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 상징 코드로 읽는 서울 인문 기행
조동범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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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관점으로 서울을 이야기한다는건 어떤걸까 궁금했다. 이 책은 내가 몰랐던 근대의 역사부터, 인간의 욕망까지 스펙트럼 넓게 다루면서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_그런데 우리는 레트로가 다른 사람의 삶을 향할 때 빈곤 포르노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략) 다른 사람의 낡은 집이나 오래된 동네를, 혹은 고단한 노동의 현장이나 가난한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것은 폭력이 되기도 한다. (p.73)

_이러한 도시재생은 매우 불편하고 불쾌하며 올바르지 못하다. 그 이유는 이런 변화가 '빈곤 포르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지로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지역이 빈곤 포르노의 대상이 되어 한갓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이와 같은 지역은 가난이나 추억 등을 강제로 전시당하며 타의에 의해 삶이 드러나게 된다.(p.128)

저자는 익선동, 을지로 등을 '빈곤 포르노'에 기반하여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힙지로를 소비하는 MZ세대가 '다른 사람의 삶을 인테리어 삼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색적인 낯선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발되지 않은 동네의 분위기가 마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빈티지한 감성을 주면서 꽤나 흥미롭게 느껴질법하고, 레트로 감성의 마케팅 소구점과 맞물려 더욱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게 '빈곤 포르노'라는 불편한 단어를 갖다 붙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_'다름'은 때로 불편함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만큼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한다면 언젠가는 타자가 아닌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p.125)

그러나 대림동의 중국동포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저자의 말처럼, 도시재생사업으로 원치않게 개발되거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쫓겨나는 상인을 생각해보면, 저자가 왜 그렇게 '빈곤 포르노'라고 말하며 불편하게 보았는지 한편으로 이해는 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만큼, 저자와 나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았을 수 있다. 원치않는 개발이 안타까운 저자와 색다른 해석으로 공간에 재미를 더했다고 보는 MZ세대와의 차이점일까.

백화점은 근대 욕망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존재했다거나, 북촌 마을에 개량 한옥이 들어서게 된 이유, 광장이 의미하는 바 등 우리가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려준다. 마치 과거로 여행간 것과 같은 기분으로 글을 읽으며 공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작가와 나이가 비슷한 연대의 사람들이 읽으면 과거의 공간을 복기하며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나처럼 과거 서울이 어땠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흥미로운 과거와 함께 사람들의 욕망이 서울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의 공간이 이처럼 진화하게 될줄 누가 알았을까. 또 앞으로 얼마나 변화할까.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 하여도 물성이 있는 도시의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에는 여러 가지 상징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서울 역시 우리가 깨닫지 못한 다양한 상징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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