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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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네. 나오긴 하네. 그녀석이 주인공이 아니네. 아 처음 보는 건데... 재미없다고 한 사람 누구야.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난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1930년대에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마을사람들을 학살하고 자살한 사건을 배경으로 일본 어디에나 있는가 싶은 몰락무사들이 황금을 숨겨놓고 죽었다는 전설과 결합해서 한편의 러브 살인 로망스??? 를 만들어냈다. 여기서는 아무튼 주인공은 타츠야. 젊고 잘생기고 성격도 성실하다. 게다가 용기도 있다. 히어로다운 풍모를 갖췄잖아. 긴다이치 코스케같은 괴인에 대비되어(아니 애초에 여기서는 괴인이랄만한 건덕지도 별로 안 나오긴 했지만)왠지 더 괜찮아 보이는. 정상인 같아 보이는 게 굿! 이랄까. 게다가 이여자도 저여자도 그를 사랑한다네. 보물도 발견했네. 범인을 밝힌 거야 긴다이치가 했지만 그것도 별 의미가 없는 발견이었네.
...
생각해보면 나 이거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질 않았어!! ㅇ,ㅇ;;
연애 활극 정도로 생각하고 읽은 거 같아. 주말 연속극이라든가... 옛 관습에 얽매이는 폐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일본 추리 소설에서는 꽤 인기 폭발. 사실 그건 형태는 달라도 우리나라 주말연속극에서도 인기 폭발. '배타적인 폐쇄사회에 들어가려는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란 점에서 보면 부잣집으로 시집가려는 처녀가 시부모의 반대와 밀어내기에 힘겹게 투쟁하는 모습이 나오잖아. 결국 승리를 쟁취하고... 이 소설 마치 그런 느낌이었어. 타츠야는 잘못한 게 없는데,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다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게 밝혀져서 가족을 지탱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책임감에 달려간 것 뿐인데.. 다만 당신들의 세계에 침범했다는 이유로 증오하기까지 하게 되는 거잖아. 그런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하게 되어 예쁜 여자랑 해피엔딩~!! 이니..
신화같은 데서 자주 사용되는 모티브이기도 하고 캔디캔디의 모티브이기도 하고, 소공자나 소공녀의 모티브이기도 암튼.. 흔한 패턴이지만 감동적인 패턴이랄까. 이유도 없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심리도 생각보다는 잘 그려졌고 말이지. 노리코 같은 백치타입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거 꽤 옛날 거니까 뭐 여성 묘사가 고리타분할 만도 하지만서도... 그래도 투덜거리고 싶은 마음이... 으음. 뭐 어때. 재밌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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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하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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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의 여름보다 더 엽기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민속학적 지식들이 많이 나와서 행복했다. 주술의 구조나 그 효능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하다. 망량에 대한 교고쿠도의 설명이 맘에 들었다. 추리소설의 논리로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요괴소설이라 치면 정말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죄를 짓는 것에 배경 따위를 애써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 그냥 그 순간 그에게 '바람'이 불었을 뿐이다. 라는 교고쿠도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있다. 하지만 사람은 아주 오래전, 집을 짓고 살기 전부터도 '인과관계'를 만들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했다. 우연히 일어나는 자연현상, 사고, 죽음 등에 이해 가능한 이유를 붙여댔다. 저절로 그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유를 붙여야 안심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붙였다고 해서 실제로 일어날 일은 막을 수 없다. '바람', 그러니까 '망량'은 아무 때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들 안에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우울해졌다. 나는 세키구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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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용성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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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읽게 되었다. 에르큘 포와르는 평범한 정의로운 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범인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그것이 그당시의 생각할 수 있는 정의였을까. 베로날로 하자고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도 오싹했다. 원래 알고 있던 반전이었지만 마치 망량의 상자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약한 마음이 그런 비현실적인 일을 저지르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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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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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악몽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자살이라는 소재가 껄끄럽기도 하다. 죽음이라는 것을 먼 누군가의 일처럼은 생각할 수 없다. 자살이란 것은 세상에게, 좋아해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향한 복수처럼 느껴진다. 무엇이 그렇게 밉고 무엇이 그렇게 절망스러울까. 나는 쉽게 용서해줄 수 없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냥 안타까웠다. 내 손에 닿지 않는 그 마음들, 그 상처들이 가슴에 돌처럼 얹어졌다.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있어. 내가 손댈 수 없는 곳에. 얼마든지. 미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안되겠지. 나는 미츠루가 가진 절망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이고 또 이기적이라서 단지 미움받기가 싫을 뿐, 절대로 마음을 열지 않고 절대로 남의 마음 속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쓸쓸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게 아닐까.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들춰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아픈 일이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예민해진 동물들이 그러듯 나를 미워하고 상처입히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무섭다. 미츠루도 그것이 무서웠다. 미움받기 싫었다. 상처입고서도 다시 손을 뻗을 자신은 없다. 귀찮아. 하고. 나는 원래 이러니까. 하고. 거리를 두고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람은 참 개인적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 테두리 밖의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떤 외로움에 괴로워하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평면적으로 '알고' 있을 따름이다. 나이들 수록 그런 게 더 심해져 가는 것 같다. 테두리 밖의 사람은 울부짖는다. 그 소리는 다른 이들에게 전혀 가닿지 않는다. 나는 '그'의 절망도 ...

마치 사춘기 같은 기분이라서, 참 내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상처입고도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전혀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제부터도, 아마 되지 못할 것 같다.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핑계대지는 않으련다. 입을 꾹 다물고 그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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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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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이다. 맨 처음편은 로얄드 달의 단편 같았고, 두번째 것은 로드무비였고, 세번째 것은 소년소녀의 이야기였고, 네번째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이 구조는 소설 안에 존재하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이 기기묘묘한 패러럴 월드는 도대체 뭘까. 책 자체가 수수께끼 같아서 머리가 아프다. 취향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전에 읽은 용은 잠들다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좋았다. 난 단순명쾌하고, 딱 마무리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책도 왠지 매력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머리 아픈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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