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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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예찬을 이리 잘 하시면 어찌 마시지 않을 수 있을까. 
정지아 작가님의 굴곡진 인생과 술은 동반자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아직 위스키 세상에 입문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블루를 읊어대시니, 
내가 모르는 세상인가 싶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데, 
한해 한해 몸이 술을 받아들이는게 다르다.
그래서 예전처럼 술자리를 갖지 못한다. 
다음날 숙취의 고통이 두려워서. 


_ 알고 보니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에게 숨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 술의 힘을 빌 뿐이다. (p.315, 에필로그)


작가님 말처럼, 술은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누구와든 술자리에서 친해질 수 있었고, 
어떤 화제에도 흥이 돋았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렇게 연일 마셔댔던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유연해지지 못하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술한잔 하는 자리가 더 좋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셔댔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울고 웃고 했던 수많은 날들.
술이란 사람의 민낯을 좀 꺼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 아닐까싶다. 


술술술 부르는 책이다.



하늘이 고우면 고와서, 바람이 스산하면 스산해서, 노골노골 땅이 녹는 초봄에는 마음이 노골노골해서, 비가 한줄금 긋고 지나가면 맘이 괜시리 착잡해서, 마신다. - P280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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