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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트 -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
데이비드 로즈 지음, 박영준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기술자가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전문성'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의미 없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기술이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다면 엔지니어,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서비스 담당자 같은 사람들이 굳이 기술을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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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 그 다음은 비전 혁명이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담긴 책이다.
슈퍼 사이트(Super Sight)
1. 인공 지능, 공간 컴퓨팅, 컴퓨팅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현실,
2. 보고,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
저자는 음성인식, 로봇공학, 공간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유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스타트업을 언급한다. 미래학자답게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에게 장미빛 전망을 늘어놓는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내부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면, 수시로 열어보면서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컴퓨터 비전을 통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살피고 최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정용 식물 재배는 금방 일상이 될 것이다.
과연 편리하기만 한 것일까. 요리는 더 편해지고, 제철 과일이나 작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사계절 내내 원하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걸까. 마치 횟집에 가면 광어나 우럭은 늘 있는 것처럼.
물론 챕터의 끝에는 미래에 대한 우려가 한 스푼 쓰여져있다. 저자 역시 우려되는 바가 있기 마련일테다. 나의 경우 <권력과 진보>를 읽은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일까. 95%의 장미빛 전망보다 디스토피아적 우려가 눈에 더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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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간은 지나치게 뛰어난 인공지능 코치 탓에 인지적 의존의 문제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GPS는 네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찾지 못하는 세대를 탄생시켰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서비스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때로는 아날로그라는 이름의 주기적인 안식일을 가져야 한다. (p.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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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의존.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 단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습관, 기억, 지식의 형성에 만약 앞으로의 기술이 지금보다 더 지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나는 어디까지 기계에 의존하게 될까?
생산성을 증대하려는 기업들 역시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언젠가 기업들 역시 AI의 판단에 의존하게 될까?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말했다. 자동화를 사용할수록 사람의 기술과 근육 기억은 쇠퇴한다고. 이런 상실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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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나의 습관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나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고 나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머리가 무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뇌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표루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p.42,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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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사람들의 모든 눈은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출퇴근 시간 모두가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스마트안경이 더해진다면, 증강현실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게 될까. 과연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는걸까.
오히려 인지적 의존이 심해지는게 아닐까. 감시사회, 필터 버블, 개인화는 더 심해지지않을까. 슈퍼사이트로 사람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긴밀해질수록, '사람'이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더 나은 미래를 꾸며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슈퍼사이트는 우리 모두를 개인적 세계관 속에 가두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스마트안경을 통해 선택하는 정보의 계층은 모든 사람이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경험을 공유하거나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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