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우울증 걸린 런던 정신과 의사의 마음 소생 일지
벤지 워터하우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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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에서는 어떤 것에도 100퍼센트 확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정신과 의사는 항상 회색 구름 속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가끔 사이키델릭한 광기의 색이 주변을 밝히곤 한다. 정신 질환 사례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p.176)

정신과 의사의 회고록이다.
무지막지하게 재미있으면서 씁쓸하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고통이 있는 줄 몰랐다.

누군가가 자기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망상, 자신이 리얼리티 텔레비젼 쇼에 출연하고 있다고 믿는 망상, 자기가 신의 아들이나 늑대인간이라고 믿는 정신 질환 등등.

저자는 말한다.
‘환자가 죽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도 환자가 불필요하게 병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시스템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를.

모든 환자를 입원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적절히 잘 분류해야 한다.

또한 저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우울증 환자가 되어 약 처방을 받으면서. 단지 뇌에서 벌어지는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있다고.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터놓으면서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


이쯤되면 현대인은 누구나 이상한 구석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모두가 정상인 척 하지만, 그것은 가면을 잘 쓰고 살아갈 때의 일이다. 진짜 마음을 내보이며 솔직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 질환은 그 극단을 보여준다. <순간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무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오버랩되었다.

정신 분열 환자들은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확실치 않다. 머릿속 생각을 마치 지나간 사람이 하는 말처럼 듣기도 하고, 라디오나 티브이에서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한다고 믿기도 한다. 일반적인 인지 기능이 구별하는 시간의 전후, 공간적 앞뒤, 부분과 전체가 이들에게는 혼재되어 있다. 누구니 사실 그런 순간이 있다. (p.64, <순간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무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경계의 정신과 의사.

이 책이 웃기면서 감동적인 이유는, 환자들의 민낯을 마주하면서 저자도 자신의 민낯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품고 있다.

정신의학 진단으로 이 모든 마음을 담아낼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은 꽤나 복잡하니까.

저자 역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족간의 관계를 그제서야 마주하고 풀어나간다.
그런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에세이가 영상화된다면 어떨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본다.

정신 질환 치료 결과에 관한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중 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가족 관계가 더 돈독한 개발도상국에 사는 환자들이 선진국의 환자들보다 더 예후가 좋다는 사실이다.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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