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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나의 복숭아는 9명 작가들이 꺼내놓는 비밀들로 이루어진 에세이다. 사실 알고보면 나랑 같은 면이 여기저기 있어서,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모두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9명 작가의 에세이 모두 너무 재미있어서 금새 읽은 후, 작가 한명 한명 어떤 책을 썼는지 검색해봤다. 9인9색의 이 에세이를 읽고나면 다들 나처럼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김신회 작가, 사랑을 모르는 사람
연예인 덕질부터, 일, 연애, 우정, 지금은 강아지 풋콩이까지. 사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 시절 무언가 열중했던 것들을 펼쳐보이며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작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공감이 되었고, 우정에 대한 작가의 말은 더욱 더 그러했다.
어렸을 때의 우정을 키웠던 친구들도 나이가 들고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면서 모두가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해간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했던 우정이 변색되지는 않더라도, 현재 그 친구와 공감하며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허전함이 메꿀 때, 그럴 때 우리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 시기이기도 한 것 같다.
이두루 작가, 영해영역 7등급
이 에세이야말로 나와는 공통점이 없는 신박한 에세이였다. 나는 어렸을 때 책은 등한시한채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텔레비전이 끝날 때쯤 나오는 오색 컬러풀한 줄이 나올 때까지 영샹을 즐겨봤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해영역 7등급이라는 작가가 남들과는 다른 영해력에 대해 정말?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읽었다. 에세이를 다 읽고나서야 문해력이 있다면 영해력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작가의 영해력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박한 능력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두루작가님, 또 다른 책도 기대할께요.
서한나 작가, 나는 잠시 사랑하기로 한다
작가가 요가원을 다니면서 쓴 이 에세이는 나 또한 요가원을 다녀서인지 왠지 모르게 큭큭 웃으며 읽었다. 눈앞에 그려지는 묘사와 작가의 소심한 마음이 나의 일상에서도 종종 느껴져서 그랬던 것이리라.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운동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체력관리를 위한 일련의 스케쥴로 다람쥐 쳇바퀴같은 나의 일상에서 요가는 그 바퀴 하나에 해당한다. 작가가 요가원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온갖 생각을 하는 모습이나, 요가원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모습이나. 작가의 일상이나 내 일상이나 별반 다름없음을 느꼈다.
이소영 작가, 식물을 닮아가는 중
식물세밀화가로 그려지는 이미지와는 다른 자신의 본모습을 이야기하는 이소영 작가. 한편으로는 점점 그 이미지로 변모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는 자기 고백적 멘트까지, 짧은 에세이에서도 유쾌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 잘 담겨있어서 그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읽고싶었다.
이렇게 다양한 색채의 작가를 한 곳에 모으기도 힘들텐데. 이 에세이는 성공했다고 봐야한다. 출간되면 꼭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작가들의 각각의 색채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우리네의 일상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꺼내놓는 비밀들이 꺼내놓고 나면 별거 아님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세상으로 한 발자국 딛을 수 있기를.
우리가 변한 것인지 세월이 변한 것인지 탓할 새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지금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만약 그게 어른의 삶이라면 우리는 어른이다. 외롭게, 약간의 허전함을 머금은 채. - P18
내 몸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근육이 어느 날 ‘내가 네안에 살았던 건 꿈이었다‘ 말하고 사라질까 두렵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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