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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
이세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은퇴 결정은 마치 한 수를 선택하는 일과도 같았다. 흐름을 읽고 물러날 때를 아는 것. 그것이 내가 바둑에서 배운 태도였다. 바둑판 위든 인생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결단의 감각이었다. (p.20)
<먼저 온 미래>에서 이세돌 9단은 은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사실 이게 예술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일종의 게임이 된 거 같다. 그런 점이 굉장히 아쉽다." (p.21, <먼저 온 미래>)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다. 그리고 때마침 이 책을 운명처럼 만났다.
바둑에서 배운 삶을 인생에 덧대어 이야기한다.
- 유리한 형세일수록 선택지가 많아 고민이 커진다는 것
- 종종 '틀린 수'를 두는 걸 두려워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것
- 바둑과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나만의 수를 찾는 일. 그 선택으로 비록 좋지 않은 결과가 오더라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왜 그가 바둑을 예술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_ 바둑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그 위에섯 벌어지는 수싸움은 끝이 없다. 나는 이 점이야말로 바둑이 전략을 넘어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깊은 감성과 감각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세계, 그게 바로 바둑이다. (p.258)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바둑이라는 게임에서 그가 둔 한 수 한 수는 그의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알파고와의 대국 회고를 보면, 흥미로운 제안에 끌려 선뜻 대국을 하겠다고 한 것부터, 대회에서 승리하고 결혼 10주년 기념하겠다는 단순한 생각, 이후 의외로 풀리지 않았던 시합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간이기에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 재미있다.
재미있겠다고 선뜻 수락한 알파고와의 시합으로 'AI를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기억될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비록 처음엔 자신의 승리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수락했지만, 결국 결과를 받아들였고 이후 은퇴까지.
그러한 모든 결단이 그가 둔 '나만의 수' 아닐까.
"바둑은 감각의 예술"(p.260)이라고 말하는 그는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과 '생각하려는 습관'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건, 결국 생각의 깊이다. 지금까지는 속도 경쟁에 익숙했지만, 이제 그 속도는 AI와 대결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생각의 깊이와 그 폭. 무언가를 탐구하는 재미를 동력삼아 공부하고 생각해야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바둑과 인생이 이토록 닮았구나 싶은, 이세돌님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_ 바둑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수를 찾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선택으로 비록 좋지 않은 결과가 오더라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남들이 다 하는 '통상적 선택'에 끌리지만 결국 오래 남는 건 '나다운 선택'이다.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