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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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칠순잔치 대신 유럽여행을 선택한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된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딸과 사위가 안내하는 자유여행, 부모로서는 이런 자랑거리가 없다. 하루 일정을 마치면 사진을 고르고 카톡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아빠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우리 엄마를 보는 듯 했다. 어디를 가든 사진을 중시하는 우리 엄마 역시 사진 포인트를 잘 알았다. 사진만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인지, 사진을 수십장 찍어서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우리 엄마. 부모님들은 인스타를 안하니까, 아마도 지인에게 자랑하는 것이 그들의 인스타인 것 같다. 


_ 알고 있었다. 아빠가 호텔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니 하루만 피곤을 참으면 된다는 말은 반대로, 약 열흘간 쉬지 않고 여행하느라 피곤이 쌓일 대로 쌓였다는 말과 같았다. 알고 있으니 더 속상했다. 영원할 것 같던 엄마와 아빠가 약해져 가는 실상을 맞닥뜨리고 만 것만 같다. (p.243)



아무리 유럽이라 한들 어느덧 노쇠해진 체력, 부모님의 컨디션을 고려해 일정을 짜고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찾아 다닌다. 야경에 불빛을 반짝거리는 에펠탑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을 설득해보지만, 호텔에서 쉬고싶은 것 역시 그들의 진짜 마음이 아닌 체력 탓일 것이다. 


이제 우리 엄마 역시 칠순을 2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하와이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도 극찬했던 크로아티아를 가보고 싶다고. 그녀 역시 가보고 싶은데가 많을텐데, 지금도 두 손주들을 돌보느라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사이 노쇠해진 체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칠순 여행을 기획해야겠다 싶었다. 일상에서는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취향과 스타일, 여행하면서 알게되는 것이 현실아닌가 싶다. 어느새 아이들에게 맞추어진 일상에서 부모님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 내심 미안했다. 여전히 내 뒤를 돌봐주고 계신 엄마는,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되었다. 


나도 꼭 가야겠다. 부모님과의 여행, 미루지 말고 지금이라도 가야한다는 생각이 내심 든다. 일상에서 든든했던 부모님이, 사실 낯선 곳에 가면 그들 역시 노쇠해졌음을. 이 책은 그러한 마음을 일깨워준다. 지금도 늦지않았음을! 



여행도, 꿈도, 모두 다 여유가 있어야 가져보는 것이었다. 이렇다 할 기호도, 취향도 없는 아빠의 칠순맞이 유럽 여행은 어쩌먼 나의 부모님처럼 오랜 세월 근근이 팍팍한 생활을 버텨온, 그 나이대의 어른들이 한번쯤 떠나보는, 그렇게 다들 떠나니 나도 한번 떠나보는, 남들이 정해준 ‘황혼의 버킷 리스트‘ 같은 것인지 모른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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