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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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드보일드 소설이었다. 첸스란 흑인아저씨도 특이한 게 마음에 들고, 술 때문에 내내 주절거리는 탐정도 마음에 들었어. 슬픈 것은 정말 800만 가지 죽음이 있는 이 뉴욕이라는 도시. 서울도 아마 그정도는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완벽한 매트로폴리탄이지.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서로를 죽인다. 쉬운일이 아닌데. 여전히 손을 부들부들 떠는 탐정님만 해도 정말 그렇게 느껴지는데.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되겠지. 너무 쉽게 죽고 죽일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링 포 콜롬바인에서 그 아저씨가 욕해대는 것처럼. 도대체 총이 해주는 일이 무엇이 있나. 우발적 살인의 건수를 더 높여주고 있을 뿐이 아닌가. 범죄의 수를 더 늘려주고 있을 뿐이 아닌가. 작가는 그런 얘기를 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총이 아니래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말지만, 그래도 총이 있기 때문에 그게 더 심해진다는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 걸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치안은 짱이라니까. 성범죄나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이 미비해서 그렇지.. 흥.
범인은 황당했다. 하지만 가능한 일이었어. 추리할 건 아예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탐정의 주절거림, 할렘가,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가 잘 나타나 있는게 정말 하드보일드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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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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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가 싫어. 이야기의 존재, 본질 자체를 뒤흔드는 이런 글쓰기 방식이 싫어. 그렇지만 매혹적인 건 사실이지. 파멸하고 마는 작가의 이야기가 소름끼쳐. 폴 오스터는 그런 걸 좋아한다.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존재조차 잊혀지고 마모되어버린 상황의 이야기를 너무나 선연하게 잘 표현해낸다. 중요한 문제는, 그 이야기조차 이야기 속에서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 작중에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이야기가 걸맞는 것 같다. 세르반데스는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사실이며 자신은 번역한 것일 뿐이라고 우긴다는데, 그렇게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더 그 이야기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사실임을 주장함으로써 더 그 존재가 허구적인 이야기로서의 정체성이 파괴되고 흔들리게 되고 만다. 유리의 도시와 유령들의 이야기가 맨 마지막 잠겨있는 방과 연결될 때, 허구지만 엄연히 실존하는 것으로 감정이입되었던 그 두 작품 속의 인물들은 허구 속의 허구가 되어버린다. 아니, 이미 유리의 도시나 유령들 자체가 그러한 허구, '이야기'의 존재 자체를 흔드는 구조로 이뤄져 있긴 하다. 노인을 추적하면서 그 노인의 이야기를 노트에 담아내다가 결국 그 노트에 먹혀버린듯한 '퀸', 서로를 감시하며 이야기를 써내려가다 종국에는 서로의 삶 마저 바꿔치기 할 뻔한(내가 읽은 게 맞다면) 블랙(화이트)와 블루.. 이야기가 사람을 잡아먹고, 사실이 허구가 되고, 허구가 사실이 되며 객체와 주체가 서로 바꿔치기 되는 것. 정말이지 사람 혼란스럽게 하는 소설이다. 그러니깐 내가 새벽 4시까지 잠을 못자고 회사 와서 코피나 흘리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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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죽음 - CSI: 과학수사대, 뉴욕 #1
스튜어트 카민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한길로 감수 / 찬우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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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두가지 사건이 한꺼번에 돌아간다. 미친듯이 눈이 오고 엄청 추운 뉴욕의 겨울이 라스베가스나 마이애미와 다른 CSI뉴욕만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드라마를 소설화한 것으로는 꽤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CSI시리즈.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생생하게 살려줘서 마음에 들었다. 추리는 좀 약했지만 늙은 킬러의 사투도 왠지 애잔하고(분명 나뿐 놈인데), 테일러 반장의 아내사랑도 애잔하다. 근데 문득 궁금해지는 것! 9.11테러로 아내를 잃었는데 어째 기일은 한 겨울이냐! 다쳐서 병원에 있다가 죽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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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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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느낀 것. 오랜만에 완전히 속았다. 아주 깔끔하게.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속았다. 이 반전으로 인해 완벽한 사회파+본격 미스테리가 되었다. 젠장 다른 서평에서 서술트릭이 있다는 걸 봐놓고도 이렇게 완전히 속아넘어가다니. 진짜 이렇게 완전히 속아넘어간 건 오랜만이라서 속이 시원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반전과 관계없이 꽤 씩씩한 결말이라는 것도 속이 시원해지게 해주었다.
힌트는... 서술 트릭이라는 거다. 번역도 오묘하게 해서 이 트릭을 잘 살린 것 같다. 나는 처음에 다읽고는 번역이 잘못된 줄 알았다. ㅠ,ㅠ 젠장. 그리고.. 책 소개조차도 트릭이다. 나는 책 뒤표지의 줄거리를 다시 읽고 이를 갈았다. 젠장. 이렇게 완벽하게 속다니. 나만 속은 거야? 나만 속은 거냐고! 책 제목과 표지도 이 트릭을 강화시켜주었다. 근데 제목은 정말 다 읽고 나면 무릎을 칠만한 맞는 제목이다. 우우우. ㅠ,ㅠ

노인문제, 강매, 건강관련 제품 사기... 이런 거에 노인이 잘 속아넘어가는 것은 그들이 쓸쓸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데 없는 사람처럼 취급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생'이란 말처럼 남아도는, 잉여 인생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필요없는데 남아있는 찌꺼기처럼, 스스로의 인생을 그렇게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역시 나도 나이 먹어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ㅠ,ㅠ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가장 큰 건, 노인에게 경제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노인들은 전통적인 가치관대로 가족에게, 자식에게 보살핌 받을 것이라 믿고 미리 상속을 해주곤 하는데, 그 자식들은 그 노인을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남은 여생을 즐길만한 푼돈조차 없어서 허리가 휘고 머리가 하얗게 새어서도 단칸방에 홀로 살면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폐품수집 다니시는 할머니를 안다. 지하철의 신문 줍는 할아버지도... 그 분들은 몸이 아파서 혹 하루라도 일을 못하면 다음날은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집세를 못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분들 천지다. 차라리 파고다 공원 나와 앉아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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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골의 꿈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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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만 읽어도 오싹오싹하다. 게다가 이런 저런 가능성을 재보고 걸러나가는, 추리소설의 읽기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이 여자가 원래 부인인지 아니면 애인이었는지, 어째서 기억이 섞이게 되었는지... 요즘은 왠지 기억에 관련된 추리소설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점점 살이 붙는다던 해골은 교고쿠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낼지 기바는 또 무슨 일을 저지르고 세키군은 또 얼마나 우울해할 거며, 기타 낚시장 주인은? 교회 더부살이 정신과의사는? 하권이 궁금해! 정신분석학에 종교학 민속학 또 뒤섞여 나오는 이러저러한 지식들이... 재밌다. 솔직히 머리가 빙글빙글 돌 것 같지만 그 빙글빙글 돌 것 같은 기분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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