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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커가면서 性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면서 우리 뇌리와 무의식에 깊숙이 박혀있는 차별에 눈이 떠 우리는 왜 姓을 아버지 姓만 따르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姓 자체의 한자 부수도 여성인데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반쪽씩 유전자를 받고 두 분께서 똑같이 힘들게 키워주시며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도 말이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두 가지 였다. 한 가지는 어머니는 굳이 姓을 물려주지 않아도 자기 자식이 분명히 자기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이라는 데 한치도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어떤 심리적인 열등감으로 인해 나름대로의 확신과 당위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유였다.
두번 째는 좀 더 자란 다음 생물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 생긴 후 어설프게 과학적으로 내린 결론이였다. 남자의 성염색체는 XY이고, X는 엄마에게서, Y는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확실하다. 계속해서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Y의 뿌리는 결국 현재 남성의 인류학적, 유전학적 조상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딸의 경우는 손녀까지만 내려가도 아버지의 성염색체가 남아있을 확률은 반반, 증손녀까지 내려가기만 해도 불분명하다는 것.
그래서 성을 아버지를 따르는 가 막연히 생각했었다. 물론 유전학적 정보가 오로지 성염색체에만 있지는 않지만 姓이라는 것이 아버지를 따른다는 것자체가, 여성, 남성으로의 구분지어짐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성염색체에 대한 중요도가 머리속에 깊이 박힘으로써 이런식의 논리가 유도된 듯 싶다.
그런데, 나름대로의 姓 정체성에 대한 이런 고민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으로 아주 속시원하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가계의 유전학적 정보를 수집할 때 모계 혈통을 따른다는 과학적인 설명을 읽고 나면 솔직히 여성으로써 마음 한구석이 아주 뿌듯해지며 남성에게 베푸는 이 은혜에 대해 은근히 으쓱거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姓에 대한 논리 뿐 아니라, 유전자적 측면, 수정과 생식과정, 다른 동물사회에 대한 관찰, 그리고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평등하게 기술하고 있다.
저자도 밝혔듯 이 책의 목적은 남성들을 여성의 지배하에 두기 위함이 아닌 지금까지 비틀리고 왜곡된 여성-남성의 관계에 대한 회복과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미래에 완전한 평등을 회복한 두 性간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