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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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스에 따르면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감염되는 것은 특정 아이디어나 설계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태도였다. 다시 말해 이러한 관점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이 같은 바이러스가 들끓는 지점을 찾아가서 숨을 깊이 들이마셔라. 스스로 감염된 뒤 또 다른 이에게 전파하라. (p.80)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면서 그레이스 박사에게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처음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숭고한 사명감으로 우주선에 오른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교사가 된 이유조차 무척 인간적이다. 과학계에서 논문이 비난받자, 그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 교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인류를 구하기 위해, 더 나아가 친구 로키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로키의 행성을 구하고, 그도 구했지만.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선택을 거듭하며 점차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그래서 우리는 이런 플롯에 감동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에는 그레이스 박사 같은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처음부터 거대한 대의를 품고 일을 시작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예제 폐지를 이끈 토마스 클락슨 역시 처음에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논문대회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그는 예상대로 우승의 영예를 얻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논문 주제를 파고들고 질문을 붙들다 보니, 결국 노예 해방이라는 거대한 야망에 닿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속 선한 야망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구경만 하는 다수의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일을 벌인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왔다. 역사를 바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늘날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역시 과거 누군가의 용기와 행동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경외심이 든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이미 그 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아직 살 만한 곳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세상을 바꾸고 싶을 때 중요한 건 당신이 애초에 그런 일을 하도록 ‘타고난 사람’인지, 혹은 어떤 성격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가 아니다. 관건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이다.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선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선한 일을 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p.82)

다만 책을 덮고 나면 묘한 불편함도 남는다. 나는 여전히 먹고사는 일에 바쁘고, 선한 야망에 귀 기울여 행동할 만한 무언가가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나 역시 어떤 대의를 품고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생긴다.

어쩌면 그래서 수많은 구루들이 이 책을 추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선한 야망에 귀 기울이고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힘은 도덕적 가르침 자체보다, 우리 주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고 설득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괜찮지 않다면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해보면 어떨지 묻는 것 같다.

어쩌면 기후 위기나 경제적 불평등처럼 기존 사회 체제가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기대야 할 것은 결국 인간 안에 있는 ‘선한 야망’이라는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우주 산업을 이야기하고, AI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인간의 본성을 깨우는 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이렇게 말했다. (중략) 우리 행동에는 전염성이 있다.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은 사실 나로부터 시작된다. 혼자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오해는 인간을 지나치게 개인화하는 관점에 기대고 있다. 인간은 철저하게 사회적 존재인 만큼 당신의 선택은 수십 명, 수백 명, 어쩌면 수백만 명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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