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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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인문학자들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들입니다. 그들은 소설과 예술적 창의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왜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합니다. 이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하려면 둘(과학과 인문학)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만으로는 안됩니다.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을 테니까요. 과학뿐 아니라 과학하는 사람들의 인간 본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에 왜 인류 전체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건 우리의 집단적 미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p.396)


이 책은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마르셀루 글레이제르가 5년간 철학자, 신경과학자, 인문학자 등 여러 석학들과 진행한 8번의 대담을 모은 결과물이다. 원래 나는 인터뷰나 대담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좀 어려웠다.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대담도 이해하는게 쉽지 않으니, 과학자의 언어란 대중에게 소통하기 어려운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과학테이너들이 더 존경스럽다. 


_ "인공지능을 계속 연구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과학과 인문학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입니다. (p.110)


챗GPT 열풍을 가져온 이후 AI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함께 했다. AI개발을 늦추자던 일론 머스크는 얼마 안되 인공지능 회사를 설립하였으니. 기술이란 그런게 아닐까. 이로움보다는 결국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이용되는 것. 인문학과 철학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 판단이다. 그런 이유로 AI개발에 있어 윤리의식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 선점에 대한 경쟁으로 기업들은 가치판단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윤리사회팀 직원을 해고한 것만 봐도, 영리기업에게 가치판단은 사치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인문학적 혹은 철학적 사고는 등한시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대화 역시 우려스러웠다.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초부자들만이 인간존재를 초월해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불평등은 옳은 것일까. 물론 마음을 기계에 업로드하고 불멸의 삶을 내가 아닌 어떤 기계가 살아간다는 상상은 여전히 와닿지 않지만,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불평등은 더 심화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기술이 발전할 수록 가치 판단의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에, 과학과 인문학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화를 더 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가 지적 협력을 통해 인류가 가야하는 방향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이고 인문학자였던 고대 석학들이 떠올랐다. 인간의 본질적 삶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려는 그 사상은 오늘날 여전히 필요하다. 어쩌면 챗GPT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것보다,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할까, 이 방향이 맞는 것일까 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속도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과학이 사실을 말하는 데는 우월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을 아는 데 만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절실히 알고 싶은 것은 가치 판단(무엇이 중요한가)입니다.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인간적 관심은 거기에 있습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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