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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평점 :
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면 더없이 기분이 좋다. 두 사람이 - 오늘 본 두 사람은 차이나타운의 캐널 스트리트에 있던 이들로, 엄마와 아이 같아 보였다 - 짐이 든 장바구니나 빨래 바구니의 손잡이를 각자 한쪽씩 잡고 가는 장면. (p.82)
이 책을 읽는 내내 세라 망구소가 떠올랐는데,
마침 저자가 세라 망구소의 책 <300개의 단상>을 언급해서 무언가 통한 느낌이다.
로스게이는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책에 담긴 일화 중, 공항 직원이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고.
그는 시를 낭독하러(reading poem) 간다고 했더니, 직원이 동료에게 하는 말 “이봐, 마이크, 저 사람 시라큐스로 손금(reading palm) 봐주러 가는 중이래.”
너무 귀여운 오해가 나를 빵 터지게 했다.
일상에서 기쁨의 순간을 채집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슬프고 답답한 순간에 무얼 쓰고자 했지, 기쁨의 순간에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의식적으로 기쁨을 채집하다보면 더 많은 기쁨을 누리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김목인 번역가도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 작은 기쁨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충분히 기뻐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이 책에 섬세하게 묘사된 기쁨에 대해 읽다 보니 무거운 현실이란 거기에 골몰하기 때문에 더 무거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p.274, 옮긴이의 글)
기쁨을 채집하는 일이란 그리 멀지 않다.
어제 독서모임에서는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눴다. 각자의 경험과 책에서 말하는 의미를 나누면서, 이렇게 삶에서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을 나눠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대화의 기쁨.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발견'하는 기쁨. 표현하고나서야 명징해지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나눌 때의 기쁨.
하루를 그렇게 마치고 나니, 회사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어처구니 없던 일과
허망함이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일상의 기쁨을 놓치지 말고 채집할 것.
그럴수록 마법처럼 더 많은 기쁨이 몰려온다.
로스게이가 하고 싶었던 말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