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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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결국 가격과 비용의 문제예요. 그런 성분을 넣으면 돈을 아낄 수 있거든요." (p.39)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이다.
1850년대 미국에서는 당장 마시지 않으면 버려질 폐우유를 활용하기 위해 공장 가공 아이스크림 제조가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폐우유를 아이스크림으로 바꾸면 유통기한이 연장되고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으니까.


초가공식품의 정의는 어렵다.
자연식품을 성분으로 분해해서 그 성분을 화학적으로 변성시키고, 그 식품 성분을 다시 첨과물과 결합해서 산업기술을 이용해 조립한다...


어쨌든 이러한 초가공식품은 사람을 살찌게 만드는데, 배가 불러도 먹는 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 초가공식품 환경이 자기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활동 부족이 아니라 식품 섭취가 비만을 야기한다는 것.


그러나 끊을 수는 없다. 초가공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이니까.그러나 오늘날의 환경은 되돌릴 수 없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서 내가 신중히 선택해서 먹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요즘 마트에 가서 음료를 보면 거의 대부분 '제로'가 붙어있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가 몸에 좋을리 없지만, 살이 안 찔 것만 같은 심리에 현혹되어 음료를 집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_ 사실 30가지가 넘는 성분 목록을 일일이 신경 쓰기도 어렵다. 포장과 가공은 소비자와 환경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낸다. (p.386)


영국에서도 설탕 대신 저설탕 대체품으로 전환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있는데, 그 뒤에는 펩시, 켈로그 등의 거대 초가공식품 기업이 있다는 것. 나도 모르게 쇠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불편한 진실이다.


더 불편한 사실은 미국은 식품첨가물에 관한 규제가 사실상 없다는 것.법률상의 허점은 거대 기업의 로비와 무관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논리처럼 보였다. 건강 문제만 빼고.


식품기업은 돈에 정말 민감하다. P&G가 영국에서 프링글스의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기 위하여 소송을 한 적이 있다. 영국의 복잡한 세금제도에 따르면 과자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만, 케이크와 비스킷과 같은 주식에 해당하는 것들은 면세 대상이다. 그러나 다시 초콜릿을 입힌 비스킷은 세금을 내야 하고, 초콜릿을 입힌 케이크는 사치품이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프링글스의 주장은 이렇다.
_ 감자칩과 달리 프링글스는 감자를 슬라이스로 썰거나 튀겨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케이크가 비스킷처럼 반죽으로 만든다. (p.369)

2004년 소송을 시작할 당시 감자가 들어 있지 않은 도리토스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으니까, 프링글스는 도리토스가 부러웠겠지;;;어쨌든 2009년 판결문에는 프링글스의 감자다움에 대해 논한다.

_ "프링글스는 '감자칩과 유사하고, 감자로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 판결에 과거의 1억 파운드, 미래의 매년 2,000만 파운드라는 막대한 돈이 걸려 있다."(p.370)

이외에도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지만 다 쓸 수는 없으니. 재미보다는 씁쓸하다고 해야 더 맞겠지 싶고.

식품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계속 더한 식품을 만들겠지만, 소비자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일부 책임이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힘이 점점 조그맣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언지.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먹는 것들의 성분을 보기 시작했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화학성분을 다 먹고 나면 남는 것이 내가 쾌락인지 불편인지. 이러한 식품을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덜 먹을 수는 있지 않을까. 건강을 위해서.



_ 식품 공급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그것은 주로 돈의 흐름이며, 이 흐름이 가공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든다. (p.399)


흥미로운 책! 음료수를 덜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체 우리 가족이 무엇을 먹고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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