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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하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의 여름보다 더 엽기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민속학적 지식들이 많이 나와서 행복했다. 주술의 구조나 그 효능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하다. 망량에 대한 교고쿠도의 설명이 맘에 들었다. 추리소설의 논리로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요괴소설이라 치면 정말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죄를 짓는 것에 배경 따위를 애써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 그냥 그 순간 그에게 '바람'이 불었을 뿐이다. 라는 교고쿠도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있다. 하지만 사람은 아주 오래전, 집을 짓고 살기 전부터도 '인과관계'를 만들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했다. 우연히 일어나는 자연현상, 사고, 죽음 등에 이해 가능한 이유를 붙여댔다. 저절로 그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유를 붙여야 안심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붙였다고 해서 실제로 일어날 일은 막을 수 없다. '바람', 그러니까 '망량'은 아무 때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들 안에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우울해졌다. 나는 세키구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