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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평점 :
_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칭찬과 보살핌을 바라며 응석을 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보내고 누군가 없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다시 한번 깨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으로, 한 사람의 엄마로, 오늘도 성장하는 중이다. (p.277)
지난주 화요일 엄마에게 sos를 쳤다.
남편의 저녁미팅과 나의 야근, 그리고 대학원 일정까지. 시부모님의 서포트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엄마만큼은 아니었다. 엄마는 수요일 통영에서 올라오셨다. 한 일주일만큼은 나와 남편 모두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한주가 된다.
엄마는 늘 그런 존재였다. 우리집 대소사를 다 책임졌고, 지금도 내가 힘들다고 하면 모든 일을 다 제쳐두고 도와주는, 원더우먼 같은 사람. 칠순을 코앞에 두고도 어디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는 사람.
책을 읽는 내내 반성했다. 엄마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리고 마음은 왜 이렇게 표현하기 힘든지. 아이에게는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보이라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왜 그렇게 못하는건지. 사람은 이중적이다.
_ 엄마도 나도 차마 서로에게 할 수 없던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안다. (p.163)
엄마는 걱정이 많다. 40키로의 앙상한 뼈만 남은 엄마는 사소한 것에도 밤잠을 설친다. 그래서 나는 걱정할만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감기만 걸려도, 괜찮은지 꼬박 연락하는 엄마에게, 나는 누가 아프거나 힘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빼고나면,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첫째가 쓰는 일기처럼, 무엇 무엇을 했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른인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엄마 잘 지내지? 하는 상투적인 물음 외에 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가 더 많다. 지방으로 이사간지 1년이 된 지금, 새로 사귄 친구들과 여행을 하고, 지역축제를 다니고. 요즘 말로 인싸인 우리 엄마는, 연고가 없는 동네에 가서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보며, 엄마가 잘 계신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엄마가 집에 오시면, 살뜰히 말을 붙여야 하는데, 그저 또 먹고 싶은 음식만 주문하다가 일주일이 지나간다. 못난 딸의 소통방식이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들 돌보기가 바쁘다. 딸 대신 손녀딸의 응석을 받아주고, 예쁘게 꾸며주고 사진도 많이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내게 보내준다. 엄마가 다녀간 그 주에는 딸아이의 사진이 쏟아진다. 이제 쉴만한 나이에 손주녀석들을 돌보는 엄마의 고단한 하루는, 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내하는 여전한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 미안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고마워. 그리고 늘 미안해.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는 책. 새벽에 이 책을 읽고나면, 엄마한테 그 날만큼은 좀 더 다정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의 존재가 이럴까 싶다.
_ 인생의 페이지가 한 장씩 줄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릴 때면, 일상을 되도록 섬세하고 소중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래야 언젠가 내가 사랑한 당신들이 끝까지 사랑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테니.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