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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평점 :
이 책은 9명 작가님의 글 쓰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모두가 술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도 너무 많고,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순간도 많고, 글이 안 써지는 핑계거리도 많다. 그렇다. 글쓰기는 원래 힘든 일이다.
이석원 작가님이 밥벌이 작가로서의 고충을 말하는 글은 그 투덜거림 조차 앙증맞다. 글쓰기 전에 신경쓸만한 일을 정리하다보면 글은 못 쓴다는 점, 완벽한 날에도 글은 안 써진다는 점.
'작가님, 글쓰기 뿐만 아니라 공부도 그래요. 시험 기간에는 책상 정리하다보면 하루가 다 가잖아요. 지극히 정상적인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다혜 작가님의 글 <쓰지 않은 글은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이다.
_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일은 난처한 일의 연속이다. 글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은(속편한) 사람이라는 편견 아래 놓이곤 하지만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은 대로 쓰며 사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신선처럼 사는 작가는 어디 있나? 세상 모든 일처럼 글 쓰는 직업에도 신비는 없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유난할 이유는 없다. (p.77)
밥벌이 작가에 대한 고충을 이석원 작가님과는 다른 스타일로 풀어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해서 치열하게 글을 잘 쓰기 위해 선배들에게 묻는다.
_ 글 쓰는 사람들은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읽고 쓰고 안간힘을 쓰면서 원하는 무언가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그들은 답안지를 푼 게 아니라 답이 없는 질문을 붙들고 죽자 살자 매달려왔다. 그러니 지름길을 알려달라는 나의 요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p.83)
그렇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있다. 문제는 수학문제처럼 딱 떨어지는 풀이답안이 없다는 사실, 그래서 이다혜 작가님의 선배들도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작가님의 내공은 그 당시 치열하게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하면서 쌓인 것 같다. 작가님의 책은 당연히 심지어 입담도 좋으시다. 뭐든지 그냥 되는 건 없나보다. 그간의 치열한 과정이 이 글에 담겨있어서, 이다혜 작가님이 엄청난 노력파였음을, 모범생처럼 내공을 차곡차곡 쌓으셨음을 알고는 더 좋아졌다.
박정민 작가의 글도 위트가 있어서 좋았다.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 제목까지 너무 솔직하다.
이 책에는 9개의 글에서 가장 좋은 문구를 하나씩 발췌해놓았는데, 어쩜 내가 고른 문구와 거의 동일했다. 느끼는 감정은 다 똑같은가보다.
*유선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누구나 쓸 수는 있지만 아무나 쓸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누구나‘로 시작해 ‘아무나‘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과정 사이에 있는 것 같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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