급 수도원이다. 그러나 그들은 강아지를 단순히 그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닌 개와의 진정한 관계, 그리고 정직하고 올바른 대화법을 통해 반려견으로서의 개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반드시 알아야하는 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강아지의 탄생에서부터 새 주인을 맞이하는 시기를 지나 새 가정에 적응하기 까지 브리더들 뿐 아니라 주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강아지를 대해야 하는 지, 어떻게 강아지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는 지를 자상하게 차근 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강아지를 입양할 때 어떤 점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지, 어떤 성격(또는 종)의 강아지가 나에게 적합한지, 강아지를 데리고 온 후 복종 훈련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키면 좋은지 등등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들을 분명하고 쉽게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행복했던 점은 개를 인간보다 열등한 종속적인 사물로서가 아닌 깊은 감수성과 이해력을 지닌,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존중받는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강아지를 생각했고 아마 이 책을 읽는 다른 개의 주인들도 그럴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도 임신기간동안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아기를 맞을 준비를 한다. 강아지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라는 것이다.

티비나 신문에는 계속해서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들과 오락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지만, 진정 인간의 오락거리가 아닌 동물들 자체의 권리와 인간과 다른 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노력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 이 땅 위의 많은 동물들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이런 책은 계속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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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화원에서 꿈을 꾼다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2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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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사랑, 운명적인 인연, 슬픔에 젖은 왕, 사연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 오랜만에 로맨틱한 감정에 젖어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스토리 전체를 꿰뚫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인정과 동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만화가 줄 수 있는 최상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아닐지. 어릴 적 즐겨보던 왕자, 공주들이 나오는 동화 속에 푹 빠져 한동안 성안에 사는 왕자, 공주가 되보기도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마 나른한 봄날에 꾸는 달콤한 오수의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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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알랭 무니에르 외 그림 / 애니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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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혹은 보면서) 언젠가 뭔가가 나오겠지...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렸다가 끝이 났다. 중간에 EXIT이 있었나면 그 문을 통해 미련도 없이 두 손 툭툭 털고 나왔으리라.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아니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책같다. 줄거리도, 사상도, 플롯도, 등장인물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단순히 그것도 어설프게 제시만 하고 끝난 책이다. 사서 읽자마자 환불을 요청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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