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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_ 업계 입장에서 뚱뚱한 사람들의 수치심을 이용해 돈을 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하나가 비만인 몸매를 부각해서(뚱뚱할수록 좋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이어트 리얼리티 쇼 <더 비기스트 루저>가 이런 발상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에 나오는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뚱뚱하다. 다이어트 업체가 현실에서 보기 드문 '도움이 절실한' 비만인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수백만 시청자에게 당신은 지금 인생의 낙오자를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흘린다. (p.48)
수학 전공을 하고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저자, 캐시 오닐은 평생 체중 문제와 싸움하며 살았다. 엄마, 아빠 모두 과체중이었는데 그들 역시 수학자로서,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이어트를 평생 했지만 늘 실패했고, 수치심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알게 된다. 그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과체중이었고 다이어트를 했지만 실패하기 마련이었고, 주변의 못마땅한 시선을 느껴야 했다. 결국 그녀는 비만의 영역에서 탈수치심이라는 한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만뿐만 아니라, 외모 역시 수치심을 일으켜 돈이 되는 영역이다. 광고만 보더라도 어떤 모양새를 조롱하거나 바뀐 모습을 찬양함으로써 돈을 쓰도록 한다. 가난 역시 마치 빈곤층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라고 자책하도록 만든다. 사회의 복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탓으로 돌려 버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마시멜로를 꿀꺽 삼킨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고. 그 실험은 지배계층의 구미에 맞는 설계였으며, 사실은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아이의 장기적인 성공과 훨씬 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이다. 가난한 아이일수록 만족감을 미루지 못하는 이유는, 물질적 보상에 대한 약속이 항상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 지금 당장 확실한 것이 미래에 약속한 보상보다 먼저였을 것이라고.
물론 수치심이 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두 눈치를 주었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수치심을 느끼고 공공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서양보다 동양 사람들이 수치심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팬데믹 기간에 마스크를 쓰고 공공 에티켓을 더 잘 지킨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권력에 저항하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촛불 시위가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국민이 느꼈던 수치심이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낸게 아닐까 싶었다.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은 어쩌면 사람들의 수치심을 활용해서 우리를 더 그 안에 가둬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혐오라는 것 역시 수치심과 깊게 연관되며, 이를 소비할수록 사회는 분열되며, 내편과 네편을 나누게 되는데, 우리 사회가 점차 그렇게 되는 것 같아 두려웠다.
수치심은 독소와 같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수치심이 개인에게 큰 해악이나 상처가 될 때 이를 그저 받아들인다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스스로 수치심을 깨닫고 해체해야 한다.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은 정작 내가 느끼는 수치심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다. 또한 나 역시 다른 이를 조롱하면서 수치심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영상을 소비하는 것 역시도, 주의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