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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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회사를 퇴사하고 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27살, 2018년 그 당시의 일기장을 들추며 담담하게 그림과 약간의 에세이를 더해 말하는 이연 작가. 방황하는 20대를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다니, 그래서 더 좋았다. 


특히 수영을 배우고 시작하면서 수영에 대해 말하는 그림들은 우리 인생과 닮아있었고, 성실하게 수영을 배웠던 것처럼 인생도 성실하게 꾸려왔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수영을 배우면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는 모습이 좋았다. 초급반에서 중급반, 상급반으로 넘어가는 여정이, 마치 우리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시절 가족들과 함께 여행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나와 남동생은 노란색 보트를 타고 아빠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파도에 휩쓸려 저 멀리 넘어가면 안된다고 표시된 곳까지 표류하게 됬다. 아무리 소리쳐도 누구도 우리의 구호를 알아듣지 못했다. 까마득했다. 수영도 하지 못하는 나는 왠지 물속을 뛰어내려서 이 보트를 끌고 해안가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다행히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는 않았고, 멀리서 아빠는 우리를 발견했다. 


그렇게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수영을 배울 기회는 몇번 있었지만, 늘 자유형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6살이 되는 순간, 수영장부터 찾았다. 아이들은 수영을 잘 했으면 했다. 나처럼 바보같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기를...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늘 부러웠던 나는 이연 작가님이 수영을 하면서 그 당시 삶을 이겨낸 것만 같아서, 나도 언젠가 수영을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매일을 헤엄치는 법과 다르지 않았다.

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 P65

수영에서는 네 가지 영법이 있다.
그 안에서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30년 이상을 헤엄친다.
"맨날 똑같은 수영장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것 같아요."
"똑같이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어."
그래, 우리도 매일을 살면서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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