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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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대의 예술을 사랑한다. 평론가들에게 꼭 보아야 할 작품을 물으면, 고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은 위대하다. 그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당대의 예술을 먼저 즐길 것을 권한다. 왜냐면 지금의 예술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 즐기기 어려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p.89)

최근 티모시 샬라메가 발레와 오페라에 대해 한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더 이상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식의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그는 젊은 세대가 점점 더 빠른 속도의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으며, 오페라와 발레 같은 느린 예술이 영화 산업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의도가 비하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말이 불편하게 들린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발레와 오페라는 여전히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예술이다. 이해하기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도 쉽지 않다. 정답을 알고 감상하려는 익숙한 태도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공연예술은 오히려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과 시간, 그리고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감각이 만들어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각자의 기준으로 평가되기에 인정받기조차 쉽지 않은 분야다. 그렇기에 어떤 예술이 살아남고, 어떤 예술이 사라지는지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지점에서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다. 이 책 역시 가볍게 읽으면 그의 말처럼 오락이 되고, 문득 멈춰 생각하게 된다면 예술이 될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이해의 대상이기 이전에 경험의 대상이다. 누군가의 해설을 통해 ‘알게 되는 것’보다, 스스로 마주하며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AI가 성큼 다가온 시대에, 해석보다 감각을 회복하라는 메세지처럼 들렸다. 나 역시 무엇이든 답지를 찾고 해석을 알고 싶어하는 편인데, 설명을 찾기보다 한 번 더 오래 바라보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오후 작가님 팬이라면, 이 책도 무조건 추천!!!
(그 느낌 아시죠? 이번에도 술술술~~~)

흔히 예술을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내게 예술을 정의할 기회가 온다면 아름다움 대신 ‘일상적이지 않음’이라고 하겠다. (중략) 하지만 현대에는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다.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장착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많은 제품을 보라. 직선은 반듯하고, 곡선은 군더더기 없다. (중략) 하지만 아름다움과 깔끔함이 디폴트가 된 사회에서는 반대급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양방향으로 다 나아갈 수도 있다. 어쨌든 일상적이지 않으면 된다. (p.92-93)

예술에서 선악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잘 만든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을 뿐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야 한다. 동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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