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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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 이것이 지위다. 이런 상태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p.29)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지위를 향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각종 사례를 들며 지위 게임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_ 우리의 뇌에 지위는 산소나 물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지위를 잃으면 무너진다. (p.38)


가장 단순하게 회사라는 조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승진을 통해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기에 마치 자신이 명성을 쌓은 것과 같은 느낌. 게다가 조직은 인센티브를 통해 '상대적' 보상으로 그냥 더 많이 받는게 아닌, 주변 사람보다 더 많이 받게될 때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구조를 취한다.


퇴직하는 임원이 짐정리를 하기 전 인사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인생의 상당 부분을 회사와 한몸이 되어 일하다가, 어느 순간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마치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표현으로 억울함을 내비쳤다. 영원할 수 없는 지위 게임에서, 마치 자신은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놀라웠다.


그토록 많은 직원을 집에 보내는 결정을 했던 그는 자신만큼은 다른이들과 다르게 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걸까. 그 억울함에 나는 동조 해야하는 것인지, 위로의 말을 전해야하는지 몰라서 듣고만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인간의 뇌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지위 게임에도 특화되어, 나 자신만큼의 서사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게 아닐까. '역지사지'라는 말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말인지도 모른다.



_ 따라서 뇌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그 경험의 중심에 우리를, 자아를 놓는다. 뇌는 영웅을 만드는 장치로서 자아라는 환상과 이에 대한 흥미로운 서사를 지어내서 인생을 희망의 땅으로 가는 여정으로 설정한다. (p.41)


<인피니트 게임>에서 사이먼 시넥은 인생은 유한 게임이 아닌 무한 게임으로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윌 스토는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며, 절대로 충족되지 않는 지위 욕구로 인해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_ 지위의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승리하든 끝까지 만족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p.127)

비틀스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를 그 예로 들었는데, 그는 음반의 라벨과 커버에 공동으로 작곡한 곡이 "레넌-매카트니"로 표기된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1976년 <윙스 오버 아메리카> 음반에 수록된 비틀스의 5곡을 매카트니-레넌으로 표기했고, 2002년 <백 인 더 유에스> 음반에서 모든 곡에서 이름의 순서를 바꿨다고.

_ 사실 SNS는 지위를 위한 슬롯머신이다. (p.124)

어쨌든 사람들의 지위 욕구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슬롯머신처럼 만들었고, SNS 역시 그러하다고.스마트폰과 SNS에 집착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중독적이도록 설계한 것 역시 기술자들이겠지만 인간의 본성 자체도 작용했기에 그런 것일테다. SNS 팔로워 수가 지위 게임에서의 명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쉽게 지위를 추구할 수 있고, 인플루언서와 서로 소식을 나누는 것 역시 즐거움을 주는 본능적인 것임을...


그래서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현실적으로 게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빈방에 들어가 그 안에만 머무는 것이다."(p.62)라는데.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마지막 챕터에 나온다.


_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라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라는 진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지위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승리해서도 안 된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다. (p.406)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지위를 향한 욕구를 이 책 내내 설명하더니, 결국 승리하는 방법은 없으니 과정을 즐기라고 한다. 결국 <인피니트 게임>을 읽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유한게임식 경쟁에서 무한게임식 사고를 갖는 연습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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