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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에서 언급하는 100가지 그리운 것들.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지루하면 친구를 불러내고,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던 날들.
대충 듣고 설렘에 부푼채
소개팅에 나갔던 시절.
지도를 보고 운전을 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했던 날들.
부재중전화와 남겨진 메세지.
그러나 지금은 모든게 바로 해결된다.
지루하면 관심있는 영상을 보면 되고,
소셜미디어로 누군가를 알게되고,
네비는 최적화된 경로를 알려주고,
아무도 목소리로 메세지를 남기지 않는다.
몇 마디 톡으로 해결된다.
편의성과 유연성을 얻었고,
인내심과 기다림을 잃었다.
나는 그 시절을 기억하지만,
우리 아이는 그 시절을 모른다.
예전의 불편함이 어느새 추억이 되었고,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 역시,
나는 그러하지만 아이들에겐 이상한 것일지도.
_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쥔 작은 기기를 '전화기'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그 물건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하다. 그건 컴퓨터다. 어떤 사람이 최신형 아이폰 프로 맥스 기종을 전화를 거는 용도로만 쓸까? (p.65)
최신 기종 컴퓨터를 어렸을 때부터 다룰 줄 아는 아이들.
디지털 네이티브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에,
그 어떤 다름은 있을 수 밖에.
그때가 그리워지는 건 우리까지일까.
우리 아이들은 또 어떤 시절을 그리워할까.
이제 그 자리를 AI가 꿰차는걸까.
또 다른 편의성이 앗아갈 만한 건 무엇일까.
과거를 그리워하다보니,
그 다음은 무얼지 궁금해진다.
약간의 불편함을 그리워하면서,
또 다음 편의성을 기대하는 것.
그게 바로 알 수 없는 인간이라고,
그런 생각이 든다.
_ 인터넷은 아침이면 기억 속에 사라지던 사소한 실수조차 용서하지 않고 잊지 않는다. 이제 실수는 영원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실수를 처음 접하는 낯선 사람은 그 사건 이후에 어떤 종류의 후회와 재활이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실수는 몇 달 또는 몇 년 전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바로 현재 온라인에 존재하는 문제가 된다. 그러한 정보는 결과적으로 당신이 지금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려준다. (p.315)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조각난 정보들,
실수는 용납될 수 없고 모두가 평가하는 시대.
이렇게까지 알아야 할 사안인가 싶다.
때로는 모르고 싶다.
그냥 내 주변 사람들과 다정다감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수많은 과잉정보가 피곤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닫을 수 없는 건,
이미 그런 세상에 익숙해졌기 때문인가.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낭만을 주억거리며,
향수를 일으키는 그 어떤 것을 붙드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다시 뎁혀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시절을 추억하며.
_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하면 말할수록 모든 게 혼란스럽지만 그게 우리 시대다. 이젠 그걸 받아들여야 할 때다. 잠깐, 이 책과 함께 조금만 더 그리워하고 나서. (p.327, 옮긴이의 말, 이다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픽셀화된 렌즈를 통해 길러진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예전의 직접적인 방식으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포착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할까? 인터넷의 역설 중 하나는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 P19
옛날에는 모든 일에 때가 있었고 누구나 그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끔찍한 소식을 저녁 뉴스가 알려주려면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TV 앞에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 후에야 황금 시간대가 될 때까지 TV를 보며 쉴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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