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사회 - 감정 과잉은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는가
기타 야코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이제는 유치원 아이들마저 타인과의 과도한 접촉을 피하라고 배우는 세상이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자신이 뭘 원하지 않는지, 어떤 것이 기분 나쁜지를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중략) 이때 많은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선 긋기'와 회피다. (P.10, 들어가는 글)

최근 유튜브 썸네일에 이끌려 김경일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그는 요즘의 감정 과잉 현상과 언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바쁠수록 자극적인 것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쓸데없이 바쁜 감정의 과잉 시대로 이어지면서 ‘폭망’, ‘극혐’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의 사용도 늘어났다는 설명이었다. 감정 표현을 대신하는 신조어도 끊임없이 생겨난다. ‘짜증 난다’를 ‘샤갈’, ‘신난다’를 ‘야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나도 한동안 아들이 “야르!”를 외쳐대는 것을 보며 도대체 왜 저런 외계어를 쓰는지 의아했다. 그러다 유튜브 속에서 모두가 ‘야르’를 외치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이것도 트렌드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몰입 사회』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무엇이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는지, 우리는 왜 특정한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감정에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1.감정은 전염된다

_ 우리가 많은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저 그 감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누군가가 내 앞에서 그 감정을 드러내어 나도 그 감정에 전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간 거리를 두고서 내가 어떤 감정에 자리를 내주어야 하고, 자리를 내주고 싶은지를 성찰해보는 것은 분명 아주 바람직하다. (P.56-57)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염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쉽게 동조한다. 어쩌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갖게 된 자연스러운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불평이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나까지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순간 나 역시 불평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타인의 감정이었는데 어느새 내 감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주변의 감정에 맞춰주다 보면, 나 역시 모르는 사이 그 감정에 전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 내 것인지 한 번쯤 멈춰서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2.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_ 대부분의 감정 논의는 한 개인의 이력이나 상황의 어떤 요인이 그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의 원인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야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현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사실 수많은 부정적 감정은 기질 탓이다. 이런 경우 개인의 과거를 아무리 헤집어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첫째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유익하다. (P.86)

책에서는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대처 방식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상황 지향적인 사람은 생각이 현재의 상황에 집중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반면, 행동 지향적인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버리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이러한 성향 역시 어느 정도는 기질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 지향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목표나 원하는 상태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는 데 더 익숙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정적인 상태를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그 감정에 더 오래 붙잡힐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애쓰기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그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3.타인도 생각하라

_ 자기돌봄을 강조하고 자기감정과 욕구에 주목하는 최근의 추세는 타인의 욕구를 무시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에 눈을 돌리라고 외친다. (p.227)

_ 재미나게도 최근 들어 고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는 정확히 이런 현상들을 반영한다. 그런데도 그것이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가 선을 그어대는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민하고, 선 긋기를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고독을 퇴치하자며 온갖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p.235)

요즘 세상은 지나치게 ‘자기돌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만 힘들어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지나치게 깊이 파고드는 것이 오히려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기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선을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만이 감정을 돌보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나의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감정 돌봄’이라는 말을 꽤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감정에 대한 반응 역시 과유불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라우마, 공황장애, ADHD와 같은 용어가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언어를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언어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불안이나 슬픔, 집중력의 흔들림까지 특정한 틀 안에서 해석하면서 스스로를 그 감정의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해석하는 언어가 풍부해진 시대에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포착하고 해석하는 데에도 훨씬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지금 내가 가진 것과 앞으로 원하는 것을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모든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거리를 두고, 때로는 흘려보내고, 때로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며 감정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과몰입 사회』는 감정이 넘쳐나는 시대에 감정에도 적당한 밸런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RHK코리아 #장혜경옮김 #감정과잉시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