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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소유하다 - 블록체인이 바꾸는 인터넷의 새로운 질서
크리스 딕슨 지음, 김의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7월
평점 :
_ 정보를 캡슐화한 웹사이트가 인터넷의 '읽기 시대'를 정의했다. 누구나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블로그와 같은 게시글이 인터넷의 '읽기-쓰기 시대'를 정의했다. 새로운 단순화 개념인 토큰은 소유권을 캡슐화하며, 가장 최근의 인터넷 시대인 '읽기-쓰기-소유하기'의 시대를 정의한다. (p.137)
암호화폐/디지털자산은 전통 금융상품과 달리 기관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소매시장이 원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기존 금융회사가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책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등장하는 두 가지 방식>(p.107) 으로 쉽게 설명한다. 인사이드아웃(inside-out) 기술은 거대 기술 기업 내부에서 시작하지만, 아웃사이드인(outside-in) 기술은 외곽에서 등장하는데, 등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과소평가한다고.
애플의 아이폰, 즉 모바일 기술이나 아마존이 주도한 클라우드는 인사이드아웃 기술이었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소셜'은 아웃사이드인 기술이었다.
_ 블록체인은 전형적인 아웃사이드인 기술이다. 대부분의 기술기업은 블록체인을 무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런 기술 기업의 일부 직원은 블록체인을 비웃거나 멀리한다. (p.110)
이 부분이 내게 와닿았던 이유는, 국내 금융회사 역시 이렇게 바라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거시에 익숙해진 터라, 새로운 아웃사이드인 기술을 이렇게 바라보는게 아닐까.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금융회사가 굳이 해야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_ 금융은 언제나 중앙집중형이었으며, 대개 영리 기업이 운영했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인터넷을 '비트'뿐만 아니라 돈도 다루도록 업그레이드하여 금융 인프라를 공공재로 만들 수 있다. (p.333)
이 책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불편한 이야기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이점은 기업 네트워크의 독점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기업 네트워크가 실패한 곳에서 블록체인이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다. 창작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않고 기업이 독점하는 그런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나는 사실 Moxie Marlinspike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재중앙화의 위험을 언급했다. 컴퓨터 산업은 탈중앙화로 시작하지만 결국 중앙화가 되고 마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블록체인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수익 경쟁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니까. 시장 경제라는게, 꼭 그렇게 돌아가는데 기술이 그걸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저자의 통찰력은 무시할 수 없을만큼 좋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의 패권을 약화시키는게 아니라 강화하고 있다는 것, 비디오 게임산업과 비교했을 때 폐쇄적인 음악 산업의 시장규모가 얼마나 작아졌는지, '충분한 탈중앙화'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규제산업의 우스꽝스러운 면모 등.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콘텐츠 제공자를 위해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바다. 블록체인이 이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중에 나온 웹3나 블록체인 관련 책 중 이 책이 단연코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a16z가 신기술 관련 투자를 활발히 하는 VC라 워낙 앞서있기도 하고, 저자가 블로그나 팟캐스트에서 틈틈히 이야기했던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으니, 그의 인사이트를 이렇게 쉽게 취득할 수 있다면 안 읽는게 손해다. (떠먹여줘도 안 먹으면;;)
올해 2월 원서로 읽었을 때 밑줄 그었던 내용이나, 6개월이 지난 지금 번역본을 읽었을 때 밑줄 그은 내용이 거의 완벽하게 싱크되어 있어서, 사람은 여전히 망각의 동물임을 깨달았으며, 이렇게 좋은 책을 재빨리 번역본으로 출간해주신 어크로스에 감사하고 싶다. 부족한 영어로 읽는 것보다 한글로 읽는게 얼마나 더 기억에 잘 남고 편한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