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 또는 간병인에게 맡기는 것,
자식은 대체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이 책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저자가 마주한 상황을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1. 돌봄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이라
할 지라도,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를 돌보거나, 내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거나,
이러한 일들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 같지 않기에.

 
아픈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의사를 신뢰해야 하는지,
고용한 간병인이 잘 하고 있는지,
가족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2. 의사
저자 역시 여러 명의 의사를 비교했다.
환자의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 의사,
그는 수술을 하고도, 환자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때론 일어나고,  
행운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생이란 그렇다.



3. 간병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내 시간을 보장받지만,
가족도 아닌 간병인은 어느 범위까지 나의 의무를 대신하고,
나는 얼마나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지.

때로는 집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릇된 일들이 일어나도,
알면서도 모르는채 눈감아야 하는지.
내 삶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떠한 결정이 옳은 것인지,
모두 뒤엉킨다.




4. 죽음
엄마의 돌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실적인 관찰에 더한 솔직한 감정 표현은
그 자리에 나를 끌어들인다.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기적인 내 시간에 대한 욕심,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돌봄 속 갈등과,
간병인에게 빚진 듯한 심리적 감정.


이 모든 양가적 감정은 결국 엄마의 죽음으로 끝난다.





자녀 돌봄에는 타임라인이 있지만,
부모 돌봄의 끝은 죽음이기에,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돌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돌보고,
부모의 임종을 치르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그토록 준비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겨둔 것 역시
오만한 인간을 위해 남겨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은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이기적이었다 - P59

내 삶이 좁아진 듯했다.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듯했다. 나는 내 삶의 일부를 포기했고, 그런 생각들을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의무로 여겨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그런 생각들을. 희생. 나는 자유의 상실이라는 현실에 저항했다. - P69

의사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당신이 돌보는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도, 해를 입을 수도 있다. - P55

환자의 매일을, 몸을, 식사를 전담할 다른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은 그 환자의 성인 자녀의 양심과 무의식을 콕콕 찌른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이 옿고 그른지 몰랐다. 내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윤리적 쟁점이 제기되었다. - P82

‘도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내 머릿속에 등장하지 않았다. ‘물건을 가져가기‘는 했어도. 그런 표현은 무해하게 들린다. 프랜시스가 가져간 물건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찮은 것들이었다. 프랜시스가 그런 것들을 가져갔다면 말이다. 어머니는 살아 있었고, 프랜시스가 물건을 훔치고 있다고 해도 프랜시스를 해고 하면 어머니는 오랜 시간 함께한 간병인과 헤어지게 된다. 게다가 프랜시스는 어머니를 매우 잘 돌봤고 어머니는 프랜시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중략) 윤리적인 쟁점이 제기되었지만, 옳고 그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중요도를 따져야 했다. 나는 늘 프랜시스의 편을 들었다. - P218

부모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다른 죽음과는 다르다. 그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터무니없게도, 어리석게도 그 자녀들은 상징적인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발가벗겨진 느낌, 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낀다. - P239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대신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