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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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SF소설이라 그런지 이 책을 받았을 때 설레였다. '창세기'라는 단편소설을을 시작으로 이러한 장편소설을 만들어낸 전삼혜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창세기에서 끝났으면 너무 아쉬웠을, 리아와 세은의 이야기를 이렇게 장편소설로 다른 이들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음에.

 

#창세기

창세기는 리아가 세은에게 말하고싶은 독백으로 시작해서 끝을 맺는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달에서 근신을 받게된 리아에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지구와의 통신이 끊어진 상태에서 그녀가 세은에게 느꼈던 감정들,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의 아쉬운 마음이 느껴졌달까. 그래서 세은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세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줄거야

 

 

#아주높은곳에서춤추고싶어

제롬에게 리아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가, 삶의 애착도 많지 않은 그가, 리아라는 친구를 달에 보내고 지구가 멸망해도 괜찮다고, 한명은 무사할 테니까. 라고 생각하는 두어줄에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달치의 식량이 아니라 사실은 세달이 넘는 식량을 우주선 화물에 넣었기 때문에 리아가 살 수 있었다는거, 리아가 알까?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도, 사회적 연대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러한 현실에서도 그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할테니까. 우리가 다 알지 못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누군가도 나로 인해 도움을 주고 받고,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게 아닐까싶다.

아쉽지 않아. 조금 아쉬운가? 괜찮아. 한 명은 무사할 테니까.

 

 

#궤도의끝에서

나는 리우와 단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단이 리우에게 소행성 충돌에 대한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리우는 어쩌다 알게 된 그 사실에 단에게 화를 냈지만, 결국은 둘다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리우는 다시 슈를 생각하며, 슈가 리우에게 했듯이, 리우도 누군가의 생을 구하기로 하는 점이. 우리 사회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후견자가 없는 아이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 지켜야 할 것은 오직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낸 것뿐인 아이들은 어쩔수 없이 합의했다. 함께 마지막을 맞겠다고.

 

 

#팽창하지않는우주를원해

단은 루카와는 다르게 남아있기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는 부분에서 어떤 책임감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해야할 역할, 외롭지만 응당 해야할 역할을 그렇게 해내면서, 아마 리우에게 들켰을 때에는 오히려 속이 시원하지 않았을까. 단의 곁을 루카가 떠나고 그 자리에 리우가 들어와서 다행이다. 그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독백이 슬펐지만. 그렇게 단단해져버린 단이 리우보다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거짓말쟁이 암흑물질이 되어서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빛나는 은하단이 될 수 있도록 은하단 중심에 자리 잡아야 했다.

 

 

단. 사람들은 자기가 미워해야 하는 대상이 뭔지 모를 때가 많아. 엄마. 누구를 미워해야 할지 몰라서 그 미움을 모두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았나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두고온기도

조안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고, 제네시스를 떠나기로 결정 한 루카. 루카의 이야기만이 제네시스를 떠나 일반인 '캐롤린'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조안의 생각과 행동을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그러한 일이 있다면 조안이 그렇지 않을까. 루카는 선택했고, 제네시스를 향해 기도한다. 결코 본인과도 무관하지 않은 일에 대해, 제3자적 입장으로.

 

제네시스에 행운이 있기를. 신이 그곳을 기억하기를. 빛나는 그 아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조안이 믿는 신에게 기도했다.

#토요일의아침인사

마지막 이야기, 그렇게 궁금했던 세은의 이야기였다. 리아가 세은을 생각하는 것처럼, 세은도 리아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 뭔가 맞물리면서 그녀 둘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세은이 좀 더 표현했다면, 리아가 더 행복했을까. 사실은 리아가 달에 가게 된 것도 세은의 부탁이었다는 거. 리아의 세계가 세은이었다면, 세은의 세계도 리아였다는 걸.

 

#에필로그

에필로그가 없었다면, 정말 막막했을 거다. 이렇게 끝인가 싶었을 텐데. 다행이다. 당신을 데리러 가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감사함을 느끼게 될 줄 이야. 담당 편집자가 전율이 이는 문장으로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을 꼽은 것에 깊은 동의를 표한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다 알고나니, 그들이 무사했으면 하는 바램이 더욱 커지고. 다행히 누군가 리아를 데릴러 가게 됨을 알게 되서. 그렇게 끝이 나서 이 책에 대한 여운이 더 강하게 남았다.

 

이 책은 SF소설이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말했듯 깊은 사회의 연대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리아, 세은, 제롬, 슈, 리우, 단, 루카 이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품이 아닌 제네시스라는 공간에 어떻게 모였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곳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굳이 지구의 멸망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들 삶에서 어떠한 희망이 눈부시게 빛나지 않음을, 그냥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연결되어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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