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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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오리엔탈리즘'에서 광의, 그러니까 넓은 의미로서 오리엔탈리즘을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드는 다시 한번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이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조금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구성한 동양에 관한 담론들, 예술과 학문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침투시키고, 제도화해서 동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로 사이드는 플로베르(마담 보바리의 작가)가 이집트인 창녀에 대해 서술하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그것이 유럽사회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친 동양여성의 모델이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이에 더해서 오리엔탈리즘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정의가 가능할 텐데, 첫 째는 오리엔탈리즘 자체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백인 남성'들이 다른 세계에 대해 열등하게 정의하고 우월한 자세로 관계했던 그때의 역사적 사실 자체이고, 둘 째 오리엔탈리즘은 현재도 지속되는 서유럽, 미국 등의 서구가 다른 세계와 관계하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진행된 한 설문지에서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인들이 본인들보다 진화가 덜 되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료를 보면 오리엔탈리즘 자체가 역사에 속박되어 없어져버린 담론이 아니면, 여전히 존재하는 경향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양인 한국은 어떨까요? 오리엔탈스푼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입니다. 오리엔탈리즘에서 가리키는 동양은 실은 중동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미 한국인들도 자신이 속한 아시아를 '오리엔탈'이라고 표현합니다. 더불어 한국 고유의 음악은 '국악'으로 타자화 됐습니다. 우리가 음악할 때 떠올리는 것은 근대 서구에서 발전한 근대적 기보체계를 가진 '서양음악'이지 전통음악이 아닙니다. 또 한국이 서구가 아닌, 저개발국가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와 상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오리엔탈리즘 역시 현대의 고전이며 근대의 합리주의가 서구 백인 남성의 관점은 아닌지를 성찰케해주는 책입니다. 탈식민담론에서 중요한 책입니다. 또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근대 유럽인들이 자신과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생각했는지 궁금하거나, 지금껏 우리가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이던 시각을 성찰해보고 싶거나, 지배적인 시각을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해보고 싶으신, 그런 문제들에 관해 관심있는 분들께 이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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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와 도요히코 평전 - 사랑과 사회 정의의 사도 밀알 아카데미 34
로버트 실젠 지음, 서정민.홍이표 옮김 / 신앙과지성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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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모리 가조는 미국에 소개된 일본의 기독교인으로 우치무라 간조와 가가와 도요히코를 언급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학으로 소개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은 덧붙인다. 가조의 설명처럼 가가와 도요히코는 신학자가 아니다. 그는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현실 속을 살아간 사람’이며, 사상가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 미국인 저자가 쓴 책으로 도요히코의 삶을 세밀하고 탄탄하게 서술하고 있다. 도요히코의 사상은 단순히 사상의 사상만이 아닌 삶의, 실천의 사상이다. 그래서 그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충실히 이해해야 한다. 또 그의 삶이 보여주는 다양한 흔적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사랑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가가와 도요히크의 중요성과 무게감에 비해 국내에는 그에 관한 책이 많지 않은데,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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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며 기다리는 하나님나라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지음, 전나무 옮김 / 대장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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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을 공부하다보면 20세기 단 한 명의 신학자로서 칼 바르트를 느끼게 된다. 그 이후에 현대신학이 그의 논의를 계승하고 비판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블룸하르트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학의 거장 칼 바르트를 비롯해 라가츠, 본 회퍼, 몰트만, 자끄 엘륄 같은 신학의 거장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서 종교 사회주의, 변증법 신학의 조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근원적 사상가이다. 이 책은 정교하고 조탁된 언어라기보다는 투박하고 직설적인 서술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블룸하르트의 이런 단순하고 강렬한 언어에는 열정과 진솔한 힘이 느껴진다. 블룸하르트는 학적인 세밀함과 세련된 방식이 아닌 과감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에 포함되어있는 칼 바르트의 후기 또한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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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종교개혁 김균진 저작 전집 9
김균진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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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인 작년 떠들썩했던 기독교 출판시장에서 번역서, 입문서가 아닌 유일한 루터 ‘연구서’는 사회학자 김덕영에 의해 쓰였다. 이 책이 작년에 출간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816쪽의 분량과 충실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런 책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앞으로 한국신학자에 의해 이 책을 뛰어넘는 루터연구서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고 느껴진다. 그만큼 이 노(老)신학자는 루터의 원문, 루터 당시의 컨텍스트를 집요하게 추적해내고 그를 기반으로 충실한 성과물을 제출했다. 한국 개신교는 칼뱅이 과대대표 된 양상을 가지고 있어서 루터의 의미와 가치를 깊게 생각하기 어렵기도 한데, 이 책으로 ‘루터의 종교개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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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을 위하여 - 우치무라 간조의 사회 사상과 신학 사상
시부야 히로시 외 지음, 양현혜 외 옮김 / 홍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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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회주의는 현재 한국에 두 가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가나안 성도에 관한 성찰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교회주의가 보여준 기독교의 성찰적 수용이 한국적 개신교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에 관한 영어논문집을 번역한 책이다. 다수의 저자들이 각 분야에 대해 서술한 만큼 내용이 포괄적이고 전문적이다. 우치무라 간조는 사실 ‘무교회주의자’라는 단순한 이름에 담기는 큰 사람이기도 한데, 다행히 이 책은 간조의 사회사상부터 신학사상까지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단순히 무교회주의자로 생각되기 쉬운 간조의 사회사상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우치무라 간조하면 무교회주의자라고 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본 근대화에 영향을 미친 간조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의 신앙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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